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들어 가는 농심을 어찌해야 할까? 기나긴 가뭄으로 마늘이며 양파, 감자 등 밭작물 작황이 예년만 못하고 아직까지도 모를 심지 못한 천수답하며 물길이 닿지 않는 지역은 하늘을 원망해야 하는가? 그렇지 않아도 올해는 어떤 작물을 심을까? 어느 것을 심어야 (손해 보지 않고) 제값을 받을 수 있을까? 연초부터 걱정반 근심반 하는 것이 바로 농업인들의 심정인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이리도 긴 마른 하늘에 근심걱정이 여간이 아니다. 올해에는 농산물 값이 괜찮을런지, 혹 지지난해처럼 「곤파스」같은 태풍은 불지나 않을는지, 이런저런 온갖 것까지 마음을 써야 하는 것이 농업인들이다. 무엇을 해야만 돈이 돼 아이들 학자금을 만들며 내년에 쓸 농자금을 만들까? 하고 노심초사하는 것이 농업에 종사하는 분들이다. 큰 것을 바라지도 않는다. 일확천금을 꿈꾸는 것도 아니다. 물론 풍족한 생활이야 그 누구 할 것 없이 바라는 것이지만 살기에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남에게 아쉬운 소리하지 않고 살 수 있을 정도의 소득만 되어도 라고 하는…, 그저 소박하기만 하다. 이러한 농업인들의 마음! 이것이 바로 농심(農心)이다.
혹자는 그럴지도 모른다. 시위에 익숙한 그들이라고… 하지만 시위를 하고 싶어서 하는 농업인들이 어디 있을까? 오죽하면 볏가마 쌓아놓고 뼛속까지 파고드는 한기를 느껴가며 도심 한가운데에서 그런 고생을 하겠는가? 아닌말로 그들이 쌀 한가마니에 30만원, 40만원을 받아야겠다는 것도 아닐 것이다. 또 그렇게까지 받아서도 안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농업인들이 바라는 것은 그 농산물을 생산해 내기 위해서 투입된 비용, 즉 생산비 내지는 경영비를 감안한 적정가격을 원하는 것일게다. 가령 쌀을 예로 들어보자. 벼종자를 준비하는 일에서부터 육묘 과정을 거쳐 모내기를 하고 잡초 제거와 병해충 방제 그리고 수확에 이르기까지, 갖은 고생을 해서 생산해 놓으면 물가상승률과 대비해서 이에 못미치는 가격을 받는 일이 허다하다. 여타 산업도 마찬가지려니와 채산성이 맞아야 일의 보람도 느낄 수 있는 것이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지 않겠는가? 수지맞는 농사가 돼야 할텐데 제값을 못받는 상황이 매년 되풀이 되다보니 어쩌면 생존권 차원의 선택이라 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 싶기도 하다. 물론 농업인도 스스로 일어나려고 하는 자립의 자세와 자구의 노력이 필요함은 말할 나위 없다. 또한 끊임없이 연구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해야 한다. 그리고(극히 일부의 경우지만) 상거래에 역행하는 알박기 등의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 그래야 농업이 살고 농업인도 사는 길이다.
벼농사는 수확하기까지 여든여덟번의 손을 거쳐야 한다고 한다. 실제 쌀을 의미하는 한자인 미(米)자를 보면 88번의 손이 가야 쌀이 만들어 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 해 농사를 짓기 위해 경운정지에서부터 비료 농약 등 각종 농자재와 인건비 등 경영비는 매년 오르는데 이와는 반대로 판매가격은 이에 미치지를 못하니 그 속 타는 심정이야 오죽하겠는가?
어려운 여건에서도 우리의 기본 먹거리를 생산해 내는 농업인들이 무슨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왜 괄시(?)를 받아야 하는지 모를 일이다. 한 끼에 소비되는 쌀을 돈으로 환산하면 200원도 채 안되는데 그렇다면 껌 한 통은 얼마고 또 (자판)커피 한잔은 얼마인가?
그 어느 누군가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 한토막! 십수년 전 남루한 옷차림으로 법관이 된 아들을 만나러 상경했던 아버지가 정문에서 수위로부터 제지를 당했단다. 연락을 받고 나온 아들이 자기 아버지를 우리집 머슴이라고 했더라나. 이에 그 당일 집으로 내려와 자살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게 말이나 되는 말인가? 있을 법한 이야기가 아님에도 우리 주변에서 실제 일어났던 실화이고 보면 실로 가슴 아픈 심정을 억누를 길이 없다. 진정 농업이 살아나려면 이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된다. 이를테면 자기자식이 농사를 짓겠다고 하면 주저 없이 그러라고 할 정도여야 하고, 딸이 농업인에게 시집가겠다고 한다면 거리낌 없이 승낙할 정도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농업에 대한 전망과 비전이 있는 것이고. 아울러 제값 받는 농사, 밑지지 않는 농사가 되어야만이 더 이상 농심이 멍들지 않을 것이며 미소짓는 농업인의 참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허진욱 당진시농업기술센터 당진송산농업인상담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