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이야, 어른들 실수없는 곳에서 행복하게 살거라”

소풍가던중 교통사고 신평초 김덩이군 영결식

사고직후 뇌사상태, 4명에게 새 생명주고 떠나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준 어른들은 무엇을 했을까요? 어린 덩이의 꿈과 희망, 웃음까지 앗아간 어른들의 실수, 덩이야, 너의 땅에서나마 그런 어른들 잊고 행복하게 살거라.”

5월 21일 오전, 신평초등학교 운동장, 고사리 손으로 눈물을 찍어내던 이 학교 어린이들은 끝내 ‘덩이야’를 부르며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지난 7일, 롯데월드로 봄소풍을 가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이 학교 5학년 1반 김덩이(11세)군의 영결식이 치러진 날이었다.

사고 직후 뇌사상태에 빠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던 덩이는 장기기증으로 꺼져가던 4명의 생명에 새희망을 불어 넣어주고 자신은 사랑하는 엄마, 아빠, 누이동생, 그리고 친구들을 남기고 홀로 먼길을 떠났다.

악몽의 그날 이후 꼬박 2주일만에 한줌의 재가 되어 친구들 앞에 나타난 덩이, 영정 속에서 개구진 미소를 머금은 채 친구들을 바라보는 덩이에게 고별사를 바치던 한 친구는 “열한살 너의 꿈을 앗아간 어른들을 마음껏 원망하고 미워하라”며 흐느꼈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이 운동장에서 함께 뛰놀던 친구 덩이를 낯선 먼 곳으로 보낸 친구들과 어린 아들을 가슴에 묻은 덩이 아빠, 엄마. 제자의 죽음 앞에 말문이 막힌 선생님들 모두의 흐느낌으로 영결식장은 금새 눈물바다가 되었다.

조사를 읽어 내려가던 정세철 교장은 “잘 다녀오겠다던 약속도 못지킨 제자로 키운 선생님이 잘못”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3년전 멀리 부산에서 전학을 왔던 덩이와 줄곧 단짝친구로 지낸 세용이에게 덩이와의 이별은 어린 가슴으론 감당해내기 어려운 아픔인 듯했다.

“같이 놀던 생각이 제일 많이 나요. 말다툼 할 때도 있었지만 금방 화해하고 또 놀았어요.”

그렇게 좋아하던 친구 덩이의 몸이 다른 사람에게 건네졌지만 세용이는 “덩이가 잘한 거예요”라며 의연하게 말했다.

새 새명을 탄생시켜주고 간 덩이를 친구들은 모두 대견스러워 했다.

덩이의 담임선생님 김진우 교사는 “덩이가 없으면 수업시간이 적막할 정도로 평소 장난도 잘치고 친구들을 늘 즐겁게 해주던 활달한 아이였다”며 “그런 덩이를 잃은 것에 모두들 가슴 아파 하지만 장기를 기증하고 떠난 덩이를 무척 대견스러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른들의 사소한 부주의로 미처 피우지도 못한 열한살 덩이의 꿈은 사라졌지만 덩이의 고귀한 마지막 희생은 5월 푸른하늘 아래에 꽃잎처럼 고개를 떨구고 있던 친구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있을듯 했다.

덩이의 재는 이날 삽교천에 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