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더디게 온다고 해도 하늘을 바라보고 자연에 기대어 사는 농부와 어부들에게 3월 마지막주는 한해 농사를 준비하는 바쁜 시기다. 아닌 게 아니라 봄을 맞이한 당진의 포구에도 요즘 들어 봄 쭈꾸미며 실치 잡이를 나서는 어부들이 하나둘 기지개를 펴고 있다.

제법 봄볕다워지자 주말은 물론이고 평일에도 나들이객들이 바다바람을 쐬러 온다.

장고항, 실치·쭈꾸미 잡이 물올라

30일 오전 8시, 이른 아침 배를 몰고 바다에 나간 어부들이 뭍으로 돌아오는 시각. 그들을 만나러 포구에 나섰다.

장고항 포구에는 벌써 여러척의 배가 정박해 있었다. 막 실치를 잡으러 떠나는 어부가 채비에 여념이 없다. 배를 손보느라고 출항이 좀 늦었다는 그는 동료과 서둘러 뱃머리를 바다로 돌렸다. 실치나 쭈꾸미를 잡아 돌아올 배를 기다리는 동안 인근 포장마차나 식당에서 해산물을 실은 트럭이 몇 차례 포구를 다녀갔다. 그들 중에는 키조개를 가득 실고와 바닷물에 씻는 이도 있었고, 어떤 이는 바닷물을 커다란 통에 받아가는 이도 있었다.

9시가 가까워 올 때쯤 배 한 척이 바다에서 돌아왔다. 중국에서 시집온 아낙과 무뚝뚝 해보이는 어부가 배 주인이다.

아낙은 “요즘 어부들이 다들 참 어렵다”며 “쭈꾸미를 잡으러 나갔는데 많이 잡지 못했다”고 걱정했다. 물메기와 망둥어, 작은 게 몇마리도 그들의 그물에 걸렸다.

잇달아 들어온 다른 배에는 실치가 가득했다. 아직 때가 일러 가늘고 작지만, 1년만에 다시 보는 실치가 반갑기 까지 하다. 실치는 장고항만의 별미로 3월 초부터 5월 말까지 잡히는데 5월을 넘어가면 뼈가 굵어져 제맛이 나지 않는다. 성질이 급한 실치는 잡자마자 죽기 때문에 앞 바다에서 금방 잡아올리는 장고항에서만 맛 볼 수 있는 봄철 별미다.

실치는 오이와 배, 들깻잎, 당근 등 각종 야채와 초장에 버무려 먹는 실치회가 대표적인 요리법이지만, 실치를 넣고 끓인 아욱 된장국도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바다가 주는 만큼 욕심부리지 않고”

장고항 포구 초입에서 파란 그물을 펼쳐 놓고 어망을 손질하는 어부 송복환(74)씨를 만났다.

그는 장고항 바다에서만 30년을 넘게 배를 탔단다. 대호만이 막히기 전에는 고향인 대호지에서 배를 탔다. 그 시절까지 합하면 50년이 족히 넘는 세월이다. 지금은 “구조조정”으로 마지막배였던 ‘화진2호’를 팔고 남의 배를 탄다.

“대호지에서도 삼길포가 막히기 전까지는 봄철에 실치를 잡았어요. 요새는 있던 고기도 다른 바다로 도망가고 예전만큼 종류도 많지 않아요. 바다를 사방에서 막으니 뻘도 없어지고...”

사람 욕심 때문에 변해버린 바다에 대해 이야기 하는 송씨의 어투가 덤덤하다. 바다를 탓할 수 없다, 그러니 바다가 주는 만큼 욕심 부리지 않는다는 송씨다.

송씨가 손질하고 있는 그물은 실치잡이 그물이다. 두 개의 커다란 깔때기꼴 모양의 그물이 한 쌍으로 한사리(보름가량)마다 꺼내어 새것으로 교체한다.

나들이객 발걸음 이어지는 왜목마을

월요일 오전인데도 왜목마을에는 제법 여러 사람들이 바닷가를 거닐고 있었다. 식당 상인들 말에 의하면 날씨가 풀리면서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왜목마을 끝자락 부둣가에는 굴을 따 파는 두 할머니가 관광객들과 흥정을 하고 있다. 값을 깎으려는 손님과 할머니들의 실강이가 정겹다. 부른 값에 못 미치는 가격에 굴 세 봉지를 팔았지만 아침나절 딴 굴의 절반가량을 팔았으니 흡족한 표정이다.

“이른 아침부터 나와서 갯바위에 붙은 굴을 직접 딴 거여. 겨울 내내 찬바닷바람 맞으며 굴을 땄어. 오늘을 그래도  덜 춥네. 굴은 찬바람 불 때가 제일 맛있어. 양식 굴처럼 굵진 않아도 자잘한 요 자연산 굴이 더 고소하고 맛나는 법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