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한미 자유무역협정(이하 FTA) 협상 타결 후 4년 4개월만인 지난해 11월 22일, 수많은 농민들의 반대와 우려 속에 끝내 여당의 단독처리로 한미 FTA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한미FTA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야 5당, 시민단체, 시민 1만여 명이 서울시청 광장에서 ‘한미FTA 비준 무효· 비준안 철폐·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었고 국내 곳곳에서 농민을 포함한 시민들의 촛불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한미FTA 체결로 인해 농업 부문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당진에서는 이미 세 달 전부터 한미FTA 반대 촛불 집회가 계속되고 있다.
당진의 농민들은 구체적인 대책도 없는 상황에서 들이닥친 ‘한미FTA 발효’에 불안해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한미FTA가 당진농업과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분야별로 분석하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연재기사를 8회에 걸쳐 보도한다.
최근 웰빙식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닭고기와 오리고기가 한미FTA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수입산 닭고기의 경우 미국산이 주를 이루고 있고 다리와 날개 부위 등 부분육 수입 비중이 높은 것을 미뤄볼 때,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되면 국내 닭고기 생산농가들의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산 닭고기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이미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한미FTA 체결로 인해 현재 18~20%의 관세가 부과되는 통닭은 12년 후에 관세가 전면 철폐된다. 냉동상태로 수입되는 가슴살과 날개 등도 12년에 걸쳐 무관세화 된다. 냉장닭고기(현행 관세 18%)와 냉동육 가운데 닭다리 및 기타 절단육(20%), 닭 가공품(30%)은 10년 후에 관세가 철폐된다.
난가공품도 국내산의 생산원가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관세가 완전 철폐되면 수입량이 급증해 규모가 영세한 국내 난가공업체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당진시에는 현재 632농가가 양계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457만여 수가 사육되고 있다. 당진 내 양계 농가들 역시 한미FTA에 따른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사)대한양계협회 당진시육계지부 한용현 지부장은 “한미 FTA가 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체결됨에 따라 양계를 비롯한 축산업계가 모두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며 “악법을 만들려거든 대책이라도 세워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생산비 높은 양계, 지금도 수입 의존율 높은데...”
수입산 사료에 의존하는 건 닭 역시 한우나 돼지와 다를 바가 없다. 때문에 최근 양계 농가 역시 생산비에 대한 부담이 크다. 더군다나 한우나 돼지보다 생산비에 더 많은 부담을 안고 있는 양계농가의 경우 최근 겨울로 접어들면서 육계 시세가 생산원가를 크게 웃돌고 있는 실정이다.
당진시육계지부에 따르면 평균 생산원가는 1800원대인데 반해 지난달 27일 기준 육계시세(중간크기)는 1500원이다. 그나마 실제 거래가는 1500원대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양계 농가들은 지금도 수입산 닭고기에 대한 의존율이 높은데 관세까지 철폐하면 가격경쟁력에서 저렴한 수입산 닭고기를 당해 낼 수 있겠냐며 한숨을 토했다.
이종승 전 지부장은 “수입산 닭고기가 관세조차 철폐된 채 국내로 들어오게 되면 국내산 양계농가의 타격은 생각보다 더 클 것”이라며 “미국산 닭고기가 현재 수입 닭고기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그 피해는 더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축사육제한조례, 국내 양계업 발목 잡아
양계 농가들은 한우, 양돈 농가에서 지적했던 것과 같이 가축사육제한조례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해 10월 정부가 가축을 사육하는 장소를 사람이 주거하는 곳에서 멀리하라는 ‘가축사육제한구역 지정권고안’을 마련했다. 이에 지자체에서는 권고안에 준하거나 강화된 제한구역 조례를 잇따라 채택하고 있다. 당진의 경우 지난해 7월 ‘가축사육 제한 조례 제정안’을 입법해 현재 지형도면을 제작 중에 있다. 당진시의 조례에 따르면 주거밀집지역 중 행정리 또는 자연마을 형태의 10호(독립적 실제거주자) 이상의 인가가 밀집된 지역의 주택부지 경계선으로부터 축사부지 경계선까지 500m 이내는 돼지·닭·개와 300m 이내 오리·양·사슴·소(젖소)·말의 사육은 일부제한 지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가축사육제한지역에서 가축을 사육하는 경우 최고 1천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당진시육계지부 관계자는 “당진의 조례에 따르면 군내 전체 면적 중에 양계업을 할 수 있는 면적은 41%밖에 되지 않는다”며 “가축사육제한조례로 인해 양계 농가가 시설에 투자하는 것도 어려워지게 됐다”고 말했다.
양계 농가는 “대책을 세우지는 못할 망정 수입산 닭은 관세를 철폐해 문을 열어주고 국내 농가는 시설 개선도 하기 어렵도록 조례까지 만든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정부의 정책”이라고 성토했다.
*TRQ(관세율할당) : 관세할당으로 특정품의 수입에 대해 일정량까지 저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이를 초과하는 수량의 경우에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해 과도한 수입을 막고 동시에 국내 생산업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이중과율제도
한미FTA 관련 릴레이 인터뷰 | (사)대한양계협회 당진시육계지부 한용현 지부장
“한미FTA와 가축사육제한 조례는 앞뒤 안 맞는 정책”
“한미FTA는 폐기되어야 합니다. 한미 FTA로 축산이 무너지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높습니다.”
한용현 지부장은 “대책도 세우지 않고 한미FTA를 체결부터 하면 농가들은 어떻게 하란 말이냐”고 정부에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당진의 경우 절반가량의 농가들이 무항생제인증과 친환경인증을 받았습니다. 농가들의 자구책 마련도 필요하겠지만 한미FTA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는 무엇보다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한용현 지부장은 “현재 육계 시세가 생산원가를 크게 웃돌면서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관세가 철폐된 미국산 닭고기가 국내에 밀려 들어오게 되면 영세한 농가를 시작으로 양계 농가들은 하나둘 축산업을 포기하게 될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한 지부장은 한미FTA와 더불어 지난해 정부의 방침안에 따라 당진시가 조례를 제정한 가축사육제한조례에 대해서도 강력히 문제를 제기했다.
“가축사육제한조례에 따라 당진시 전체 면적 중 59%가 양계를 할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첩첩산중에 가서 양계업을 하란 이야기인데 이말은 곧 양계업을 하지 말란 말이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기존의 양계 농가들도 시설을 개선하고 증축하기도 어려워집니다. 한미FTA 체결로 인해 수입산에 맞서 시설을 개선하는 등 농가에게 자구책을 마련하라고 하면서 가축사육제한조례를 만든 건 앞뒤가 맞지 않죠.”
한 지부장은 “2세들이 양계를 더 이상 가업으로 이어받으려고 하지 않는다”며 국내 양계 자급에 대한 우려도 내비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