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차장 이승문(48세)씨

당진의 진짜 터줏대감, 호랑이를 닮은 새해이길

당진의 터줏대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승문씨는 48년을 계속 같은 자리에서 살아왔다. 아니 부모님이 살아온 것까지 합하면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이곳에서 지낸 것이다. 10여년을 운영하고 있는 세차장은 예전의 집터를 헐고 자리잡은 것. 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부모님이 경영하던 청과상회를 20년동안 하였다.

그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년정도 서울에서 회사생활을 했었다. 그러다 부모님이 어렵게 장사를 하시는 모습이 안타까워 6남매중 둘째지만 ‘나라도 같이 해야겠다’는 다짐으로 다시 당진에 내려와 지금에 이른 것이다.

세차장을 하기 시작한지도 꽤 오랜시간이고 일이 어려워 사람을 둘만도 한데 굳이 부인과 자신이 직접 손님의 차를 세차한다.

“차는 개인의 자산이며 차안에는 사생활도 있어 비밀을 유지해야 해요. 또 주인이 직접하면 손님도 믿고 편안히 맡기구요”라고 이유를 말한다.

당진읍엔 11개의 세차장이 있는데 이씨가 가장 오래되었다. 5년전에는 세차하는 사람도 많았는데 요즘은 경제도 경제지만 주유소에서 세차를 해주기 때문에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그것 때문은 아니지만 이씨는 언젠가 이 직종도 바꾸고 싶다.

“처음에는 희망을 갖고 세차를 시작했는데 요즘은 손님과의 어색함 때문에 이 일이 자꾸 어려워져요.”

의외로 세차를 맡기는 사람이 나이드신 분보다 젊은 20~30대가 많은데 예절도 없고 나이에 안맞게 사치하는 모습도 거북스럽기 때문이다. 지금은 아이들이 대학을 다녀서 승패를 가름할 수 없는 일에 도전하기가 어렵지만 졸업을 하면 시도할 계획이다.

어머님 건강하시고 자식들 잘자라서 다행이긴 하지만 경제가 이러한 판에 더 절약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한다. 하지만 실생활을 찬찬히 둘러보면 그는 자동차도 타고 다니지 않고 걸어다니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자리를 지키고 있다.

“새해는 호랑이의 해입니다. 호랑이는 밤에 움직이는 것이 일상화 되어 있지요. 호랑이를 닮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비적이고 나태한 나날을 보낼 것이 아니라 그저 근면성실하게 일하고 지역의 발전을 모두가 앞장서서 이루어 내는 한해가 되길 바랍니다.”

수진꽃방 이수진(25세)씨

“밤에 태어나 다들 장군감이라 했죠”

여자가 범띠면 흔히 팔자가 드세다고들 한다. 그런데 이씨는 한술 더 뜬다. “밤에 태어난 사람은 더 하다는데 저는 딱 그때 태어났어요. 다들 장군감이라고 했는데”하며 당당한 모습이다. 실제로 장군은 아니지만 이제 25세가 되는 범띠아가씨 이수진씨는 벌써 사장이다. 비록 조그만 꽃가게의 사장이긴 하지만 친구들이 찾아와 부러워한다며 은근히 자랑한다.

이제 겨우 꽃집을 시작한지 1년이 지났다. 처음엔 어떻게 운영을 해야 하는지도 몰랐고 손님에게 실수하지 않을까 조심스러웠던 것이 사실인데 지금은 자신이 있다. 손님이 탁 들어오면 어떤 꽃을 얼마나 살지도 짐작이 가고 손님이 좋아하는 취향에 맞추어 만들줄도 안다.

넉넉한 웃음으로 꽃을 만들어 주며 “너무 예쁘죠? 주기 싫은데요!”하며 여유도 보여준다. 또 그만큼 정말 자기마음에 들도록 열심히 만든다. 손님에게 예쁜꽃을 만들어 줄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이 일을 시작하며 수영이나 영어·일어공부도 계속하고 싶었는데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와야 하기 때문에 그런 여유시간이 부족한게 다만 아쉬울 뿐. 그러나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게 몇배는 더 행복하다. 지난 일년을 성공했다고 보기엔 아직 이르지만 이씨는 자신의 길을 찾고 기반을 다졌다는데 의미를 둔다.

“꽃가게 1주년 기념식 날 후배가 꽃다발을 가져다 주었다”며 자기도 꽃선물을 받는다고 흐뭇해하는 이씨. 원예학과를 졸업하여 적성에 맞게 사회생활을 하는 이씨는 97년이 빨리가길 기다렸다. 97년이 시작할 때부터 ‘다음해는 범띠해’라며 좋아할 정도로 98년을 기다린 것.

“98년은 제가 범띠니까 저의 해쟎아요. 그냥 좋아요. 모든 것이 다 잘 풀릴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그녀는 이미 새해준비도 끝낸셈이다. 할 일을 정했기 때문이다.

“새해엔 열심히 해서 공간도 좀 넓은 데로 옮기고 인테리어 소품까지 취급하고 싶어요.”

그리고 당장 98년에 이루어질 일은 아니지만 꽃꽂이 공부도 열심히 해서 세계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한다. 욕심이 많은 것이 아니냐면 “그건 욕심이 아니고 목표죠. 목표가 있어야 한단계 한단계 성취하는 삶이 있는 것 아니겠어요?”

그런 이씨는 결혼은 자유를 충분히 만끽한 후 늦게 하더라도 애인은 새해에 생겼으면 하고 깜찍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당진초교 5년 송찬영(12세)군

“새해에는 꼭 유단자가 될거예요”

아직은 친구들과 어울리며 놀때가 가장 즐거운 나이 12살. 찬영이는 학교에서 남자들끼리 운동장을 달리며 얼음땡 놀이와 술래의 행동을 뒤따라하며 달리는 탈출놀이, 숨박꼭질놀이를 잘한다. 여자친구와 놀면 “얼레리 꼴레리” 놀림을 받아 남자하고만 논다.

찬영이를 만난 곳은 태권도를 배우는 체육관이었다. 요즘은 방학이라 1시부터 나와서 연습을 한다. 얼마전에 품띠를 땄다고 자랑이다. 1품부터 6품까지 나누어지는 과정을 거치면 품띠를 따고 고려라는 동작을 새롭게 배운다고 설명해 준다. 태권도를 배우며 가장 어려웠던 적은 처음에 기초를 배울 때였다.

“요즘은 그때 배운 것이 가장 쉽고 기초동작을 다 배워놔서 새로 배우는 동작은 쉬워요”하며 기초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것이 은근히 어른스럽다.

찬영이는 태권도를 하며 편식을 하지 않게 되었다.

“저는 버섯이 제일 싫었어요. 미끈덕미끈덕한게 먹을 수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잘먹어요. 운동 끝나고 집에 가면 배가 고파서 이것저것 차려진건 모두 먹게 되거든요.”

가끔은 그걸 다 먹어도 배고플 때가 있다며 자꾸 튼튼해지는 것 같다고 말한다. 어렵지 않을까 싶었지만 원래 2시까지 하는 연습인데 더 하고 싶어 3시까지 하고 가기도 한다.

찬영이의 방학숙제는 독후감과 만들기 두가지이다. “숙제가 없으면 놀기만하니까 공부도 조금씩은 해오라는 뜻이에요”하며 말한다. 독후감은 제일 존경하는 이순신장군 위인전을 읽고 쓸 계획이고, 만들기는 아직 주제는 정하지 않았지만 요구르트병과 컵라면 그릇을 모으고 있어 그걸 재료로 만들 것이라고 한다. 방학에 엄마, 동생과 여행도 갈 계획이다. 함께 서울에 올라가 지하철 타는 걸 배우며 삼성어린이 박물관에 들려 컴퓨터도 배우고 롯데월드도 가고 식물원도 들를 것이라며 들떠있다.

동생에게 자기가 좋아하는 먹을 것을 뺏겨 속상해하는 평범한 소년 송찬영. 이 아이는 새해에 꼭 유단자가 될 것과 언제나 학생과 함께 이야기하고 소풍가서도 같이 놀아주던 4학년때의 담임 이명숙 선생님이 98년에 다시 담임으로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램을 말한다. 그리고 새해에는 부모님께 공부도 더 열심히 하고 동생에게도 잘하겠다는 편지도 쓸 것이다.

미래의 꿈이 과학자인 찬영이는 “왜”라는 물음에 아직 낯설지만 어쨌거나 자기와 띠가 같은 해가 돌아와 마냥 기쁘다. 이런 찬영이가 티없이 맑게 자랄 수 있는 해로 만드는 것은 어른의 몫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