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가야하는데 내가 아직도 이러고 있어요. 우리 사위만 고생시켜.”
이석호씨는 10여년 전 부터 아내와 함께 장모님을 모시고 있다. 수술 후 다리가 불편해진 장모님은 거동이 불편하다. 혼자 걷는 것은 물론 앉은 채로 손으로 방바닥을 짚고 이동한다. 여기에 고혈압으로 약도 끼니마다 챙겨야 하고 거동이 불편하다보니 화장실 문제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난지도에서 혼자 사셨는데 건강이 악화되시고 거동이 불편해지시면서 저희 집에서 모시게 됐어요. 처남도 일찍 세상을 떠나고 처형들이 4명 더 있지만 다들 살기 힘들고 바쁘니까 그나마 여건이 되는 저희가 모시는 거죠.”
이석호씨는 출근을 한 후에도 집에 혼자 계시는 장모님 때문에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이면 집에 온다고 했다. 점심상이나 저녁상도 봐드려야 하고 약도 챙겨드려야 하기 때문이다. “아내는 자리를 비우기 어려워서 직장에 나가면 그나마 가까운 제가 와서 돌봐드려요. 점심시간 이용해서 몰래 나가기도 하는데 사내에서 사람들이 제가 없으면 장모님 모시러 가는 줄 알아요. 그리고 장모님 식사 봐드리러 꼭 나오니까요.”
그가 더욱 장모님과 가까울 수 있는 건 하고 있는 일이 매일 출근해야 하는 일이 아니기에 가능하다. 항운노조에서 하역 일을 하고 있는 그는 물건이 항구에 들어올 때만 하역장에 나가고 있어 일이 없는 날엔 아내를 대신해 어머니를 돌본다. 집안에 둘이 남겨지면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이석호씨에게도 아직 부모님이 두분 다 살아계신다. 4형제 중 큰아들이지만 장모님을 모시기 때문에 막내동생이 부모님을 모시고 있다고 했다.
“부모님이 아직 살아계시는데 식사 해 잡수실 만큼 아직 정정하세요. 부모님께는 항상 미안한 마음이죠. 부모님도 저희집 사정을 아시고 어쩔 수 없으니까 이해하시고 지내시죠.”
장모님은 연신 누추한 집에 와서 물 한잔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맞잡은 손도 놓지 않은 채 좋은 사위 만나 호강한다며 사위 자랑만 하셨다.
“내가 화장실을 갈 때도 업어다가 내려놓고 다칠새라 조심조심해요. 딸보다도 사위가 너무 잘 챙겨줘서 미안하지. 내가 사위 복이 있어.”
연신 자랑을 하시던 장모님 옆으로 이석호씨가 걱정스레 말을 건넨다. 요즘에는 치매 기운까지 있으셔서 볼일도 그냥 방에다 하신다고. 집안에 냄새가 제대로 빠지지 않아 손님 치루기도 미안한 집이라며 연신 식은땀을 흘렸다.
“저희가 부유해서 요양시설 등에서 편안한 생활을 하셔야 하는데 죄송할 뿐이에요. 집에서 고생하시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네요. 요양원 만큼은 아니더라도 집에 계시는 한 성심껏 돌봐드려서 진짜 딸 자식보다 좋은 사위가 돼야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