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장마, 그리고 비, 올 여름과 가을은 그야말로 연속되는 이상기온으로 기후와 인간의 삶이라는 관계에 대하여 많은 것을 생각해준 한해이기도하다. 어느덧 들녘은 황금색으로 물들어 추수에 대한 기대와 소망으로 들떠있다. 황금색은 풍요를 상징하고 사람의 마음을 생기 있게 하고, 영원에 대한 상상력을 우리에게 준다.

10월은 문화의 달이다. 그래서 그런지 10월은 각종 전시회와 행사로 아주 분주하다. 우리가 문화행사라 하면 우선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축제를 떠올리며, 축제라 하면 먹고, 마시고 춤추는 것을 떠올리기도 한다.

물론 이것은 문화를 통하여 인간의 행동이 겉으로 나타난 것이겠지만, 인간의 내면이, 삶에 있어서 얼마나 충실한 것을 나타난 것은 아니다.

문화행사란 인간의 삶의 양식을 표현하는 것이고, 문화행사를 주관하고 문화를 향유하는 것에 있어서 가장 근본적인 인간의 밑바탕 정서는, 바로 감사하는 마음에서부터 출발해야 옳지 앓겠는가 생각해본다.

생각해보면 아주 간과하기 쉽고, 매일같이 많은 혜택을 누리면서도, 너무도 당연히 생각하는 우리일상 생활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면, 한 해 동안 이 땅에서 삶을 영위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풍요로운 자연 곧, 공기와 바람, 물, 햇빛 이러한 것들이 있었기에 생명을 오늘까지 누릴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감사는 우리 존재를 긍정하는 강한 힘

또한 그런 것들에 의해서 모든 곡식들이 이 가을에 익어가고 탐스런 열매를 수확할 수 있게 해준 부정할 수없는 그 자연과 조물주에 대한 감사, 이것이 가장 기본이 아닐까 한다. 거슬러 올라간다면, 고대로부터 우리 조상들이 하늘에 제사를 드린 제천의식에서부터, 연유하는 그러한 정서의 피가 우리 마음 속 깊이 흐르고 있을 거라 믿으면서 말이다.

그리고 이미 이 땅에서 살고 간 조상님들과,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과 더 크게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존재에 의해서, 나의 존재가 사회적인 끈으로 이어져 있다는 것에 대하여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허무와 나약함으로 채워져 있다. 감사한 마음을 갖는 것이 결코 인간의 나약함을 표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존재를 긍정하는 강한 힘이다. 감사하는 마음은 우리마음을 풍요롭게 하여 어떠한 환경에서도 열매를 맺게 하는 아주 좋은 마음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누구나 자기 자유만을 주장하고, 자기를 존재하게 하는 것이 모두가 당연하고,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만 한다고 생각하는, 그러한 삶의 양식을 가지고 살아가게만 하는, 아주 위험한 인간을 생산해내는 역할만 하고 있는 사회가 되었다. 자기 존재의 이유를 전혀 생각지 않는 사회가 되었다. 그렇게 모두 오로지 경쟁만하는 인간만을 생산 하다 보니, 자식과  부모 간에도 사랑과 의(義)로움이 없다. 자기 존재를 생각한다면 부모에 대하여 감사함이 우러나오고 효성이 우러나오겠지만 그것이 전혀 없는 사회가 되는 아주 위험한 사회가 되었다.

그래서 자식이 보모를 끔찍하게 살해하고, 부모가 자식을 버리고, 자기를 존재하게 하는 사회에 대하여 적대감을 갖게 되고, 역시 국가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져, 자기 존재에 대한 정체성을 상실한 사람들이 우리사회에 너무나 많다.

우리가 오늘날 눈부신 산업사회에서 경제대국으로 발전하였지만, 인간의 인성 면에서 너무나 삭막하고 강퍅한 인간으로 길러내고 있다는 측면에서 우리의 교육과 사회적인 측면에서 많은 사유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우리의 문화행사는 인간의 존재에 대한 감사를 생각하게 해주고, 자기 존재를 발견해주는 생동감이 넘치는 문화를 생산하고 그것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