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이 고로슬래그를 지역에서 처리하지 않기로 한 주민과의 이행합의서를 어기고 당진내 업체로 슬래그를 공급해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현대제철이 지난 1월 당진공장에서 생산되는 슬래그 전량에 대한 공급권 계약을 맺은 삼표를 통해 지난 2월말부터 서부두 등 당진 지역 내로 슬래그를 반출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로 인해 현대제철은 지난 2006년2월17일 당진군, 충남도, 현대제철건설저지대책위(주민대표)와 협의서를 통해 고로에서 발생하는 슬래그를 당진에서 처리하지 않기로 한 약속을 사실상 어긴 것으로 밝혀졌다.

서부두에 적재되어 있는 슬래그는 삼표로부터 현대제철의 슬래그 일부를 재분배 받기로 한 A업체의 것으로, 이 업체 관계자는 “지난 3월초부터 수차례에 걸쳐 슬래그를 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삼표에서 빨리 가져가라고 해서 우선 1,2번 선석에 받아 둔 것”이라며 “아직 시멘트공장이 완공되지 않아 우선 서부두에 적재해 두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부두를 방문, 확인한 결과 약 2만여톤가량의 슬래그가 야적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에 대해 두 달이 지나도록 협약 당사자들간에 어떠한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으며 현대제철과 삼표측은 “우선 쌓아둔 것 뿐”이라며 “현재 지역내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해명했다.

삼표 관계자는 “현재 현대제철의 슬래그는 인천소재 기업인 한국기초소재, 브이셈, 영진에 공급하고 있다”며 “영진 측에 확인한 결과 현대제철 내 재고문제로 인해 우선 서부두에 적재를 해 놓고 있으며 추후에 지역에서 협약서 재논의 문제가 해결되면 이송해 사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지역과 약속한 바를 지킨다는 현대제철의 기본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며 “서부두에 적재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지역 내에 사용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지역에서 슬래그 처리에 대한 재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만약 지역내 처리가 절대 안된다고 한다면 현대제철은 주민들과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수차례에 걸쳐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789호 등 참고)에서 현대제철은 “협약대로 슬래그를 항만으로 반출해 모두 외부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혀왔으며 삼표 측 역시 “지역내 처리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우선 인천이나 지역 외곽으로 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협약 당사자인 군 역시 이 같은 사실을 뒤늦은 3월30일 친환경제철소 건설 및 지역발전협의회 회의에서 주민들로부터 전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어떠한 후속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사회에서 슬래그 처리에 대한 재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협의서가 유효한 현재, 지역 내 업체로 슬래그를 공급하면서 지역에 이를 알리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역주민 A씨는 “협약 체결 당시와 달리 현재 지역에 슬래그처리 업체들이 상당수 들어와 있어 지역 내 슬래그 처리 문제에 대해 재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그에 대한 분명한 해답이 나온 것도 아닌데 지역에 말도 없이 지역 내 업체에게 슬래그를 공급한 것은 엄연히 협약서를 어긴 행위”라고 말했다.

한편, 현재 송산과 송악을 중심으로 현대제철 슬래그 지역 내 처리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발전기금 사용 방안 등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합일점을 찾는데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