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행복을 바란다면

남연숙

- 방송작가

- 당진읍 원당리 청구APT

추수가 끝나고 어느날 문득 겨울외투를 입게 되면 한바탕 전쟁을 치르는 것 같은 대학입시가 기다리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받은 점수를 가지고 어느 대학, 어떤 학과를 선택할까 하는 고민이 이어진다.

본인이 고3이던 시절, 공부를 마치고 돌아가는 매일 밤, 과연 어떤 학과를 선택할까 하고 고민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별 특별한 재주나 관심분야가 없었던 본인에게는 실로 망망대해를 헤매는 듯한 답답함이었다. 혼자서 생각하고 결정하기에는 세상에 대해, 인생에 대해,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 너무나 모르고 서툴렀다.

결국은 점수에 걸맞는 전공을 선택했고, 그로 인하여 많은 시간들을 내 길을 찾는데 헤매게 되었다. 그때 누군가가 나에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으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세상의 흐름을 이야기 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지금도 남아 있다.

온통 자신의 인생을 자녀의 성공과 출세를 위해 내던지는 많은 부모들에게 자녀가 공부 잘하여 좋은 대학에 들어가게 하는 일은 더할 수 없는 삶의 과제이자 목표가 된다. 그리하여 수입의 절반이 넘는 돈을 아이들 교육비에 투자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고등학교 때 공부를 그다지 잘하는 편에 들지 않았던 사람이 있었다. 그가 이십여년전 이름도 생소하고 점수도 별볼일 없는 사진학과라는 전공을 선택했을 당시에는 그의 안목있는 부모님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를 관심있게 보지 않았다. 그가 지금은 대학에서 유명교수로 사진학 강의도 하고 인정받는 사진작가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의 부모님은 그가 받은 성적을 가지고 그가 최대한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미개척분야지만 전망이 좋은 사진학이라는 분야를 제시했던 것이다. 그의 부모는 그에게 비싼 과외를 시켜주지는 못했지만 남들보다 한발 앞선 안목으로 그의 진로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

그러고 보면 자녀의 성적을 올리기에 모든 노력과 돈과 관심을 쏟는 것보다는 부모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과 앞을 내다보는 식견을 가지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이 자신은 물론 자녀를 위해서도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사회와 세상에 대한 안목이 깊어지면서 부모는 진지하게 자녀의 앞길에 대해 생각하고 우려할 것이며 자녀를 황폐하게 하는 입시위주의 교육현실에 과연 부모가 편승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빠질 것이다.

또 다른 아는 사람이 직장일로 빠리에서 삼년을 살았다. 일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문제가 생겼다. 평소 온순했던 열두살짜리 아이가 한국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극구 버티는 것이다. 다른 건 다 부모를 따르고 양보할 수 있지만 빠리에서 학교 다니는 것 만큼은 양보할 수 없단다. 그 아이는 한국에서 특별히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닌 극히 평범한 아이였다.

프랑스와 한국의 문화비평으로 유명한 홍세화씨가 한국과 프랑스의 교육현실의 차이를 자신있고 명쾌하게 적은 것이 있다. 한국교육은 경쟁에서 승리한 자가 패배한자를 지배한다는 적자생존의 논리와 강자 지배논리에 순응시키는 것이다.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줄곧 ‘추려내기’를 할 뿐 ‘끌어올리기’를 하지 않는다. 한국의 교육은 불평등에 기초해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사회현실을 보이지 않게 가리면서 합리화시키는 억압의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프랑스의 교육은 ‘추려내기’ 보다는 ‘끌어올리기’에 가깝다. 불평등을 없애지는 못하고 또 완전히 없앤다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적어도 불평등이 심화되지 않도록 교육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 아이는 이와 같은 사실을 어린 나이에 몸소 체험했기 때문에 프랑스에서 인간답게 교육받기를 고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입시지옥에 내몰려 황폐해져버린 우리의 자녀가 5%의 강자에 속하기 위해 발버둥을 치다가 그것에 실패하는 대다수의 95% 자녀는 좌절감과 패배감만 맛보게 되는 부조리한 놀음에 부모가 악을 쓰고 편승하고 있는 것도 사실은 가진 자만이 특권을 누리고 행복할 수 있는 지배논리에 너무나 익숙하고 또 그것에 한이 맺혔기 때문이다.

우리 부모가 우리의 자녀를 진정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면 보통의 우리 자녀를 무조건 일류대로 몰아부치는 잔인한 사랑은 그만두고 싶다. 그 대신 돈이 없어도 권력이 없어도 당당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선진화된 사회로 개선시키는 데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자녀를 진정 행복하게 해주는 길임을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실천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