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미 자유무역협정(이하 FTA) 협상 타결 후 4년 4개월만인 지난해 11월 22일, 수많은 농민들의 반대와 우려 속에 끝내 여당의 단독처리로 한미 FTA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한미 FTA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야 5당, 시민단체, 시민 1만여 명이 서울시청 광장에서 ‘한미 FTA 비준 무효· 비준안 철폐·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었고 국내 곳곳에서 농민을 포함한 시민들의 촛불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한미FTA 체결로 인해 농업 부문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당진에서는 이미 세 달 전부터 한미 FTA 반대 촛불집회가 계속되고 있다.

당진의 농민들은 구체적인 대책도 없는 상황에서 들이닥친 ‘한미 FTA 발효’에 불안해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한미 FTA가 당진농업과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분야별로 분석하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연재기사를 8회에 걸쳐 보도한다.

홀로 인적이 드문 깜깜한 밤길을 걸으면 누구나 긴장을 하게 된다. 미래를 알 수 없는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 때문이다. 한미FTA를 대하는 농가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한미FTA 체결로 농업에 대한 피해가 예상되긴 하지만 그 실체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없어 더 큰 두려움에 시달린다.

인삼연구회 신은철 회장은 “대다수 농민들은 시골에서 농사만 짓고 살아왔기 때문에 인터넷 사용도 미숙해 정보 취득이 쉽지 않다”며 “누구 하나 정확한 실태를 알려주는 곳이 없어 답답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실태 파악이 되지 않으니 대책 마련은 더욱 먼 얘기다. 한미FTA 대응 방안으로 나온 대책을 살펴보면 유류비 지원, 시설 현대화 지원 등 지금까지 해왔던 농가지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26.9%에 그치고 있다. 그 중 쌀이 95%가량을 차지한다. 쌀을 제외한 식량자급률은 5% 정도로 거의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식량이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요소이며 농업은 포기할 수도 포기해서도 안되는 산업이다. 한미FTA로 미국의 값싼 농축산물이 밀려오면 농업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농업을 살리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이유다. 작목별연구회 김봉규 회장은 “축산의 경우 산업 전체가 무너져 내리고 있으며 농산물 또한 경쟁력 하락이 우려된다”며 “한미FTA로 인한 타격은 불 보듯 뻔한 만큼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고구마]“경쟁력 갖춘 품종 집중 육성”

대다수 품목이 공유하고 있는 농업의 문제점은 비료값, 인건비, 종자비, 임대료 등 각종 생산비용은 증가하는 반면 농산물 가격은 불안정하기 때문에 수익이 하락하는 데 있다.

고구마연구회 김봉규회장은 “정부와 지자체에서 다양한 보조사업을 실시하고 있지만 대부분 일부 지원에 그쳐 기본적인 자본이 부족한 농가들은 지원 받고 싶어도 신청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농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현실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특성에 맞는 특작 품종을 육성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고구마, 감자, 블루베리 등 지역에서 잘 크는 작목을 선정해 연구·개발하고 농민들에게 교육·지원해 우수 품종들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의 대량 생산 방식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원하는 요구에 대응해 우수한 품질의 친환경 농산물 재배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모든 농가들을 대상으로 일괄적으로 지원하기 보다는 기술지도와 장비지원, 교육 등 농가들이 필요한 부분을 파악해 맞춤형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감자]“저장과 선별, 세척 통해 상품성 키워야”

농산물이 수요량은 일정한 데 반해 공급량은 기후와 출하시기에 따라 큰 격차를 보여 가격변동성이 심하다. 생산량이 5%만 늘어나거나 줄어도 가격은 20%가량이 출렁인다고 할 정도다. 반대로 생각하면 안정적인 생산물량 확보와 출하 시기를 조정하는 것이 농가 수익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다.

작물의 생육은 기후에 영향이 크다. 이 때문에 ‘농사는 사람이 아닌 하늘이 짓는다’는 말이 있다. 하우스 등 시설투자를 통해 문제를 줄일 수는 있지만 넓은 농토를 모두 하우스로 만들 수도 없고 자연의 힘을 거스를 수도 없다. 출하 시기를 조절하는 것이 다른 방법이 될 수 있다. 생산된 제품을 선별하고 세척해 상품 가치를 높이고 저장시설을 통해 홍수출하에 따른 가격 하락을 막는 방법이다. 박유선 감자연구회장은 “송악농협과 당진APC 등의 저장시설이 있지만 개별 농가들이 이용할 수는 없다”며 “저장과 선별, 세척시설 등은 실효성은 높지만 초기투자 비용이 커 농가에서 직접 만들기는 힘든 만큼 지자체와 농협 등에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호박]“소비자 기호에 맞는 상품 생산”

단호박연구회 조인선 회장은 “호박은 오래 저장할 경우 식감과 당도가 떨어져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며 “미국산은 멀리서 가져오는 만큼 품질에서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보다는 품질 경쟁에서 앞서 한미FTA 파도를 넘어선다는 계획이다.

또한 조인선 회장은 “적은 수량을 생산하더라도 소비자 기호에 맞는 고품질의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며 농가의 노력을 강조했다.

반면 농산물 유통구조에 대해 지적했다. 조인선 회장은 “현재는 가락시장 등 도매상을 거쳐 시장에 유통되다 보니 물류비용이 상승해 소비자 가격에 비해 농가들에게 돌아오는 수익이 적다”며 “지역의 농산물을 소비하는 형태로 구조를 개선해 불합리한 유통 비용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인삼]“인력 확보가 관건”

인삼은 손이 많이 가는 작목이다. 신은철 인삼연구회장은 “벼농사는 기계화가 이뤄져 구두 신고도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농담을 하고 한다”며 “반면 인삼 농사는 손이 많이 가는 작목이라 인력 확보가 관건이다”고 말했다.

인삼은 대표적인 고소득 작목으로 알려져 있지만 자재비와 인건비 등의 상승으로 수익이 예전만 못하다. 부족한 일손을 보충하기 위해 사람을 고용하려 해도 대부분 60대 이상의 고령자다. 신은철 회장은 “해야할 일은 많은데 할 사람이 없다”며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눈에 뻔히 보이는데 사람이 없어 손을 쓰지 못해 답답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농가들은 작목별로 각각 다른 해법을 내 놓았다. 그만큼 작목별 취약한 부분과 필요한 부분이 다르다. 동일한 농업 정책으로는 제대로 된 효과를 낼 수 없는 이유다. 농업 정책이 수요자 중심의 대책을 마련해 깜깜한 어둠 속에서 길을 해메는 농민들에게 빛을 비추는 역할을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