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은 ‘자기’를 찾게 하는 일

당진군 청소년상담실

청소년·인간관계 회복 바라는 어른도 많이 찾아

인생에 ‘문제’가 있는 한 우리는 모두 잠정적인 ‘문제인’이며 피상담자다. 인생의 문제란 바로 ‘자기발견’과 ‘자기성장’, 그리고 ‘행복’이므로.

중학교 2학년인 찬호(가명, 만13세)는 남의 오토바이를 훔쳤다가 다른 5명의 친구들과 검찰에 구속됐다. 그러나 만 14세 미만의 소년범인 찬호는 형사처벌 대신 대전지방법원으로부터 6개월간 보호관찰처분을 받았다. 찬호와는 다른 그룹이면서 역시 좥특수절도좦죄로 구속되었던 준식(가명, 만 12세)이도 마찬가지다.

이런 아이들이 군내에는 13명이나 된다. 도에서도 대단히 많은 편이다. 이 아이들은 지금 당진군 청소년상담실에서 개별교육과 상담을 받고 있다. 교육상담은 일주일에 한번 또는 이주일에 한번. 학교가 끝나면 책가방을 메고 읍내노인복지회관 4층에 있는 상담실로 온다.

맨 먼저 이 아이들이 거치는 것은 성격유형검사다. 같은 그룹에서 같은 범죄를 저질렀어도 아이들 각자 다른 환경과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아이들 모두 다른 동기, 그리고 앞으로의 다른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성격이 내성적인지 외향적인지, 현실감각이 강한지, 직관적인 통찰력이 강한지, 논리적인지 감성적인지, 계획성이 강한지 즉흥성이 강한지, 이 아이들의 성격을 먼저 이해하는 것은 효과적인 상담의 첫걸음이다. 이 검사는 아이들에게도 역시 유용하다.

자기와 비슷한 성격유형의 뛰어난 장점을 알게 되고 자기유형 안에서 위인도 발견하게 된다. 아직 많은 것을 다 이해할 수 없다해도 이 과정은 아이들이 자기인생에 대해 좋은 꿈을 갖게 되는 최초의 경험일 것이다.

이영근 전임상담원의 말을 들어봐도 짐작이 간다.

”이 아이들의 고통점은 하나같이 꿈이 없다는 거예요. 자신의 현재나 미래에 대해 생각해본 적도 거의 없다는 게 나타나요. 자기자신에 대한 믿음이나 자기에 대한 좋은 이미지도 갖고 있지 않죠.“

일기쓰기, 그림그리기를 통해 보이는 내면, ‘나는 누구인가’ 등 여러가지 형태의 자기진단까지 해본 후 나온 분석이다.

상담실의 한명뿐인 전임상담원 이영근(33세)씨는 이것은 결국 어른들의 책임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이 자신에 대해 갖는 ‘나는 누구인가’ 하는 자아상은 주위어른, 특히 가장 가까운 부모가 보인 태도를 빼닮는다.

”비난받은 경험, 정당한 배려나 보호를 받지 못한 경험, 자신을 가치없는 존재로 느끼게 하는 경험, 이런 것들이 누적되서 무기력하게 만들죠. 아이들에겐 이런 것이 상처가 되는 거죠. 여기에는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어느 한쪽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큰 상처도 포함되요. 이것은 누구에게도 털어 놓을 수 없는 상처요, 비밀이기 때문에 깊이있는 우정을 나눌 수도 없어요. 결국 끼리끼리 모이게 되고 자신들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엉뚱한 즐거움을 찾게 되는 거죠.“

슬프게도 이들의 범죄는 상처깊은 아이들의 공동놀이인 것이다. 교묘하게 자물쇠를 여는 일과 본드흡입과 같은 일이 다 그렇다는 것이다.

”때문에 상담의 성과로서 기대하는 것은 이 아이들에게 자신의 꿈을 갖게 하는 거예요. 자신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도록 도와주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 우선 거쳐야 하는 것은 자기직면, 자기직시다. 자기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다시 겪는 것은 고통스럽다.

중학교 1학년생인 창수(가명, 만 12세)는 아빠와 이혼한 엄마얘기만 나오면 상담하다가도 엉엉 운다. 이 과정을 통해 점자 자기를 극복해가면서 스스로 자기에게 과제와 목표를 정하게 하고 달성하도록 한다.

호석이(가명, 만 13세)는 초등학교 때 친구아버지 가게에서 물건 흠친 일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라고 한 아이다. 이 해결되지 않은 하나의 기억이 호석이의 자아상을 만들고 있다. 이 아이는 이영근 상담원의 도움으로 몇년이 지나서야 그 어른께 사과와 약속의 편지를 써서 보냈다. 이 기억이 더 오래 더 깊이 자신의 모습으로 호석이 가슴 속에 각인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영근씨가 올들어 정신없이 바쁜 것은 이런 상담을 맡은 이유도 있지만 자기성장과 진로선택을 위해 상담실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는 것도 원인이다. 청소년상담실이 지난해 이리로 자리를 옮겨 확장하면서 부모교육강좌나 상담원교육, 집단인성상담 등을 끊임없이 열어 관심을 높인 덕도 있다. 그러나 요즘은 그만큼 자기자신의 성숙과 행복, 성공적인 대인관계에 대한 문화적인 욕구가 높아진 것이라고 이영근씨는 보고 있다.

이날도 상담실에는 아버지와 함께 온 보호관찰 학생 한명이 상담중이고 회의실에서는 중학교 3학년 여학생 세명이 자신들의 진로와 적성을 알아보기 위해 성격유형검사를 하고 있었다. 상담수요가 폭증한 데 비해 인력은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상담이 ‘문제있는 소수의 사람들이 몰래 하는 것’이라는 생각은 이제 ‘모르고 하는 소리’다. 인생에 ‘문제’가 있는 한 우리는 모두 잠정적인 ‘문제인’이며 피상담자다. 인생의 문제란 바로 ‘자기발견’과 ‘자기성장’, 그리고 행복이므로. 특별상담중인 13명의 아이들의 공통적인 바램 역시 ‘행복해지고 싶다’는 것이었다.

김태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