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시집을 읽었다. 그것도 『부모와 자녀가 꼭 함께 읽어야 할 시』를.

나는 문득 이 시집을 딸에게 선물하고 싶어졌다. 시집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딸과 함께 시인들이 속삭인 아름다운 세상을 만나고 싶다. ‘인생에 대해, 시련에 대해 말로 다 설명하기 버거울 때’ 시집에서 그것들을 만나고 싶다. 그리고 부모님, 특히 엄마에게 선물하고 싶다. 엄마에게 한편 한편 읽어드리고 싶다.

그리하여 옛날에 그랬듯 뜨뜻한 아랫목에 엎치락뒤치락 고물고물 누워서 외할아버지가 외딴 산골 주막에서 술을 마시고 귀가하다가 도깨비와 밤새 싸웠다는 얘기며, 여우를 만나 아무렇지 않게 - 속으론 엄청 떨었겠지만 - 고개를 깔딱깔딱 넘은 얘기며, 샘으로 동무들과 빨래하러 가면 뱀이 어찌나 많던지 휘휘 저어 빨래를 한 얘기며, 숭악한 일본 놈들 얘기를 듣고 싶다. 내 딸과 내 엄마와 내가 넘치게 누워 푸지게 얘기를 하고 싶다.

그날 시집을 받아든 글고운 회원들의 낭독이 있었다. 혼자서 읽을 때와는 또 다른 감동이었다. 그들의 목소리와 떨림과 그 미세한 얼굴 표정과 삶이 읽혀져 다들 연신 끄덕끄덕, 감탄사 연발 등 아주 생동감 있게 다가왔다.

그리고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어야 할 시란 제목에서 몇 해 전 아침 등교 길에 아이들과 차안에서 동시를 읽던 때가 떠올랐다. 바쁜 아침 시간, 한 십오 분여 트럭 안은 낭랑한 아이들 목소리로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똑같은 일상이지만 하루하루가 새롭고 소중했다. 그 보물 같던 시간들을 오래 지속하지 못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 시집은 도종환 시인의 이해를 돕는 해설도 곱씹어 읽어볼 만하다. 내가 보지 못한 것, 내가 알고 싶은 것, 그리고 아이들과 얘기하고 싶던 것들이 도종환 시인의 말들로 내 맘을 울린다.

부모와 자식 간에 서로의 마음을 시 한 편으로 헤아릴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인가? ‘부모도 똑같이 어렵고 힘든 인생길을 걸어왔고 똑같이 고민하고 아파하며 자식보다 먼저 늙고 쇠잔해져간다’고 시인들은 이 시집에서 말한다. 맞다. 무릎을 치고 싶을 만큼 아름답고 적절한 시어로 심금을 울린다.

아, 행복한 유년은 성인이 되어 어려울 때 힘이 되지 않을까?

아이들과 신선했던 그 아침을 다시 만들고 싶다.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와 날 위해서.

오늘 나는 아이들과 머리를 맞대고 시를 소리내어 크게, 그리고 낭랑하게 읽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