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과 창

길이 끊어진 곳에 멈추어

서 있는 길이 있습니다

서 있는 길과 마주보며

집이 한 채 있습니다 서 있는

길을 보며 집이 앉아 있습니다

지붕에는 날개가 있는 새가

앉습니다 새가 간 뒤에 지붕은

이번에는 오로지 지붕이 됩니다

지붕과 창으로 이어지는 길은

햇빛이고 방으로 이어지는 길은

어둠입니다

허공에서 생긴 새들의 길은

허공의 몸 안으로 다시 들어갑니다

몸 안으로 들어간 길 밖에서

다른 새가 날기도 하고

뜰에서 천천히 지워질 길을

종종종 만들기도 합니다

서 있는 길 뒤에서

흔한 꽃 몇몇이

피다가 멈추고 피다가 멈추며

꽃 질 자리를

감추고 있습니다

감추고 있는 그곳까지

감추어질 길이 있습니다

오규원 시집 <토마토는 붉다 아니 달콤하다 designtimesp=25836>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