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진 곳곳에 거대한 고압송전탑이 세워져 있다. 당진은 전국에서 발전소 밀집도가 가장 높은데도 계속해서 발전소를 건설 중이다. 열심히 화석연료를 태워 생산해 낸 전기는 대부분 서울과 수도권으로 간다. 발전소 건설부터 가동, 송전까지 전 과정에 걸쳐 환경피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사람들이 쓰고 있는 에너지를 충족시키려면 아직도 모자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에서 쓸 에너지를 스스로 만들어 내고 지역 안에서 소비해야 한다는 대안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8일, 당진환경운동연합은 회원 30여 명과 함께 전북 임실에 위치한 에너지자립마을, 중금마을에 다녀왔다. 유종준 사무국장은 “화력발전소가 집중되어 있는 당진에서도 이런 에너지자립마을을 만들어 보고자 견학을 기획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농약병 등 철저한 분리수거
임실 중금마을의 에너지자립은 분리수거로 시작됐다. 불과 31가구가 사는 작은 마을의 분리수거장에 무려 12가지의 수거함이 있다. 농약병, 농약봉지, 병뚜껑 등 세밀하고 촘촘하게 분리수거를 한다. 처음엔 복잡하게만 느꼈지만 분리수거를 꼼꼼히 할수록 쓰레기 배출량이 점점 줄어들었다. 3년 정도 지나니 마을의 문화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전북에서 농촌쓰레기 처리방법의 모델로 선정돼 다른 지역에서 벤치마킹을 해갔다. 환경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이 저절로 높아졌고 그것이 에너지 전반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됐다. 에너지자립마을 김정흠 총무는 “2008년도 ‘풍력자전거 발전기 워크샵’에 참여해 충격을 받은 후 ‘지속가능한 마을 만들기’에 관심을 갖고 하나씩 실행해 나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마을의 7가구와 방앗간 1곳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했다. 농촌마을 특성상 독거노인 등 식구가 단출한 경우가 많다. 그들의 집까지 모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는 건 오히려 경제적이지 않다.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한 가구들은 거의 전기요금을 내지 않는다. 한 가구당 3kw를 기준으로 했을 때, 초창기엔 발전기 설치비용이 300~400만원가량 들었지만 지금은 150만원이면 충분하단다.
“가장 큰 힘은 주민 자발성”
마을에서 지은 에너지체험관에는 쉐플러 태양열조리기가 설치돼 있는데 해가 좋은 날 신문지를 갖다 대면 이내 불이 붙을 정도로 집열이 잘돼는 기구다. 당진환경운동연합 김봉운 회원은 “이 조리기구가 아프리카, 인도 등 개발도상국에 보급되면서 삶의 질을 높이는 역할을 한 것으로 안다”며 “우리나라에도 널리 보급됐으면 하지만 주로 아파트에 사는 현대인에게는 생활환경 전체를 바꿔야만 가능하다는 현실이 아쉽다”고 말했다.
체험관에는 자전거 발전기를 이용해 전구를 밝히거나, 엠프를 작동시키는 등 에너지를 생산해 내는 데 얼마나 힘이 드는지 체험할 수 있는 기구들도 마련돼 있다. 체험관 한켠의 무인카페에서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물을 끓여 직접 차를 타 마실 수 있는 공간도 있다.
김정흠 총무는 “주민의 자발성이 가장 강력한 힘이 된다”며 “사람의 생각을 바꾸는 일이 가장 어렵지만 삶의 지혜로 가르친다면 실천하게 되고 습관도 바뀌게 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