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 친구들 잊지 않고 살거예요”

중앙생명 당진영업소 이 경희 씨

중앙생명 당진영업소에서 근무하는 이경희(25세)씨는 부지런하고 소박한 멋을 지닌 쥐띠 아가씨다. 감각적인 것을 좋아하는 신세대답지 않게 등산과 독서등 점잖은 취미를 갖고 있기도 하다.

농사짓는 부모님과 남동생, 오빠와 함께 채운리에서 살고 있는 그는 당진상고를 졸업하고 이내 직장생활을 시작해 사회초년생 딱지는 벌써 떼어냈다.

마감날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한가한 편이지만 그는 출근시간 전에 사무실에 나와 촉박하지 않게 하루를 시작한다. 영업을 뛰는 아주머니들처럼 철저한 일정표가 필요한 일이 아님에도 무의식적으로 흘려보낼 하루하루가 염려돼 체계있는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달에 두번 찾아오는 휴일에는 타지역 영업소 언니들과 자주 산에 오르기도 했었는데 요즈음 들어 친구들의 결혼식이 잦아져 짬을 내기가 어렵다. 올해는 더욱 많아질 것이다.

“결혼한 친구한테서 너무 행복하다는 편지를 받은적이 있어요. 한때는 결혼이 자유를 앗아간다고 생각해 독신으로 살겠다고 다짐한 적이 있었는데 가정이라는 작은 공간에서도 얼마든지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걸 알았죠”

그래서 비록 다급하진 않지만 자신과 ‘닮은 사람’이 나타나면 언제든 결혼할 생각이란다.

새해에는 생각만 하고 시작을 못한 운전면허를 따고, 농사일에 바쁜 부모님을 더 많이 도와드리겠다는 것이 이경희씨의 다짐이다. 그리고 함께 꿈을 나누었던 옛 친구들과 선생님들을 잊지 않고 살고자 했다.

= “어려운 이웃과 나누며 살아야죠”

합덕 기린종합장식 안 익 모 씨

합덕읍내에 있는 기린종합장식 대표 안익모(37세)씨는 성실하고 대인관계가 좋기로 이름이 나 있는 합덕 토박이이다.

합덕청년연합회와 JC, 의용소방대등 사회활동에도 둘째가라면 서운할만큼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그는 새파란 나이에 겪었던 사업실패를 뒤로하고 불과 몇년 사이에 새사업의 기반을 탄탄히 다져 놓을만큼 수완도 좋다.

종업원 없이 사업을 해나가는 바쁜 와중에서도 그는 지난 한해동안 JC회원으로 대건노인대학에서 하고 있는 무의탁노인 도시락 싸주기 사업에 배달원으로 참여했다.

그는 어떤 모임에서든 지켜보는 사람으로 남아있길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의용소방대에 들어오라는 주위의 권유를 받았을 때에도 고민을 많이 했다. 사업에 바쁜 나머지 ‘괜히 여기저기 이름만 걸어놓고 말면 어쩌나’ 싶은 걱정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40년이 넘게 의용소방대로 봉사해 오셨으면서도 아쉬워하는 아버님을 보면서 결단을 내렸다.

그는 올해 그동안 미처 몰라서 못해왔던 일을 한가지 계획하고 있다. 소년소녀가장 세대에 도배를 해주는 일이다. “조금만 신경써서 주위를 돌아보면 봉사할 일은 얼마든지 있다” 는 안익모씨.

그의 새해소망은 칠순의 노부모님이 건강히 한해를 보내시고, 두살, 세살난 두아들이 탈없이 자라주는 것이다. 또 ‘맘은 그렇지 않은 데’ 무뚝뚝하게 대해 왔던 아내에게도 좀더 부드러운 남편이 되겠단다.

= “무공해 우리밀 찾는 발길 이어졌으면”

우리밀 판매장 식당 정 명 례 씨

당진군청 옆골목에서 남편과 함께 우리말 판매장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정명례(49세)씨는 깐깐하면서도 호쾌한 성격을 지닌 맹렬여성이다. 잠시도 몸을 놀리지 않고는 못배길 정도로 일욕심이 많다보니 쉰을 넘보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늘 젊게 산다.

정씨에겐 지난 한해가 유난히 분주했다. 우리밀 살리기 운동에 발벗고 뛰어다녔던 남편을 따라 ‘팔자에 없던’ 식당을 차리게 된 것. 손바닥만한 가정집을 세내어 개업한후 줄곧 혼자 주방일을 도맡아왔다.

한참 어려웠던 시절엔 한복 바느질에 신발장사, 옷장사, 항아리 장사까지 안해본 일이 없지만 식당일도 보통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무공해 우리밀 보급’이라는 순수한 뜻을 갖고 시작한 일이기에 어려운 가운데서도 보람은 있었다.

좀 아쉬운 것이 있었다면 식당일 덕에 5년전부터 꾸준히 다녀온 보험회사 일에 다소 소홀했던 것. 주머니 돈이 쌈짓돈이라지만 사장님인 남편에게 월급을 못 받아본 것도 억울(?)하단다.

96년엔 뭔가 달라질듯싶다. 한달에 적어도 두건 이상은 보험실적을 올릴 수 있을것 같고 농약과 수입농산물에 염증을 느낀 주민들이 속속 우리밀을 찾게 될것같다.

‘형제들에게 우리밀 칼국수를 맛뵈야 한다’고 일요일에도 문을 열던 무심한 남편도 휴일엔 오붓하게 등산이라도 가자고 할것이다. 군대 가 있는 아들이 무사히 제대하고, 고3이 되는 막내딸도 열심히 공부해 대학교를 갔으면 하는 바램은 여느 부모들과 똑같다.

정씨는 몸만 건강하다면 올해만큼은 100% 만족스런 한해가 될것이라고 자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