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007 퀀텀 오브 솔러스(Quantum of Solace, 2008)’는 비극적인 죽음을 맞은 연인의 복수를 위해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비밀에 쌓인 거대한 조직과 맞서는 제임스 본드의 이야기를 다룬다. 상부의 만류에도 혼자서 단서를 쫓던 제임스 본드는 ‘퀀텀’이라는 거대한 비밀조직과 그 배후 인물이 천연자원을 독점해 막대한 이윤을 남기려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진실에 접근하면서 처음에는 비밀조직이 노리는 자원이 석유라고 짐작했던 제임스 본드는 거대한 음모 속에서 드러나는 천연자원의 정체가 ‘물’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경악한다.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악당 도미니크 그린은 겉으로는 친환경주의자다. 환경기업인 ‘그린 플래닛(Green planet)’의 최고경영자이며 녹색을 뜻하는 ‘그린(Green)’이라는 성까지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실체는 다르다. 친환경주의자를 표방한 채 자선 파티를 열어 지구 온난화의 위험성을 알리는 데 힘쓰지만 실은 ‘퀀텀’이라는 거대 조직의 수뇌부로 살인과 납치를 서슴지 않는다. 그가 볼리비아의 군부를 돕는 이유는 공공재인 물에 대한 독점 개발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영화의 배경인 볼리비아는 실제로도 다국적 물 기업의 횡포로 물 값이 폭등해 사회적 혼란을 겪었던 곳이다. 정부가 2000년 미국 기업 벡텔에 상수도 운영권을 넘겨준 후 물 값이 대폭 올랐고 결국 성난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대통령이 사임하기도 했다. 그 만큼 이제 ‘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스파이영화에서도 과거 강대국 간 자원전쟁을 다룬 영화의 단골소재인 ‘석유’를 대체할 정도로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하기야 석유 없인 살아도 물 없는 생명이란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007 퀀텀 오브 솔러스’에서 감독인 마크 포스터가 경고하려 했던 공공재 ‘물’의 사유화는 영화만이 아닌 현실에서도 진행형이다.
당진시는 지난 2008년 5월 수자원공사에 대한 상수도 민간위탁 방침을 잠정 보류했다. 시민단체가 강력하게 반대하는 등 공공재인 물의 사유화에 대한 우려가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끝났다고 생각했던 당진시의 상수도 민간위탁은 시민단체와 주민들의 관심이 뜸해진 틈을 타 물밑으로 진행되고 있다. 충남의 경우 2010년부터 충남 서북부권, 남부권 등 권역별 통합 위탁을 추진 중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당진은 보령, 서산, 청양, 홍성, 예산, 태안과 더불어 충남 서부권으로 통합 위탁될 예정이다. 실제로 환경부는 통합위탁 운영하는 지자체에 한해 유수률 제고사업비의 70% 지원을 추진하고 이를 거부하는 시군에 대해서는 상수도 및 하수도사업에 대한 국비 지원을 대폭 축소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물론 정부는 ‘민간위탁’이 아니라고 발뺌하고 있지만 정부가 작성한 문서에서도 ‘해외 다국적 물 기업 국내진출에 대비 수도산업 경쟁력 확보, 국내 기업의 육성과 해외 물 시장 진출’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사업을 추진하는 ‘환경부’가 ‘수도사업 현대화’, ‘음용수 수질 개선’ 등을 사업의 취지로 밝히고 있지만 이는 마치 007 ‘퀀텀 오브 솔러스’의 악당이 수자원 독점을 위해 폭력을 일삼으면서 '그린'(Green)이라는 이름과 기업 명칭을 쓰는 것과 진배없다. 상수도 위탁의 미래는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다. 당진시에 앞서 상수도 위탁이 추진된 논산시의 경우 상수도 위탁으로 2003년에 67억6595만원이었던 예산이 2010년에는 120억2186만원으로 178% 증가했다. 특히 위탁비의 경우 첫해인 2004년도에 33억3451만원이었던 예산이 2010년에는 93억9053만원으로 281% 증가했으며 수도요금은 2003년도에 톤당 709원이었던 요금이 2010년에는 883.45원으로 125% 증가했다. 이에 따라 논산시는 위약금을 물더라도 수자원공사와의 계약해지를 검토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상수도 민간위탁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각종 FTA와 맞물려 그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 해외 다국적 기업이 물 시장에 진출할 경우 나중에 계약상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그 악명 높은 ISD(투자자 국가소송제)를 통해 정부의 대응을 무력화할 수 있다.
제19대 총선 투표일을 며칠 앞 둔 지금, 당진지역구의 국회의원 후보들과 유권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정부의 자치단체에 대한 상수도 권역별 통합위탁 요구를 주의해서 살펴보고 관심을 보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