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뜻밖이었다. 갑작스럽게 걸려온 전화에 부랴부랴 사진을 찾느라 분주했다. 집안 한쪽 구석에 박아두었던 사진첩을 꺼내들자 먼지가 한 가득이다.
각양각색의 사진은 많았지만 딱히 소개할 만한 사진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오래된 추억이 담긴 사진을 고르다보니 자연스럽게 흑백 사진으로 손이 갔다. 지금처럼 깔끔한 칼라사진은 아니지만 흑백사진 나름대로의 미(美)가 느껴진다.
첫번째 사진은 1964년도 창경원에서 찍은 사진이다. 부모님(부 김택제, 모 최순예)과 누나(김동예)와 함께 처음으로 서울 구경을 했다.
아버님은 6.25때 이장으로 활동하셨고 나도 세월이 흘러 이장을 맡게 됐다. 마을회관에는 아버지와 내 사진이 나란히 역대 이장으로 걸려 있어 뿌듯하다. 성장한 나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농사꾼이 됐고 누나는 초등학교 선생님이 됐다.
두번째 사진은 1998년도 아내(김사영)를 처음 만나 찍은 약혼 사진이다. 당시의 아내와 나는 양가 부모님에 이끌려 선을 봤다. 서로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부모님들은 결혼을 결정하셨고 무작정 찍고 보라는 사진이 결국에는 약혼사진이 되었다. 그해 겨울 아내와 나는 결혼식을 올리고 부부의 인연을 맺었다.
세번째 사진은 보안부대에서 군복무 중에 찍은 사진이다. 내가 근무하던 보안부대는 다른 군부대보다 엄격한 곳이었다. 가족들의 내력에서부터 신상이 명확해야만 복무가 가능했다. 당시만해도 군복무 기간은 36개월이었고 시간이 길게만 느껴지던 때였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의미 있는 군 생활을 보냈다고 생각된다.
마지막 사진은 어머님의 회갑 잔치 때 세 살난 아들 덕환(왼쪽)이와 네 살난 딸 명환(오른쪽)이를 찍은 사진이다. 지금 우리 딸이 43세, 아들이 42세니 약 40년 전 사진이다. 지금 명환이는 서산으로 시집갔고 덕환이는 신평면 거산리에 거주하며 나를 도와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두 아들 딸이 이제는 장성해 내게 손자와 손녀를 안겨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