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가을이다.
이즈음이 되면, 산에 들에 가득했던 초록이 해넘이 노을처럼 황금 빛깔로 옷을 갈아입는다. 사람들은 이 광경을 장관이라 표현한다. 특히, 이 노을빛은 우리의 마음을 숙연하게 만들거나, 이유없이 가슴을 뭉쿨하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자연이 주는 결실에 대한 유전자적 감흥일 것이다.
자연은 이러한 감동을 이미 알고 있는지, 우리 사람들을 유혹한다. 황금물결이 넘실대는 들녘과 오색단풍이 만발한 명산이 유흥지대가 된다. 우리는 이곳에서 땀의 댓가를 배울 수 있으며, 소리 없는 자연의 힘과 저력을 체험할 수 있고, 교만하지 않는 자연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인다. 아마도 자연은 이러한 공감대를 인간생명체와 특별히 나누고 싶어서 우리를 더욱더 야하게 유혹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생각이 드는 이유를, 필자는 제임스 러브록(James Lovelock, 1919년 7월 26일~,영국의 과학자, 가이아 이론의 창시자)이 주창한 가이아(Gaia)이론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가이아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지구의 여신’으로 제임스 러브록은 가이아의 이름을 빌어 다음과 같이 지구를 정의했다. “지구는 그 자체가 거대한 하나의 생명체로 그 위에 살고 있는 생물체들의 생존에 최적조건을 유지해 주기 위해 언제나 자기 스스로 조정하고 스스로 변화한다”는 가이아학설이 그것이다.
가이아학설의 깊은 내용은 차치하고라도, 필자가 생각하기에, 대지의 여신인 가이아가 고민하는 최고의 걱정거리는 우리 인간인 듯 싶다. 하나밖에 없는 지구생태계를 무참하게 유린하고 있으며, 혼자만 살겠다는 욕심이 끝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더 심각한 사실은 가이아가 만든 대지를 인간의 욕심대로 파괴하는 작금의 현실이다. 오직 돈이라는 종이쪽지를 더 많이 축적하기 위해서!
가이아의 유혹에 이끌린 필자도 가끔씩 가까이에 있는 야호대를 찾는다. 그리 높지도 않고, 볼거리도 많지는 않지만, 한 시간 정도만 걸어도 몸과 마음이 상쾌해진다. 가이아가 주는 마력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문예의전당과 신청사를 연결하는 도로를 만들기 위해 야호대를 절단한 지점에 도착하면 안타까운 마음에 몸서리가 처진다. 이렇게 야호대의 허리를 잘라서 도로를 내는 방법밖에 없을까? 굳이 도로가 필요하다면, 요즘 유행하는 에코브릿지도 있고, 그나마 훼손이 덜한 터널방식도 있을텐데....그리고 이러한 방식으로 도로를 만든다면, 도로를 이용하는 사람도 좋고, 야호대를 이용하는 시민들과 얼마 안되는 야생동물도 당진천과 대덕산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서 좋을텐데.....특히나, 다른 도시에서는 기존에 없는 생태축과 녹지축을 일부러도 만드는데...도대체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필자가 알기에, 이 도로의 최종계획은 야호대와 당진천, 그리고 대덕산으로 이어지는 녹지생태축을 연계시키기 위하여 에코브릿지로 계획되었었다. 그러나 시행과정에서 일부 토지주들의 민원으로 설계변경하여 지금과 같은 절개도로로 확정되어 가는 상황이라고 한다.
더 늦기 전에, 간곡하게 부탁하고 싶다. 야호대의 허리를 절단시키지 않는 방안을 같이 찾아 보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