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학기 중간고사가 발표되고 학원에서 돌아오는 시간이 더 늦어진 휘윤(송악중1)이의 핼쑥한 얼굴이 집에 들어서자 순간 생기가 돈다.
몇 달 전 ‘아주 작고 귀여운’으로 시작되는 검색어를 클릭하다가 알게 된 ‘미니어처세상’을 만나고부터다. 미니어처는 ‘실물과 같은 모양으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작은 모형(模型)’을 말한다. 그 중에서 음식 미니어처를 만드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음식점 앞에 진열된 음식모형처럼 먹어보고 싶은 마음이 쏙 들도록 만들되, 십 원짜리 동전 크기를 넘지 않는 것이 미니어처의 원칙이다. 처음에는 중학생들이 좋아하는 패스트푸드부터 만들기 시작하더니 엄마가 좋아하는 물냉면, 전주 비빔밥, 순대, 타코야끼, 다양한 종류의 케이크 등 70여 종의 음식을 만들어냈다.
공부하는 시간 빼앗길까 은근히 염려하는 엄마를 “방학 때는 1시간씩 만들었는데 요즘은 하루에 20분밖에 안 한다”며 안심시킨다. 자녀 교육에 관한 책에서 칭찬에 대한 글을 읽다가 그동안 쓸데없는 짓이라 밀어냈던 휘윤이의 미니어처를 사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갑을 챙겨들고 가서 말이다. 평소 미니어처를 향한 엄마의 시선을 알고 있는 휘윤이는 “진짜 사려고? 누구한테 선물하게?”라며 영 믿기지 않는다는 눈치다.
“우리 딸이 나중에 미니어처로 유명해지면 작품이 값으로도 환산 안 될지 모르니까 미리 소장하려고. 음, 일종의 재테크지.”
‘돈가스’를 흥정 끝에 1300원에 사들였고 최근엔 물냉면도 한 그릇 샀다. 휘윤이가 엄마 아빠 커플 휴대폰고리로 만들어 준 ‘메타콘’은 진짜 아이스크림인줄 알고 어린 동생이 깨물어 걸고 다닐 수 없지만 제일 아끼는 보물이다.
“음식 만들기는 천사점토의 말랑말랑한 느낌과 플라스틱 점토의 투명하고 딱딱함을 기본으로 하여 색의 농도와 채도를 잘 살리는 것이 중요하고요. 재료에 색을 입히기 전에 실제로 만들어진 음식을 눈으로 충분히 요기하는 것이 필요하지요.”
미니어처카페는 휘윤이가 팁을 얻기도 하고 같은 취미를 가진 친구를 만나게 되어 정보를 공유하고, 올린 작품에 대한 평을 듣기도 해서 자주 가는 곳이다. 친구들이 주문하면 만들어주기도 하는데 주문제작은 조금 비싸다. 그런데 만든 제품이 주문자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절대 제 값을 받지 않는 걸 보았다.
휘윤이는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었다. 손톱을 깎아주고 싶어도 깎을 손톱이 없었다. 오죽하면 손톱 깎을 만큼 자라도록 두면 5천원을 주고 그 손톱을 사겠다고 했을까?
지금 휘윤이의 손톱이 조금씩 자라고 있다. 어쩌다 TV앞에서 손톱이 입으로 가기도 하지만 많이 좋아졌다.
“휘윤이는 미니어처로 실물과 같은 느낌의 맛있는 음식을 만들 때 정말 뿌듯하다고 그랬지? 엄마는 휘윤이의 작은 손톱을 깎아 줄 때 정말 행복하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