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할아버지 저 은비예요. 하늘에서는 잘 계시나요?

제가 사는 지금 이 땅에는 쌀쌀한 가을이 왔어요. 아침, 저녁엔 쌀쌀하지만 점심때는 잠깐 여름이 온 것 같아요. 할아버지!

생각나시나요? 제가 배추를 심을 때 애벌레를 보고 놀랐을 때 애벌레를 치워주시고 저의 등을 토닥토닥 두들겨주시며 저를 달래주셨잖아요. 그때 할아버지의 품이 난로보다도 따뜻했어요.

그땐 부끄럼이 많고 수줍음을 많이 타서 금방 도망갔지만 잠깐 동안이나마 느꼈던 따뜻한 품과 손길이 그립더라고요. 저도 할아버지의 인자하신 모습을 닮고 싶네요. 그리고 할아버지 제가 제일 생각나는 것이 무엇인지 아세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간장게장인지 아시죠? 할머니 댁도 있고 강아지 똘똘이도 있을 때 간장게장 많이 있었잖아요. 그 간장게장을 할아버지가 손으로 발라주실 때 처음엔 속으로 ‘아이 더러워!

저걸 어떻게 먹어? 아유~’ 하면서 조금씩 피하며 그래도 성의를 생각하며 억지로 먹었어요. 하지만 지금 성장하며 할아버지의 그 마음을 알 것 같았어요.

지금까지 쭉 생각해보면 할아버지께서는 누구보다도 저를 이끼고 사랑해주셨어요. 경운기도 태워주시고 위험하면 도와주시고 좋은 것도 먹여주시고 시골에 대해 잘 모르는 저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시고 체험시켜 주시고 국화축제 때도 돈 안 내고 소마차도 태워주시고 저 좋은 할아버지를 만난 것 같아요. 하지만 믿기지가 않았던 사실이 제 귀에 들어왔어요.

그 소리를 듣고 ‘설마, 아닐꺼야’라고 했지만 할아버지는 암 때문에 중환자실에 갔다는 사실이죠. 믿기지가 않았어요. 거기엔 제가 출입하지도 못하는 곳이고 병이 심각한 사람만 들어가는 곳인데… 그곳에 할아버지가 계신다는 것이 충격이었죠.

전 할아버지가 어떤 상태인지 정말 보고 싶었어요. 정말 의사 몰래 들어가고도 싶었고요. 하지만 더 큰 충격이 나에게 휩싸여 왔어요.

그러고는 할아버지는 저에게 작별인사도 못하고 멀어진 것이에요. 그때 많은 눈물을 흘렸어요. 저의 큰아빠와 같은 할아버지가 저의 눈에서 없어지는 게 전 믿지 않으려고 했어요.

하지만 믿어야 되는 것을…. 그리고 할아버지! 제가 할아버지와 함께 나눈 추억을 생각하며 고추를 심은 게 지금은 빨갛게 익었어요.

할아버지 고추 드시러 꼭 오세요. 그리고 하늘에서도 저 은비 잘 지켜봐주세요. 하늘에서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