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인이(18)이의 꿈은 친구들과 함께 수학여행을 가보는 것이다. 대부분의 또래들이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일상이 해인이에게는 꼭 한번 이뤄보고 싶은 ‘꿈’이다. “친구들과 수학여행도 가보고 소풍도 가보는 게 소원”이라는 해인이가 결국 눈에 그렁그렁 머금고 있던 눈물을 툭 떨구고 말았다. 소리도 내지 못하고 운다. 그간 얼마나 많이 혼자 눈물을 삼켰던 걸까. 해인이는 끄억끄억 목으로 솟구치는 슬픔을 누르는 법을 알고 있었다.
해인이와 인영이(17)는 할머니(이재숙, 75)와 함께 살고 있다. 어릴 적 엄마는 아빠와 이혼해 집을 떠났다. 해인이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되던 해에 남매는 아빠를 따라 중국으로 이민을 갔다. 중국을 오가며 장사를 하던 아빠가 중국에서 조선족 새엄마와 결혼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중국어를 알지 못해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웠지만 아빠와 함께 살 수 있었던 그때가 남매는 그립다. 해인이가 중학교 1학년이었던 방학, 잠시 한국에 들어온 후로 지금까지 남매는 아빠 품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아빠가 데리러 오시겠다고 하셨어요. 중국에 다시 가게 될 거라고 하셨어요.”
남매는 다시 중국에 가서 아빠와 함께 살며 학교에 다니길 기다렸다. 시간은 그렇게 4년이 흘렀다. 남매는 친구도 없이, 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4년을 집에서만 보냈다.
할머니는 “애비가 아이들이 한국에서 학교에 다니면 왕따를 당할 거라고 걱정했었다”며 “곧 데리고 갈 거라고 중국에서 다시 학교에 다니도록 할 거라고 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 아빠의 바람도 이룰 수 없게 됐다. 아빠는 유난히 추웠던 지난해 겨울 어느 날,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인영이는 “아빠가 먼저 하늘나라로 간 것이 자기 때문인 것 같다”며 “(내가)태어나지 않았으면 아빠가 안 그랬을 텐데 (아빠에게)미안하다”고 말했다. ‘너의 탓이 아니라고 아빠는 너희를 무척 사랑하셨지만 너희에게 말하지 못한 어떤 어려움이 많아 먼저 하늘로 가신 것일 거’라고 다독여 보아도 인영이의 눈물은 그치질 않는다.
이제 아이들이 한국에서 학교를 다녀야 하는데 그마저도 여의치가 않은 상황이다. 중국에서 초등학교를 마쳤지만 학력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가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결국 남매는 초등학교과정 검정고시부터 치르기로 했다. 북부행복나눔센터의 도움으로 남매는 다시 공부를 시작하고 검정고시를 준비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아이들의 공부를 가르쳐주고 멘토역할을 해줄 자원봉사자가 마땅치 않아 걱정이다. 생활은 기초수급자 지원비로 꾸려나가고 있지만 언제 집주인이 집을 비우라고 할 지 모른다. 수도가 얼어 물도 길어다 먹고 있다. 시청료를 내지 못해 텔레비전도 끊겼다.
친구들과 함께 수학여행을 가고 싶다던 해인이의 소박하지만 간절한 꿈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이웃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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