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石綿)은 우리말로 돌솜이며 불에 타지 않는 불멸의 물건(asbestos)이란 그리스어 어원을 가지고 있다. 석면은 광물이면서도 섬유성을 지닌 데다 불에 잘 타지 않는 특성 때문에 그리스·로마 시대 이전부터 매우 진귀한 물건으로 여겼다. 석면은 이런 섬유성과 내화성뿐만 아니라 강철보다 강하고 산·알칼리에도 잘 견디며 절연성도 함께 지니고 있어 기적의 광물 또는 마법의 물질로 불렸다.

이런 놀라운 특성 때문에 석면은 건축자재는 물론이고 방화복이나 방화장갑, 개스킷, 무기, 필터, 전기전자제품, 브레이크 라이닝 등 무려 3천여 종의 제품에 사용됐다. 그래서 어떤 이는 석면을 석탄, 석유와 더불어 현대 문명을 떠받친 ‘삼돌(三石)이’라고까지 말하기도 한다.

석면은 상업적 이름이며 사문석 계열의 백석면(크리소타일)과 각섬석 계열의 청석면(크로시돌라이트), 갈석면(아모사이트), 투각섬석석면(트레몰라이트), 양기석석면(액티놀라이트), 직섬석석면(앤토필라이트) 등 모두 6 종류가 있다. 이 가운데 청석면, 갈석면 순으로 독성과 발암성이 강하고 사문석 계열의 백석면은 상대적으로 독성이 낮지만 모두 석면폐증과 폐암과 악성중피종을 일으킨다.

앞에서 말한 이 세 가지 질병이 석면이 일으키는 3대 질환이며 그밖에도 후두암과 난소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위암, 결장암 등 위장관계암과 석면과의 관련성을 나타낸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석면은 또 흉막반과 흉막비후 등의 질환 또는 증상을 일으키는 것으로도 보고됐다.

3대 석면질환-석면폐, 폐암, 악성중피종

석면질환 가운데 석면폐증은 진폐증의 일종으로 석면섬유가 폐 깊숙이 박혀 폐포(허파꽈리)에서 폐 조직에 상처를 내 폐의 섬유화를 일으킴으로써 호흡기능을 서서히 떨어트려 마침내 목숨을 앗아가는 무서운 질환이다. 치료제가 없으며 불치병이다. 인체 폐는 그 기능이 60~70%가 망가져도 살아가는 데는 약간의 지장은 있어도 죽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보다 더 망가지면 목숨을 잃는다.

따라서 이 정도 폐가 망가지려면 많은 부위에 석면이 가득 들어차야 한다. 결국 석면폐증은 많은 석면섬유를 들이마신 경우 발생한다. 대개 고농도로 석면섬유에 노출된 석면방직 노동자나 광산 노동자들이 석면폐증에 잘 걸린다.

폐암은 가장 큰 원인이 흡연과 간접흡연이다. 이밖에도 여러 가지가 원인이 있으며 석면도 이 가운데 하나다.

특히 석면에 노출되는 사람이 흡연(간접흡연 포함)에 노출되면 폐암으로 숨질 위험이 매우 높아진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과 피우지 않는 사람이 폐암으로 숨질 위험도는 10~20배가량 차이난다. 석면에 노출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폐암으로 숨질 위험도는 5배가량 차이난다. 그런데 석면에 노출되는 사람이 담배를 피울 경우 석면에도 전혀 노출되지 않고 담배도 피우지 않는 사람에 견줘 폐암으로 숨질 위험도가 무려 50~90배나 높아진다.

석면과 흡연은 서로 상승효과를 일으켜 매우 치명적이 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석면을 다루는 노동자들이 석면 사업장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도록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석면은 또 100만 명 가운데 한 명에서 나타날까 말까한 희귀암인 악성중피종 발생을 높인다. 중피종암은 인체 주요 장기를 둘러싸고 있는 이중막인 흉막(늑막)이나 복막, 심장막, 난소막, 고환막 등에 암이 생긴 것으로 주로 늑막과 복막에 암이 생긴다.

지금까지 연구 결과 악성중피종을 일으키는 원인물질은 석면이 거의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악성중피종은 낮은 농도의 석면에 노출돼도 발생 가능성이 있으며 지금까지 노동자뿐만 아니라 노동자 가족이나 석면광산 또는 석면 공장 주변 지역 주민들에게서도 악성종피종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도 1993년 첫 악성중피종 환자가 공식 인정됐으며 최근 그 수가 계속 늘고 있는 추세다.

안전한 노출량 없어

지금까지 말한 질환은 모두 호흡기 계통이며 석면은 주로 호흡기에서 문제를 일으킨다. 하지만 최근 위장관계기관에서도 석면이 질환을 일으킨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어 앞으로 호흡기 노출과 함께 주의가 필요하다. 석면은 안전한 노출량이 없으므로 최대한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흔히들 70~80년대 석면슬레이트에 고기를 구워 먹은 것을 이야기하며 석면의 위험을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슬레이트는 석면이 공기 중으로 흩날리지 않는, 풍화되지 않은 제품이 대부분이고 또 석면은 섭취할 경우 그 위해성이 낮기 때문에 이를 위해성과 관련지어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또 어떤 이들은 자신이 석면 광산 주변이나 공장 주변에서 오랫동안 살았지만 나이 일흔이 넘도록 아무런 문제없이 잘 살고 있다며 석면의 위험이 별 것 아니라는 식으로 말한다. 석면에 노출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석면 질환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고농도의 석면에 노출될수록, 그리고 자주 노출될수록 그만큼 석면질환에 걸릴 위험도가 높아지므로 석면 노출 기회를 줄이고 노동자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까지도 석면에 노출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리비마을의 비극

석면질환은 석면만 잘 관리한다고 해서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석면은 다른 광물에 섞여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 대표적인 광물로는 활석(탈크)과 질석, 사문석, 연옥, 백운석, 석회석, 철광석 따위를 꼽을 수 있다. 이런 광물이 만들어질 때 백석면이나 투각섬석석면과 같은 각섬석 계열의 석면이 많게는 20~30%까지 함께 광맥으로 발달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 미국 몬태나 주 리비마을의 석면 피해다. 이곳은 세계 질석 생산의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대규모였는데 불행하게도 질석 내에 석면이 20~30% 가량 섞여 있었다. 마을 주민이 1만 명이 채 되지 않았는데 노동자를 포함해 마을주민 1천5백 명 가량이 석면질환에 걸렸으며 그 대다수가 목숨을 잃었다. 리비 마을의 비극은 미국에서 가장 심각한 석면재앙으로 기록됐다.

미국은 그 뒤 석면 함유가능 광물은 물론이고 석면이 토양 중에서 많이 검출될 수 있는 자연발생석면지역에 대해서는 정밀조사를 벌여 석면지질도를 만든 뒤 개발이나 이용 등을 매우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철강제조에 쓰이는 사문석에도 석면 불똥이

우리나라는 이런 부분을 놓치고 있다가 지난 2009년 4월 베이비파우더 석면 탈크 파동을 겪었다. 그리고 그 불똥이 다른 화장품과 의약품까지 튀어 한동안 사회적 문제로까지 번졌다. 이 파문 뒤에 석면이 함유된 백운석을 사용한 타일시멘트 사건 등이 생겼다. 또 최근에는 2월 초 철강제조 때 불순물을 제거해주는 원료에 사용되는 사문석에서 석면이 검출됐다는 시민단체의 발표로 사문석 내 석면이 논란이 되고 있다. 포항제철과 광양제철 그리고 충남 당진의 현대제철에는 이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현대제철에서는 그동안 사문석 원료에서는 석면이 검출되지 않았다며 시민단체와 함께 공동 조사분석을 하기로 하고 본격 검증작업을 벌이고 있다.

석면은 이처럼 우리가 생각지도 않던 곳에서 문제가 터져 나올 수 있다. 석면의 위험은 과대평가할 필요도 없지만 과소평가해서도 안 된다. 우리 사회에서 언제 어디서 석면 문제가 터져 나올지 면밀히 따져 미리 예방하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 지름길은 다름 아닌 자연발생석면과 석면함유가능광물 등을 모두 관리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석면안전관리법과 그 하위법령을 제정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