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인가를 주민에게 묻고 주민회의를 통해 군 예산에 반영하는 것을 주민참여예산제라고 한다.

당진은 주민참여예산위원 20인을 군수가 임명하고 기업체 대표와 임원만 주민으로 인정하였으며 2012년 예산에 대해서 인터넷설문과 제안을 받았다. 서산은 2006년 만든 조례를 개정하면서 위원20명 중 5명을 사회단체 추천을 받아 시장이 임명하도록 하고 관련 규칙을 삭제하여 오히려 퇴보하였다. 특히 2006년부터 받은 인터넷 제안이 없고 낭비신고도 6건에 불과하였다. 홍성군의 경우에는 위원회 35명 중 반을 공개모집 하였으나 그 자격을 공무원 3년 근무자, 박사, 교수로 한정하여 2007년부터 위원회 구성도 못하고 있다. 예산과 청양은 ‘위원회, 협의회, 연구회를 둘 수 있다’ 는 관련 규칙을 만들지 않아 있으나마나한 조례로 만들었다. 이렇듯 충남 서북부의 주민참여예산 조례는 지역위원회, 협의회, 위원회공모제가 없고 실천과 홍보도 없어 사문화가 진행 중이다.

행정부는 예산은 전문분야이기 때문에 주민참여예산제는 시기상조라고 한다. 누가 전문가일까? 지역에 대해서는 지역민이 전문가이다. 우리는 학식과 경력을 가지고 투표권을 제약하지 않는다. 따라서 모든 주민에게 주민참여예산위원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특히 지역위원회의 경우는 부산 해운대구 처럼 원하는 지역주민 모두가 되어야 한다. 위원회를 공모한다 하더라도 군수에게 위촉권을 주면 결국 공무원이 선정하게 되는데 어찌 공무원에게 선발 권한을 주어야 하는가? 즉 대표성과 전문성을 논하면서 위원의 자격을 규제하고 공무원에게 선출을 위임하게 하는 방식은 주민참여예산제의 근본적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다.

의회는 주민참여예산제가 의회의 예산심의권을 침해한다고 한다. 납세자는 정책의 소비자이다. 정책의 생산부인 행정부에서 소비자인 주민의 의견을 물어 제품의 품질을 높히겠다는데, 불량정책 선별과 소비자 불만접수를 맡은 품질관리 부서인 의회가 자기권한을 침해 받는다는 꼴이다.

주민참여예산제를 특정 이해관계자가 악용할 것이라는 반대도 있다. 하지만 현재 예산결정 시스템이 훨씬 위험하다. 첫째로 권력에 가까운 사람만이 이야기 할 수 있는 구조로 여러 낭비와 비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둘째는 간접적인 민의의 전달로 인해 정책과 실제 욕구의 괴리가 생겨 정치에 대한 불신이 조장된다. 셋째는 위원회를 만들어도 심지어 군의원과 공무원이 50% 이상이고 나머지도 전문적 식견을 핑계로 공무원이 선발하여 행정편의적인 예산을 수립한다.

당진군은 주민참여예산제를 만들고 나서 홈페이지에 ‘예산편성 우선순위 설문조사’를 했는데 이에 응한 200여 명 중 공무원이 54%였다. 결국 공무원의 욕구조사를 한 셈이 되었다. 또 예산에 대한 제안을 받았는데 총 26건 중에 18건이 한 가지 제안이였다 (푸르지오아파트부터 탑동초등학교까지 육교 건설). 하지만 이것은 주민참여예산제의 폐해의 예가 아니라 오히려 홍보부족과 참여방법의 제안이 어떤 결과를 유도하는 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당진참여연대는 같은 기간 거리에서 또 축제 등에서 주민들에게 직접 제안을 주관식으로 받았고 총 417건의 제안을 군에 제출하였다. 그 결과를 보면 공무원은 도로의 확·포장을 원하는데 비해 군민들은 대부분 가로등과 인도의 정비를 요구하였다. 당진군은 온라인으로 생색만 내는 주민참여예산제를 이제 포기해야 한다. 노령화 사회라고 하면서 왜 온라인을 고집하는가? 이제 통치의 시대가 끝났음을 군과 의회는 인정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