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원 프로그램과 유사, 예산 낭비 지적
운영주체를 놓고 건립 당시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당진문화예술학교가 오는 7월1일 개관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설립목적에 맞는 프로그램 운영 등 정체성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당진문화예술학교에서 운영될 예정인 프로그램이 문화원과 각 읍면 주민자치센터, 대형마트 문화센터 등에서 운영되는 프로그램과 유사한 취미교실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정체성 논란의 핵심이다. 문화예술학교라는 명칭에 걸맞는 인재양성과 수준 높은 교육프로그램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중론으로 이미 기존에 군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취미교실을 중복 운영하는 것은 예산낭비라는 지적이다.
군은 지난 16일 당진문화예술학교 3층 회의실에서 문화예술단체 관계자들과 군수가 참여한 가운데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군은 총 6개 분야, 35개 강좌를 포함한 예정프로그램안을 제시했다. 예정프로그램안을 살펴보면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바이올린, 첼로, 플롯, 클라리넷, 드럼, 대금, 가야금 음악교실과 성인 대상의 대금, 가야금, 민요 교실, 학생과 성인 대상의 수채화, 디자인, 목각공예, 서예, 사진, 판화, 인물뎃생, 도예체험 등의 미술교실, 어린이한국무용, 스포츠댄스, 검도, 건강택견 등의 건강교실, 다문화가정을 위한 한글교실, 한자·한글교실, 중국어, 시쓰기, 뉴스 따라잡기, 연극 등의 인문교실, 한국전통요리, 제과제빵, 어린이 건축공예로 이뤄져 있다.
군의 운영계획 설명이 끝난 뒤 진행된 간담회에서 한 문화예술계 인사는 “학교라면 군내 다른 취미교실을 운영하는 기관과 분명한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며 “취미교실을 할 것 같으면 문화예술학교가 왜 필요한가”라고 지적했다.
간담회에서 “제대로된 학교를 운영하려면 시설보다는 우수한 강사진을 섭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며 “운영계획서에 명시된 7만원의 강사료로는 우수한 강사진을 섭외하기 어렵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지역 문화예술계, 프로그램 구성 지적
한편 지역 내 문화예술계 인사들 사이에서도 문화예술학교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당진출신 한 화가는 “롯데마트, 여성의전당, 읍사무소 주민자치센터, 문화원에서 모두 주부를 대상으로 하는 취미교실을 운영 중에 있는데 수십억 원을 들여 유사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기관을 또 만드는 것은 예산낭비”라며 “문화예술학교라면 기존에 군내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교양강좌나 인문강좌, 수준 있는 문화예술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작가는 “35개 강좌를 운영하겠다고 계획되어 있던데 몇 가지 내실 있는 강좌를 추려 집중적으로 운영하고 안정화되면 조금씩 늘려나가는 방안을 택해야 할 것”이라며 “검도나 학생 대상 미술교실은 군내 사설 학원이 운영되고 있는데 군에서 이를 진행하면 학원들은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지역 내 한 인사는 “얼마 전 신문보도를 보니 신성대학이 현 군청사에 제2캠퍼스를 짓고 575명 규모의 평생교육원도 개설하겠다고 했다던데 그렇게 되면 현재 여성의전당과 문화원 등에서 하고 있는 취미교실과 더불어 문화예술학교의 프로그램과도 중복될 것이 뻔하다”고 지적했다.
이 군수 “취미교실로 운영 않겠다”
이 같은 지역 내 논란과 지적에 대해 이철환 군수 역시 의견을 함께하며 “현재 발표된 프로그램은 예정안으로 얼마든지 변경이 가능하다”며 “취미교실로는 운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지난 16일 당진문화예술학교 간담회에서 이철환 군수는 “대체 이게 학교냐”는 말로 말문을 열었다. 이 군수는 “당진문화원과 문화예술학교의 차이가 무엇이냐”고 반문하며 “7월1일 오픈을 안 해도 좋으니 첫 단추부터 잘 끼워야 하고 취미교실을 하려는 장소가 아닌 교육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군수는 “학부모들이 비싼 돈을 주고 자녀들을 위해 서울로 바이올린같은 문화예술교육을 받으러 다니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문화예술학교에서 실력있는 강사진을 당진에 내려오게해 학부모들의 사교육 부담을 덜어주고 문화예술학교에서 예술고와 예술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을 배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22일 당진시대 편집자문위원과의 좌담회에서도 “당초에 (문화예술학교 건립이) 무슨 목적이었는지 모르겠다”며 “평생교육시설, 취미활동으로 이용하려면 뭐하러 50억 원이나 들여 학교를 지었겠냐”고 말했다.
문화원 운영인가, 군 직영인가
문화예술학교는 건립 계획 초기부터 운영주체를 놓고 논란이 되어 왔다. 문화예술학교의 운영조례가 상정되기도 전에 당진문화원이 운영권을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당진문화원은 정정희 원장이 이완구 전 도지사가 당진을 방문했을 당시 문화원이 운영 주체를 가진 당진문화예술학교 건립 명목으로 국비 지원을 부탁하는 등 정정희 원장이 예산을 수주했기 때문에 문화원 소유의 건물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본지 831호 참고).
이후 당진군은 문화예술학교를 군이 직영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운영주체에 대한 논란이 일축되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16일 간담회에서 군이 밝힌 운영계획안에 의하면 이같은 일련의 과정들이 무색할 정도다.
운영계획 자료에 의하면 문화예술학교 교장은 현 당진문화원장이 겸직하며 총무와 문예교육 역시 문화원 직원을 활용한다고 명시돼 있다. 더군다나 필요시 당진문화원에서 공개절차를 통해 직원을 채용한다는 문구도 포함돼 있다. 이외에 부학교장은 문화체육과장, 시설관리·환경미화는 문예의전당 직원활용, 보육교사는 자원봉사자로 구성돼 있다.
업무분장을 살펴보면 학교장을 맡는 당진문화원장이 대내외적 예술학교 홍보와 유명강사 섭외 초빙을 맡는다. 총무는 세무와 회계관리를 문예교육은 기획, 강좌관리, 홍보, 프로그램 개발 등을 진행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군 직영이라더니 실질적으로는 당진문화원이 운영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 지역 인사는 “운영 형태는 군 직영이라고 했지만 강사 섭외권과 세무, 회계, 기획, 프로그램 개발, 홍보를 모두 문화원 직원이 한다는데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라며 “지역 내 논란을 잠식하기 위해 군 직영이라고 하고는 정치적 타협을 본 소신 없는 행정의 단상”이라고 지적했다.
주무부서는 7월1일 개관 계획
지역 주민과 문화예술계 인사들, 그리고 군수까지 취미교실 위주의 평생학습장으로 운영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군청 주무부서는 7월1일 개관 계획을 군청 실과와 언론사 등에 배포되는 주간업무계획에 반영하고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0일 언론사에 배포된 당진군 주간업무 문서에 따르면 오는 7월1일 오후 1시30분 당진문화예술학교 개관식을 갖기 위한 초청장 제작 발송 등 준비사항이 명시되어 있다.
한편 당진문화예술학교는 50억 원(도비 10억 원, 군비 4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지상 3층, 연면적 2,684㎡ 규모로 남산 당진문화원 건물 뒤편에 지어졌다.
시설현황으로는 1층 실습실과 취미교실, 강의실, 댄스 에어로빅실, 2층 로비전시공간, 탁아시설, 3층엔 미술실과 세미나실 등이 위치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