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도청이전 현황과 전망 "도청이전 왜 안하나"

표 의식한 심지사, 1기때 공약 삼았다 슬그머니 꼬리내려

10년 넘게 표류상태

충남도청 이전문제가 처음 제기된 것은 대전시와 분리되기 직전인 지난 88년이다. 당시 충남도가 용역의뢰한 좥서해안 종합개발계획좦은 도청이전을 염두에 두고 만든 계획서였다. 이후 89년 1월, 대전시가 직할시로 승격된 이후 지역행정의 중추기관인 도청이 대전광역시 중심부에 ‘외딴 섬’처럼 놓여지게 됐다. 도민들은 거리상 접근하기 조차 쉽지 않은데다 행정비용의 증가, 업무지연 등 행정서비스가 불량하다며 도청이전의 필요성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도청이전 문제는 얘기가 제기되는가 싶으면 슬그머니 사라졌다.

우선, 충남도가 의뢰해 만든 좥서해안 종합개발계획좦에 충남도 도청이전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도는 이를 전혀 발전시키지 않은 채 무방비 상태로 대전시와의 분리시대를 맞았다. 이후 지난 91년 8월, 제4차 도의회가 구성돼 도청이전 논의가 본격화 됐으나 충남도는 “도청 이전문제를 섣불리 공론화시키면 지역간 갈등이 심화돼 오히려 발전을 해친다”며 애써 문제를 덮기에 급급했다.

91년 11월, 도의회가 좥도청이전 추진위원회 구성좦을 제기하고 나섰으나 도는 ‘시기상조’라며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드디어 92년 12월, 도의회가 좥도청이전 추진특별위원회좦를 구성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반년 후인 93년 6월에서야 도청이전 추진기획단 설치조례가 제정됐다.

도는 94년 1월, 한국갤럽연구소에 여론조사를 의뢰해 도민 중 87%가 도청이전에 찬성한다는 결과를 얻었으나 그로부터 2년 뒤인 95년 12월에 이르러서야 도청후보 입지결정을 위한 기초조사 연구용역을 의뢰하는 느림보 행정에 나섰다.

하지만 공주시를 비롯, 논산시와 홍성·청양·예산·천안 - 아산·서산·보령 등 주민들이 지역별로 도청유치 심포지엄을 여는 등 도청 유치경쟁에 나서 더이상 도민 열기를 잠재우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처럼 도청이전에 대한 도민들의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됐으나 도는 이를 도청이전의 추진동력으로 활용하지 않았다. 98년 민선2기 충남지사선거에 나선 심대평 지사가 IMF 경제위기와 지역간 갈등심화를 이유로 도청이전 논의 자체를 당분간 중단하자고 제의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95년 민선1기 선거에 나선 심 지사가 좥도청이전좦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상황과 상반되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전논쟁은 심 지사의 당선 이후 또 다시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민감한 문제는 물밑으로 가라앉혀라?

충남도가 이전을 원치 않는다는 뒷얘기가 무성한 것도 이 때문이다.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면서 틈만 나면 쟁점을 비껴가고 있다는 얘기들이다. 구체적으로 도지사의 애매한 태도라 도청이전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용설 충남도의원은 “도청이전 작업이 지지부진한 가장 큰 원인은 지사의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IMF는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육동일(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도 “민선자치시대에 들어서면서 자치단체장의 정치적 입지 때문에 도청이전 추진이 어렵다”고 분석했다.

실제 심 지사는 도청이전을 민선1기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공약이행 정도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도민들은 민선2기 전에 최소한 이전시 선정만이라도 해야 했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미 지난 95년 심 지사 스스로 도청 후보지를 3곳으로 압축하고 이중 최적지를 선정한 다음 도민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표를 의식한 심 지사는 결단성 있는 일추진을 하지 못하고 미루고 말았다. 좥도청이전 기초조사연구좦를 통해 충남도청이 대전시에 소재해 도 발전의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결론이 도출됐음에도 민선1기 동안 입지선정마저 하지 않았다.

이는 전남도가 지난 94년, 최종 후보지를 무안군으로, 경북도가 95년 1순위 안동, 2순위 구미, 3순위 포항 등으로 연구용역결과를 발표한 것과 대비되고 있다. 또 전남과 경북도가 지역주민간 갈등해소에 나서는 등 그동안 사업추진 성과를 살려나가는 데 비해 충남도가 IMF 경제상황을 ‘호재’로 삼아 논의 자체를 중단시킨 것도 같은 사안을 대하는 자치단체장의 입장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충남도는 지금도 “경북도의 예에서 보듯 후보지 용역을 완료하고도 지역간 유치경쟁으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기존입장을 되풀이 하고 있다.

그러나 경북도는 최근 좥도청이전 실무기획단좦과 좥도청이전 추진위원회좦를 가동시킬 준비에 분주하다.

어정쩡한 도지사와 도의회

도의회의 태도도 마찬가지다. 도의회는 몇몇 의원들이 개별적이고 간헐적으로 도청이전 사업추진위 당위성을 제기할 뿐 책임있게 이를 추진하지 않고 있다. 도의회에서 도청이전문제가 제기된 횟수도 민선2기 들어 크게 줄어들었다. 특히 그나마 올해 초부터는 아예 이에 대해 논의자체를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도의원이 본회의에 나서 도지사에게 질문 한번 하는 것으로 끝낸 것은 도민의 수임기관으로서 제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몇몇 의원들이 도청이전문제를 공론화 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그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이전위한 여건 성숙은 뭔가

충남도는 도청이전을 위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등 여건이 성숙되지 않은 데다 재원확보대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 대전시와의 통합문제도 여전히 검토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용설 도의원은 “도청이전에 대한 도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때마다 도가 나서 이를 저지시켜온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전 의원은 “도가 장기계획을 세워 재원조달방안 등을 모색하는 등 기본적인 이전작업 자체를 도외시한 채 여건 미성숙을 말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대전시와의 시·도 통합문제도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충남대 육동일(자치행정학과) 교수는 시·도 통합문제에 대해 “이론적으로 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전영환 도의원은 “개인적으로 시·도 통합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어찌됐든 충남도가 시·도 통합이든 도청이전이든 일추진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지역간 치열한 유치경쟁을 위한 지역이기주의와 갈등으로 몰아가는 것도 옳지 않다는 지적이다. 도의 주장대로라면 민감한 문제는 될수록 덮어 두었다가 밀실에서 논의를 진행한 후 어느날 갑자기 헤치워야 된다는 자체모순을 안고 있다.

충남도가 지난 5월, 도내 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함상박물관 입지선정과정에서 유치경쟁을 유도하는 방식을 통해 정했으면서도 유독 도청이전만은 ‘과열경쟁에 따른 부작용’만을 내세우는 것은 의욕이 없다는 비난을 불러올 따름이다.

논의 활성화시켜야

도청이전은 오히려 유치를 희망하는 지역에서 왜 그곳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논리가 되도록 많이 개발돼야만 한다. 이러한 때 바른판단과 도민 전체의 공감대 형성에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히려 공청회와 설명회, 학술행사 등 주민여론수렴과정을 통해 논의를 활성화 시키고 민주성과 투명성으로 과열경쟁의 부작용을 최소화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 이전하자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지금 시작하더라도 몇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최소한 이전비용을 어떻게 조달하고 주민의견을 어떻게 수렴할 것인지 등에 대한 장기계획을 세우는 일을 해야 되지 않는가.” 전용설 도의원의 말이다.

심규상 대전주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