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들과는 조금 다른 취향인가보다. 소위 베스트셀러라는 책들은 전혀 관심이 없다. 내가 보고 싶은 책들만 본다. 이 책의 경우 독특한 제목에 끌려서 선택한 책이었다.

한 남자가 세상을 등지고 조용한 생활을 하기로 마음먹고 남극에 들어가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국제선박회사에 지원하여 남극의 작은 섬에 기상관으로 1년간 근무하게 된 한 남자는 세상과 사람들을 피해 조용한 곳에서 책이나 읽을 작정으로 외로운 임무에 지원한다. 하지만 섬에 도착한 첫 날부터 전임 기상관은 보이지 않고 작은 섬에는 음산한 분위기의 저택과 등대를 지키는 괴팍한 등대지기만 만났을 뿐이다. 등대지기는 알 수 없는 말들을 하며 그와 대화를 거부했다. 그렇게 첫 날밤이 되었고 그의 악몽은 시작되었다.

첫 날 밤부터 괴물들의 습격이 시작된다. 그것들은 괴상한 소리를 내며 사방을 에워싸고 그를 위협했다. 양서류의 얼굴과 상어 같은 몸을 가지고 두발로 서서 다니는 괴물들은 밤새 그를 괴롭혔다. 그는 온 힘을 다해 괴물들을 대적했고 이튿날 역시 마찬가지였다. 삼 일째가 되자 등대지기 바티스가 그에게 찾아왔다. 알 수 없는 말을 늘어놓으며 그는 총알을 나눠쓰자고 했다.

주인공은 바티스가 괴물 중 한 마리를 생포해서 기르는 것을 알게 되고 그것을 인질로 삼아서 등대로 들어가 함께 생활한다. 계속해서 괴물들과의 전쟁은 이어진다. 그와 바티스, 그리고 바티스의 마스코트인 암컷괴물이 함께 살면서 그는 괴물들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다가가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그들과 괴물들의 사이도 점차 새롭게 변해간다.

처음에는 세상을 피해 남극으로 오는 남자의 모습을 보면서 새로운 배경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과거이야기를 할 때에는 지루했지만 괴물의 등장부터 예상치 못했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주인공이 괴물에게 관심을 갖고 알아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했으며 마지막에는 반전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결말이 정말이지 나를 소름끼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내가 ‘차가운 피부’를 소개하고 싶은 이유는 그 춥고 작은 외딴 곳에서 벌어지는 사건들로 인한 사람의 변화와 극한 상황에서의 인간의 본성을 아주 잘 나타냈다. 정말이지 절박한 상황에서 1년여 동안 살아가면서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과 행동의 변화는 역시 사람은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이라는 것을 상기시켰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저 상황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고민을 했다. 주인공의 입장에서 또 처음에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던 바티스의 입장에서도 많은 고민을 했다.

흥미진진한 내용과 깊이 생각할 기회를 주는 책이었다. 누구라도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이성적이고 인간적이라고 여길 것이다. 하지만 극한 상황에서는 어떻게 변할지 생각해 볼 기회를 갖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과연, 자신은 변하지 않는다고 장담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