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3역 특수분장 프리랜서, 동곡리장, 대학 강사

“드라마 ‘허준’에서 시체해부 장면 제가 만들었죠”

“생소한 직업이죠. 특수분장사라는 게. 게다가 남자가 메이크업아티스트라니.”

김현균씨가 인터뷰에 앞서 생소한 자신의 직업에 흥미를 갖는 주변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웃어보였다. 지금이야 동네 미용실에서도 남자 미용사를 쉽게 찾아 볼 수 있지만 그가 미용, 메이크업을 처음 시작할 당시만해도 업계에 남자는 손에 꼽힐 정도였다. 당진에 자신의 이름을 건 미용실을 내고 싶었지만 인식 때문에 접었다고.

송산면 동곡리에서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는 김현균 씨의 직업을 모두 3개다. 특수분장 프리랜서이자, 동곡리 이장이며 동시에 한서대학교 연기학과에도 출강하고 있다. 요즘에는 동곡리가 송산제2일반산단 사업지로 포함돼 보상협의회 일까지 맡아보느라 정신없이 바쁘다고.

서울 명동에서 유명한 ‘박준 미용실’에서 미용사로 일하던 그는 지인의 추천으로 MBC에서 방송 메이크업을 시작하게 됐다.

제목만 들어도 누구나 알만한 드라마의 분장팀에서 활동하는 동안 재밌는 일도 많았다고. 그는 기억을 더듬어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하희라 씨 분장을 맡았었어요. 화장을 다 해주고 다음 장면의 다른 배우 분장을 위해 장소를 옮겼죠. 그런데 전화가 와서 PD가 다짜고짜 ‘분장을 이렇게 하면 어떻하냐’고 따지는 거예요. 알고보니 하희라 씨가 아픈 환자를 연기하는 거였는데 제가 화사하게 화장을 한 거죠.”

화장만으로도 배우가 환자가 되기도 죽은 시체가 되기도 한다고. 그는 ‘한지붕세가족’, ‘허준’, ‘우리들의 천국’ 등에서 분장팀으로 활약했다.

특수분장을 시작한 뒤로는 가끔 동료들과 장난으로 얼굴에 피가 나도록 분장을 하고 방송국 로비를 걸어다녀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도 했단다.

“한국의 특수분장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볼 때마다 정말 뿌듯해요. 지금은 웬만한 건 외국 기술 없이도 가능하니까요.”

김씨는 텔레비전에 나오는 모습 외에도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드라마 한편을 위해 무수한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 뿌듯하고 보람있었다.

방송가를 누비며 드라마에서 분장사로 활동하던 그는 2002년 고향에 홀로 계신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프리랜서를 선언하고 당진에 내려왔다.

요즘 초유의 관심사가 마을일인 그는 드라마, 분장사 이야기를 하다가도 틈만나면 동네이야기로 빠진다. 인터뷰 중간에도 보상과 관련된 주민들의 문의전화가 자주 걸려왔다.

김현균씨는 “아버지의 아버지 때부터 대를 이어 살아오던 고향 땅을 잃고 외지로 나가야 하는 주민들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보상과 이주 문제가 잘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특수분장사의 한명으로서도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