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시줄다리기의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지정 문제를 두고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단독등재가 아닌, 한국 최초로 공동등재 주관을 염두하고 있어 더욱 관심이 집중된다. 무형문화유산 공동등재란 2개국 이상에서 비슷한 무형의 문화를 공유하고 있을 때, 공동등재를 원하는 국가와 협의하여 함께 등재신청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달 21일 기지시줄다리기박물관에서 열린 ‘무형문화유산 보호 심포지엄’에서는 당진시 관계부처와 문화재청, 유네스코 관계자, 대학교수 등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최근의 무형문화유산 정책 동향을 살피고 기지시줄다리기를 유네스코 무형문화재로 공동등재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6월 25일자 <당진시대> 915호 참조)
원성규 문화재청 국제교류과 사무관은 “유네스코의 무형문화유산 공동등재는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무형문화유산의 사례들을 발굴해 냄으로써, 인류의 보편적 유산으로서의 가치를 평가하고 있다”며 “유네스코 공동등재를 하기 위해서는 공동등재를 원하는 다른 나라들과의 네트워크가 잘 마련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등재는 협의 절차가 까다롭고 비용적 측면에서도 어려움이 있지만, 한 국가에서 일 년에 단 한 번만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할 수 있는 단독등재와는 달리 제한 없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삼열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 사무총장은 “최근 기등재 목록이 많은 한·중·일 무형문화유산 등재를 견제하는 경향이 있다”며 “동남아 국가나 기타 다른 지역의 국가들과 함께 최소 3~4개국 이상이 공동등재를 추진하는 것이 국제적 주목을 받아 등재에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양에서는 스포츠 종목 중 하나에 불과한 줄다리기가 기지시를 포함한 우리나라에서는 농경문화에 뿌리를 두고, 공동체 의식 함양과 더불어 풍년을 기원하는 등 주술적 의미도 담고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과 공동등재 시, 줄다리기의 함축적 의미를 전달하는 것에 대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당진시청 문화체육과 관계자는 “이러한 문제로 수도작 문화권인 한·중·일과 동남아권을 중심으로 줄다리기 문화를 발굴해 공동등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심포지엄 말! 말! 말!]
박성용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 정책사업본부장
서구 중심의 유형문화유산에서 무형문화유산으로 문화적 가치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아시아 문화권 국가들이 주목받고 있다. 문화유산 등재에 주도적인 서구 입장에서 보면, 아시아 지역에서 마을 공동체가 유지, 전승되고 지역민들이 참여하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 그런 점에서 기지시줄다리기는 유네스코 대표목록으로 등재할 가치가 충분하며 등재 조건을 충분히 충족하고 있다.
이삼열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 사무총장
무형문화유산 등재에 관한 유네스코의 시행규칙이 계속 변하고 있다. 이미 기 등재된 문화유산이 많아 등재 시기가 계속 미뤄지니, 한·중·일 공동 등재하되 가급적 많은 나라에 공유된 문화를 우선적으로 등재시키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김인규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전시홍보과장
한·중·일이 문화유산 공동등재 하는 것을 “하나라도 유네스코 등재를 더 하기 위한 꼼수”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공동등재를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한·중·일 넘어 다양한 국가가 참여하도록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현재까지 공동등재를 주도한 구체적인 경험이 없기 때문에 기지시줄다리기가 그 사례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임장혁 중앙대 민족학과 교수
‘대표목록으로 등재할 것이냐, 긴급보호목록으로 등재할 것이냐’하는 전략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일제강점기 이후 급속도로 진행된 산업화로 인해 우리나라 고유문화가 빠르게 없어져 가는 것을 명분으로 세우는 것도 가능한 전략이 아닌가 싶다. 또한 이러한 문제를 두고 어느 나라와 공동으로 등재신청을 추진할 것이냐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임돈희 동국대 교수
다른 나라와 공동등재 추진 시, 어느 한쪽이 기분 나쁠 수 있는 상황은 지양해야 한다. 기지시줄다리기를 등재하고자 하는 우리나라가 어떻게 주도권을 잡아야 하는지, 다른 참여국들과 어떻게 보조를 맞춰 나아가야 하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선도적인 역할로 유네스코에 등재되어, 이 기지시줄다리기 공동등재 사례를 본보기 삼을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한경구 서울대 자연공학부 교수
‘유네스코 등재를 왜 해야 하는가, 이로써 당진이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에 대한 큰 그림을 먼저 그려야 한다. 단지 지역의 문화였던 기지시줄다리기가 유네스코 공동등재를 통해 전 세계 사람들이 각각 다른 방식, 다른 의미로 비슷한 문화를 공유하는 것을 보고 세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