들꽃 아이- 저자 임길택 | 그림 김동성 | 출판사 길벗어린이 | 가격 11,000원

아이가 방학을 맞고부터 매일 빠뜨리지 않는 일이 하나 생겼다. 서쪽 하늘에 노을이 물들기 시작하면 세 가족이 자전거를 타고 시골길을 달리는 거다. 그 길을 따라 도라지, 쑥부쟁이, 붉은 토끼풀, 애기똥풀, 개망초, 큰개불알풀...... 소박하고 은은한 우리 들꽃과 만날 수 있었던 소중한 한달이었다.

그런데 그보다 더한 감동에 빠져들게 하는 책을 만났다. 임길택 선생님의 글에 김동성님이 그림을 그린 ‘들꽃아이’를 보고 한동안 가슴이 출렁였다.

‘공부는 뒤떨어지나 정직하고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보선이는 김선생님의 책상에 진달래꽃을 한아름 꺾어다 놓았다. 꽃이 채 시들기도 전에 보선이는 새로운 꽃으로 바꿔놓았다. 김 선생님은 보선이를 통해 들꽃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고 보물을 찾은 양 소중하게 이름들을 알아간다.

그런 보선이가 장심부름을 하느라 오후 수업에 늦게 되고 선생님께 크게 꾸중을 듣는다. 그리고 선생님은 그날 보선이가 손전등을 들고 학교에 다닌다는 것을 알게 된다. 보선이 집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한 선생님은 여름 방학을 앞둔 어느 토요일 오후에 따릿골을 찾아가게 된다. 개울을 지나고 한가로운 집들도 지나 보선이가 매일 걸어서 지나는 산길에 접어든 선생님의 손가락 끝에 파랗게 풀물이 들어간다.

‘나무들은 혼자서만 넓은 땅을 차지하려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자기들이 서 있는 곳 말고는 풀씨 하나에까지 터를 내주어 함께 살자고 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서로 가지를 주고 받으며 하늘을 함께 채우고, 키 큰 나무들은 가지를 높이 달아 아래 하늘을 키 작은 나무들에게 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숲 속엔 늘 평화가 깃들어 있는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세상을 향한 작가의 따뜻한 시선에 가슴 한켠이 훈훈해지는 대목이었다. 작고 여리고 하찮은 것과 기꺼이 함께 하겠다는, 그리하여 더불어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나가고자 했던 작가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듯 했다.

책장을 한 장 넘기자 보선이가 걸었던 숲 길이 화면 한 가득 펼쳐진다. 싱그러운 숲 냄새, 들꽃 냄새가 책장을 타고 그대로 전해지는 듯 했다. 이런 아름다운 길을 걷는 아이라면 마음도 더 없이 아름답게 자랄 거라는 선생님의 독백에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짓게 된다.

날이 어두워지고 별들이 돋아나고서야 보선이네 집에 다다른 선생님. 30년전 학교가 생긴 이래 처음으로 마을을 찾아준 김 선생님께 다섯 집 뿐인 마을 사람들은 가장 귀한 음식으로 대접을 한다.

겨우내 내린 눈으로 졸업식에서도 보선이를 만나지 못하고 군입대를 하는 선생님의 어깨너머로 보선이가 꺾어왔던 노박덩굴의 노란빛이 맑게 빛나고 있었다.

강원도 산마을과 탄광마을에서 15년 동안 아이들을 가르치셨던 임길택 선생님. 돌아가시기 전까지 아이들을 진정 사랑하고 아픔을 함께 보듬어주셨던 선생님의 모습이 그대로 느껴지는 책이었다.

들꽃의 향기를 머금은 우리들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삶의 자리자리, 그 결마다 싱그러운 빛깔 가득한 숲의 냄새가 풍겼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김선생님의 소망처럼 ‘공부를 잘하여 수나 우를 받는 것도 좋지만 어려운 친구를 도울 줄 알고 맡은 일을 끝까지 잘 해내는 사람으로, 풀씨 하나하나에도 터를 내주며 더불어 함께 사는’ 우리가 되길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