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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이 못하는 효도를 국가가 대신한다'는 목표 아래 출발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이하 장기요양제도)가 시행된 지 3년이 지나고 있다.

이 제도는 노인성질환과 중증환자에 대한 장기요양을 전문시설과 요양보호사가 대신함으로서 중장년층의 부양가족들이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받았다. 실제로 시행 첫 해부터 장기요양제도에 대한 국민 관심은 뜨거웠다. 급속도로 노인장기요양재가시설(이하 시설)이 생겨났고 중장년층 주부들을 주축으로 노인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제도의 본래 목적과 달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의 난립으로 인한 과당경쟁과 편법운영 실태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한 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요양보호사들이 업무외 일을 강요받는 등 인식부족으로 인한 부당대우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이번 기획기사를 통해, 시설난립으로 인한 부작용과 요양보호사의 고충, 그리고 이에 대한 대책 방향을 3회에 걸쳐 보도한다.

글 싣는 순서

1-시설난립, 편법불법운영 실태

2-요양보호사, 현장에서 겪는 고충

3-노인장기요양보험 소개와 제도 개선 방향

과당경쟁으로 인한 노인 피해

사고로 인해 혼자 힘으로는 밥 한 술도 떠먹기 힘든 J씨는 고령의 아버지와 단 둘이 살고 있다. 장애2등급인 J씨는 그동안 아버지가 밖에 나가고 계시지 않을 때가 많아 하루에 한 끼도 제대로 먹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A시설의 도움으로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를 지원받게 됐다. A시설이 군내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J씨의 본인부담금을 지원해 경제적 부담도 덜게 됐다. 헌데 지난달 아버지가 장기요양서비스 등급판정을 받았다. B시설이 아버지의 등급 신청을 도와 장기요양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아버지의 장기요양서비스가 시작되자 J씨는 더 이상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를 받을 수 없게 됐다. 한 가정에 두 서비스가  동시에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B시설의 요양보호사가 집을 방문했지만 서비스는 아버지에게 국한되었다. J씨는 다시 하루에 한 끼도 제때 먹을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A시설 복지사가 해주던 가사간병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J씨는 이러한 어려움을 A시설에 호소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읍사무소 직원이 거동이 가능하고 바깥활동이 잦은 아버지의 요양서비스보다 당장 식사해결도 혼자 할 수 없는 J씨의 서비스가 절실한 점, 두 가지 서비스가 동시에 이뤄질 수 없는 점 등을 J씨와 아버지에게 설명했다. J씨와 아버지는 결국 B시설의 장기요양서비스를 포기하고 기존에 받던 A시설의 서비스를 받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B시설은 A시설이 연계해 후원을 받아온 기업에 전화해 “후원금 때문에 서비스를 하지 못하게 됐으니 당장 후원을 멈추라”고 했다는 후문이다.

위 사례는 재가요양시설의 난립으로 인한 과잉경쟁이 대상자에게 미치는 피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요양서비스는 공급시설에 대한 규제완화로 민간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이 같은 낮은 시장진입장벽은 시행초기부터 재가요양시설의 급증에 영향을 끼쳤다. 현재 당진군에는 총 32개의 재가요양시설이 운영 중이다. 반면 등급판정자는 총 1445명이다.(표1 참고) 시설의 공급과잉은 과다한 경쟁으로 이어지고 편법, 불법 운영과 서비스 질 저하 문제를 낳고 있다. B시설이 J씨 가정이 안고 있는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해 효과적인 서비스를 고려하지 않고 아버지에 대한 서비스를 고집하는 배경에는 장기요양서비스의 시장 현실이 반영되어 있다.

시장 경쟁 논리가 적용, ‘노인 상품화’

재가요양시설의 난립으로 인한 과당경쟁과 편법운영 실태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목소리는 시행 초기부터 제기됐다.

재가요양시설 종사자 ㅂ모씨는 “서비스 대상 노인들이 상품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시설 경영이 어려워지면 다른 시설에 서비스 대상자들의 명단을 돈을 받고 판매하는 일도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등급 판정을 받은 서비스 대상 노인들에 대한 정보를 확보한 사람이 1명당 약 10만원가량에 정보를 제공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것. 서비스가 제공되는 기간 동안 연 5만원씩 일종의 소개비를 챙기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양보호사가 대상자들에 대한 정보를 갖고 기존에 일하던 시설을 나와 새로운 시설을 설립하는 경우도 있다.

방문요양 서비스 제공 시설의 경우 16.5㎡ 이상의 시설과 사회복지사, 의료인 또는 요양보호사 1급 중 실무경력 5년 이상인 관리책임자 1명, 요양보호사 3명 이상을 확보하는 등 비교적 설립기준이 간소한데다가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이다. 이 같은 낮은 진입장벽과 민간 시장에 의존하는 제도가 요양시설 난립을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대상자 유치위한 편법, 불법 운영도

장기요양제도는 대상자의 심신 기능 상태에 따라 1~3등급으로 나뉜다. 등급에 따라 재가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월 한도액과 법정 본인 부담금액이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85%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보조하며 15%는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단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본인부담금 전액을, 의료급여수급권자의 경우 7.5%를 면제받는다.

재가요양시설 종사자 이모씨는 “시장 경쟁 체제에서 시설간 경쟁이 심해지자 대상자를 유치하기 위해 일부 시설에서는 본인부담금을 할인해주거나 면제해주는 편법, 불법 운영도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1등급 판정 대상자 P씨가 장기요양시설로부터 월 한도액 1,140,600원에 해당하는 서비스를 제공받을 경우, 장기요양시설은 보험공단으로부터 1,140,600원의 85%를 받고 대상자 P씨로부터 나머지 15%에 해당하는 금액을 받게 된다. 이렇게 얻은 수익으로 장기요양시설은 요양보호사 급여와 시설 운영비 등을 지출한다. 한편 요양보호사 급여는 법적으로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으나 대개 총 수익의 80~85% 가량이 지급되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본인부담금 15%로 시설이 운영된다고 보고 있다.

한 재가요양시설 종사자는 “시장경쟁이 과열되면서 많은 대상자를 확보하기 위해 시설에서 본인부담금을 면제해주고 있다”며 “이 같은 피해는 급여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은 요양보호사의 급여인하나 시설의 부실 운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요양시설 입장에서는 대상자 1인당 85%에 대한 비용이 보장되기 때문에 많은 대상자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대상자 부담금 15%를 할인해주거나 면제해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수가 차이 이용한 허위청구도

장기요양보험 등급별 시간당 수가 차액을 이용한 허위청구도 발생하고 있다. 대상자가 서비스 받을 수 있는 월 한도액과 시간당 수가는 정해져 있다. 1등급의 경우 방문요양 서비스를 하루 4시간씩 이용하면 한 달 중 총 20일 동안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헌데 시간별 수가, 즉 서비스 이용액(표2 참고)이 다르게 책정되어 있기 때문에 시설이 의료보험공단에 청구하는 시간단위에 따라 지급액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대상자가 4시간씩 한 번에 방문요양 서비스를 받을 경우 39,500원이 시설에 지급되지만 2시간씩 두 번에 걸쳐 서비스를 받을 경우 2시간 수가에 해당하는 26700원*2로 계산돼 53,400원이 지급된다. 즉 대상자가 받은 총 서비스 시간은 두 경우 모두 4시간이지만 실제 시설에 지급되는 금액은 약 30% 이상 차이가 난다(예시1 참고).

장기요양시설 종사자 김모씨는 “서비스 제공시간을 작게 쪼개 청구할 경우 지급 금액이 더 많아진다는 점을 악용해 허위로 청구하는 시설도 있지만 내부 고발자가 아니면 이 같은 불법행위를 막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부와 보험관리공단은 장기요양시설의 허위, 부정청구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방문 서비스 제공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전자관리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전국요양보호사협회 정금자 회장은 지난해 11월24일 열린 ‘노인장기요양제도 시행2년 평가 및 제도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공급구조상의 문제는 자율적 발전으로 해결 가능하지 않으며 오히려 요양시설이나 인력 등 공급인프라 정책에서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어야 한다”며 “일본에서와 같이 요양시설의 설립 요건을 법인경이상으로 강화하고 신고제를 허가제로 전환함으로서 지자체가 지역별 요양시설 현황이나 서비스의 질 확보 등을 기준으로 공급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