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 한테는 땅 한평이 금싸라기요”

당진읍 사기소리 한성문씨 때늦은 모내기 사연

논 한가운데 고압송전탑, 보상약속 무시한 채 공사

당진읍 사기소리에서 논농사를 짓는 한성문(48세)씨는 자신의 논 6백평에 6월말까지 모내기를 못하고 있다가 30일날 부랴부랴 모내기를 해버렸다. 한씨가 뒤늦게 이 땅에 모내기를 한 것은 수확을 바라고 한 것이 아니라 ‘부아가 치밀어서’였다.

한씨는 작년에 어렵게 1천2백평짜리 논을 사들였다. 그 논의 절반인 6백평에 3년전부터 고압송전탑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으나 공기가 다 지났는데도 준공이 안돼 올해도 모를 심을 수 없게 됐었다. 때문에 송전탑 시공자인 한국중공업에서는 농사를 못짓는 데에 대한 보상을 해주기로 약속을 했다.

그러나 모내기철이 다 지나가고 약속한지 한달이 넘도록 시공업체 담당자는 “결재가 나지 않았다”며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 한씨가 계속해서 보상약속을 이행할 것을 촉구하자 시공업체에서는 되레 보상문제는 제쳐두고 한씨 논에 세워진 송전탑부터 마무리 공사를 서두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모내기 때를 놓친 한씨는 보상을 하지 않고 공사를 서두르는 시공업자쪽의 움직임이 석연치 않게 느껴졌다. 보상약속도 서류상 계약이 아니라 구두로 했다는 사실이 내내 불안했다.

급기야 분노가 일기 시작한 한씨는 송전탑을 세우는 논 한가운데에 뒤늦게 모내기를 해버렸다. 그리고 공사차량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하루종일 논을 지키고 있다. 한씨의 모내기는 약속이행을 촉구하는 시위인 셈이다.

“대기업 한테는 사소하고 아무것도 아닌 일 같지만 우리같은 농사꾼들이 농사를 못 짓는 땅이 있다는 건 수족을 빼앗긴 거나 마찬가지요.”

단단히 뿌리를 박고 자라고 있는 옆의 논과 달리 쪽파를 심은 듯 길쭉하게 힘이 없는 늦깎이 모를 바라보며 한씨는 이렇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