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장모님이 오셨다. 팔순을 넘기신 고령에도 작년 대장암수술을 받으셨는데 귀가 잘 들리지 않는 것과 지팡이를 사용하는 것 외에는 크게 건강이 나빠지신 것 같지 않아 감사하다.
집에 오신 첫날 식사를 마치신 후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으시는데 문경 진사댁 자손으로 태어난 까닭에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아 늘 손님상 차리는 일로 허리를 펼 수 없을 만큼 힘들었다는 말씀을 하셨다. 예전 우리 사회의 여성들이 얼마나 말 못할 고생들을 했는지 짐작만 할 따름이다. 그래서일까. 당신의 어머님께서는 여식들은 부자 집 아닌 곳으로 시집을 보내야겠다고 말씀 하셨다 한다. 이런저런 말씀을 조근조근 듣는데 세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를 정도였다.
기억에 남는 말씀은 5년 전 돌아가신 장인어른께서 임종을 얼마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당신께 “어째서 당신은 내게 한 번도 짜증을 안내느냐?” 하셨다 한다. 장모님은 어떻게 대답하셨을까 궁금해졌다. “몸이 아프신 분이 투정을 하시는 것을 그럼 뭐라 해요!”, “들어도 못들은 척 내 할 도리만 하면 되지요!”
이렇게 힘들어도 힘들다 하지 않으시는 분. 평생 한 번도 남편에게 큰 소리 내보신 적이 없으신 천상 순종형의 아내이자 자식들에겐 지혜로운 어머니, 사위들에겐 일터에서 오자마자 “수고했네!” 하시면서 위로와 칭찬의 말이 떠나시지 않는 분이시다.
장모님은 인생을 한 송이 꽃과 같고 풀과도 같다고 말씀하셨다. 이 땅위에 영원한 삶은 없다는 장모님의 말씀 속에서 내가 30여 년 전 꼭 이맘때 당신의 딸을 달라고 부탁을 드렸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팔순을 넘기셨으니 세월의 흐름 앞에 누가 자신의 젊음과 아름다움을 자랑할 수 있을까!
주어진 상황 속에서 만족할 줄 알고 감사하며 주변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며 도움을 주기위해 노력하고 늘 나의 입장에서 생각하기보다 남의 입장을 헤아리며 살아온 장모님의 삶에 건강과 행복이 늘 함께 하시길 기원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