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수확의 계절, 가을을 맞아 석문간척지로 가는 길목 당진읍 우두리 들녘이 황금물결로 눈부시다. 하지만 우두리를 지나 슬항리 보덕포를 돌아서자 상황은 반전됐다. 추수를 앞둔 황금물결은 온데간데 없고 무성한 풀과 자라다 말고 시든 곡식들로 황량하다. 석문간척지는 당진에서도 우강, 합덕 들판과 함께 당진의 최대 벼 생산지 아니었던가. 문득 올해 6월 석문간척지에서 만난 한 농부가 콩을 심으며 했던 말이 환청처럼 기억 속에서 되살아났다.

“올해 석문간척지 농사는 망쳤어! 두고 봐! 어디 이 땅이 콩심을 땅이여? 아이고... 속 터져!”

콩, 고구마 등 타작물 수확량, 10% 미만

지난달 28일 농림수산식품부 농지과 사무관이 당진을 방문해 석문간척지 피해 현장을 조사했다. 농어촌공사 당진지사 직원들과 당진군농민회를 비롯한 농민단체 등이 피해 현장 조사에 동행했다. 현장을 찾은 농림수산식품부 농지과 조사반원들도 간척지의 농사 현황을 보고 놀라는 눈치였다.

농림수산식품부 조사반이 밝힌 이날 조사결과서에는 간척농지의 타 작물 재배 현황의 심각성이 여실히 드러났다. 조사결과표에 따르면 무는 충남 평균생산량의 0.4%에 그쳤다. 이는 충남평균 무를 1ha 심었을 경우 437만kg를 수확할 수 있었던 것에 반해 석문간척지에서는 수확량이 1만5천kg였다는 것을 뜻한다. 석문간척지 2.7ha에 심은 고구마는 4,600kg 밖에 수확하지 못했다. 이는 충남 평균생산량의 10.3%다. 들깨는 2.3%에 그쳤다. 농림수산식품부에서 1순위로 권장한 사료작물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수단그라스는 충남 평균생산량에 비해 13.4%, 옥수수는 1.6%였다. 심지어 21.4ha에 심은 호밀은 전혀 수확하지도 못했다.

실제 본지 취재기자가 석문간척지를 돌아본 결과 대부분의 경작지가 무성한 풀로 가득했고 풀 틈바구니에 자라지 못하고 죽어간 작물들이 남아 있었다. 비교적 관리가 잘 되어 밭고랑에 풀 한포기 없는 곳에서도 역시 작물은 시들어 죽어 있었다.

농민들 “생산비도 건지지 못할 지경”

김재용 씨는 “콩, 고구마는 10%~20% 정도 수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나마 호박은 전혀 수확할 것이 없어 종재는 고사하고 비료, 연료비, 인건비도 건질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영철 씨는 “30명이 법인을 세워 20ha를 임대받았는데 그 중 8ha에 심은 밭작물은 수확량이 전무하다”며 “사료대체작물 역시 수확이 20%가량도 안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씨는 “12ha에 사료형 대체작물로 심은 총채벼 종자대만 해도 270만원에 인건비, 기계임대비 등을 고려하면 들어간 돈이 수백만원인데 하나도 건지지 못하게 됐다”며 “농민들이 피해는 다 보고 어디다 호소할 때도 없으니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조재형 씨는 “봄에 수단을 심었는데 다 죽어서 갈아엎고 다시 콩을 심었지만 또 다 죽어서 결국 배추를 심게 됐는데 이마저 염해로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 현장조사에 동행한 한 농민의 말에 따르면 “자라다 만 고구마를 먹어보면 짠 맛이 날 정도”라며 염해에 대한 피해를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