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투병했던 몸으로 파킨슨병 앓는 아내 곁 지켜
“난방비 걱정에 더 추운 겨울, 고마운 이웃 있어 힘내요”
겨울비가 오려는지 하늘이 무겁다. 부쩍 매서워진 칼바람이 방문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다. 그래도 아끼던 보일러를 돌려 방바닥은 훈훈하다. 화요일에는 목욕 봉사자들이 오기 때문이다.
석문 통정리에는 홍기준(75) 할아버지가 파킨슨병으로 온 몸이 얼어붙은 아내(박두일, 73)를 돌보며 살고 있다.
“97년 6월이었어. 평소에 관절이 조금씩 아팠던 집사람이 갑자기 쓰러진 게. 파킨슨병을 진단받고 지금까지 입원했다 퇴원하길 3번쯤 했나봐. 병원에 있어도 마찬가지니까, 심한게 나아지면 집으로 데려올 수 밖에...”
2년 전에는 할아버지도 암 판정을 받았다. 다행이도 6번의 항암치료 끝에 완쾌가 됐지만 병원에서는 피곤이 쌓이지 않도록 건강을 챙겨야 한다고 당부했단다. 할아버지는 아픈 할머니를 생각해서라도 건강을 챙기려고 애를 쓰는데 좀처럼 쉽지가 않다.
새벽 3시 경부터 시작된 할머니의 경련 때문에 오후 2시가 될 때까지 뜬 눈이다. 오전에 요양보호사가 다녀갔지만 짬을 내 볼일을 보느라 쉬지 못한 게 여적이다. 그 시간을 제외하고는 꼼짝없이 할머니 곁을 지켜야 한다.
12년이란 긴 시간동안 병상에 누워 있는 할머니는 유난히 겁이 많다. 내 손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하나 없으니 그 두려움이 오죽할까. 인터뷰 동안에도 할머니는 수시로 할아버지를 찾았다. 몸이 쓰러질 것 같고, 목이 마르고, 어딘가가 불편해서다. 할아버지는 그간의 세월을 이야기하며 줄곧 할머니를 돌봤다.
“그래도 처음엔 손으로 직접 밥도 먹고 했었어. 그러다 5년 전부터는 꼼짝을 못하게 됐지. 아프고 나서는 겁이 많아져서 자꾸 무섭대. 내가 옆에 있는데 뭣이가 무섭냐해도.”
올 여름까지는 이혼한 아들이 돌 때부터 맡긴 손자 녀석도 데리고 살았다. 기저귀 갈아 채워가며 키운 녀석이 벌써 12살이다. 교육문제 때문에 아들이 다시 데리고 갔지만 홍 씨 할아버지는 마음이 편치 않다. 할아버지가 데리고 있을 때는 생활보호대상자로 학비 걱정 없었지만, 아들은 비싼 급식비에 학비까지 돈이 만만치 않게 들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아들에게 보탤 힘이 없어 아비 마음은 쓰리다.
“딸도 둘이나 있는데 하나는 2급 장애인이고 하나는 식당일을 나가. 두 딸도 엄마, 아빠가 아프는 바람에 벌었던 것도 홀랑 병원비로 쏟았지. 애들까지 못살게 만들었어...”
할머니 증세가 호전되지 않고, 할아버지 건강도 좋지 않으니 주변에서는 할머니를 요양병원에 보내자고 권유한다. 하지만 할머니는 병원에 가서 살자는 이야기만 나오면 “무서워”를 되내인다. 할아버지 역시, 평생 함께 한 아내를 혼자 병원에 보내고 싶지 않다.
“신랑이 있는데... 죽어도 천상 내가 데리고 있어야지. (병원에) 보내면 닷새도 못 살아. 잘 한다고 해도 나처럼 못해.”
열아홉 꽃다운 나이에 자신에게 시집와 모진 시집살이 견뎌내며 평생을 함께해준 아내다.
할아버지는 겨울이면 난방비 걱정이 태산 같다. 아낀다고 아껴도 아픈 아내 때문에 방안에 온기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유난히 추운 겨울이지만 홍씨 할아버지는 그래도 고마운 이웃들 덕분에 산다고 했다.
“말해 뭐혀. 밤낮 남의 신세만 지고 살지. 매주 목요일이면 자활센터에서 목욕팀이 오지. 얼마전에는 행복나눔센터랑 면에서 도와줘서 비가 세는 지붕도 고쳤어. 어디 그뿐 인가, 여기저기서 김치도 가져다주고, 쌀도 가져다주고...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시리고 긴 겨울밤을 이웃들이 보낸 정으로 덥히며 오늘도 홍씨 할아버지는 홀로 할머니 곁을 지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