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한국영화 중 최단기간 400만명을 동원한 화제의 영화 <연가시>가 원안소설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게다가 영화의 원안소설을 쓴 작가는 올해 스물여섯의 대학생으로 당진에 살고 있다.
고대면 용두리에 사는 조동인 씨는 군 입대를 앞두고 썼던 공포소설 <네마토모프(연가시)>가 영화로 개봉해 흥행을 이루고 있는 지금도 이 모든 상황이 어리둥절하다. 자신이 쓴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져 대중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이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는 풋풋한 청년 조동인 씨. 그는 “군 입대를 앞두고 남는 시간에 평소 좋아했던 일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게 영화로까지 이어지게 됐다”며 “취업난 때문에 스펙 쌓기에 시달리고 있는 대학생들이 때론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도 시간을 투자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학교 1학년 때 군대에 가려고 휴학을 했어요. 입대 전까지 10개월 정도 시간이 남더라고요. 아르바이트를 할까하다가 ‘하고 싶었던 걸 하며 의미있게 보내자’는 생각에 소설을 쓰기 시작했죠.”
조동인 씨는 고등학교 시절 입시성적에 맞춰 막연하게 선택했던 전공에 대한 회의감이 들 무렵, 군 입대를 결심했다. 그리고 입대 전 남는 시간에 평소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글로 적기 시작했다.
“어릴 적부터 막연하게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학창시절에 국어선생님들 영향인 것 같아요. 초등학교 때는 매주 책을 읽고 감상문을 2~3편씩 써오게 하셨어요. 졸업할 때 쯤 독후감을 모으니까 책 한 권 분량이 될 정도였죠. 중학교 때도 특별활동으로 국어반에서 활동을 했고요. 고등학교 때는 국어선생님이 방학 때 단편소설을 써오라고 숙제를 내주셨어요. 평소에 글쓰기를 즐겨하진 않았지만 이런 경험들이 쌓여 소설을 쓰는 일이 제겐 재미있는 일이 된 것 같아요.”
입대 전 10개월 동안 조 씨는 약 20편의 단편소설을 썼다. 조 씨는 습작처럼 써내려 간 소설을 인터넷 소설 커뮤니티에 연재했고, 온라인상에서 다른 작가들과 독자들에게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다른 작가님들이 ‘이건 소설이 아니라 괴담 수준에 가깝다’며 여러 지적을 해주셨어요. 충격이었죠(웃음). 그 후로 다른 작가들의 글을 읽고 조언도 들으면서 소설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어요.”
박정우 감독과의 인연
조 씨는 인터넷 상에서 소설을 연재하며 군 입대를 기다리던 중 KBS1 ‘문화지대’라는 프로그램에 응모한 소설 <로드킬>이 당선돼 방송에 출연하게 됐다. 영화 <연가시>의 박정우 감독과의 인연은 이때 시작됐다. 당시 심사위원으로 함께 출연했던 박 감독이 조 씨에게 <로드킬>의 영화화를 제안한 것. 이후 <로드킬>의 영화화는 무산됐지만 박 감독은 군에 입대한 조 씨를 여러 번 찾아와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고 5년 후인 작년에 조 씨의 또다른 소설인 <네마토모프>를 영화로 만들기로 했다. 그렇게 탄생한 영화가 바로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연가시>다.
조 씨의 소설 <네마토모프(연가시)>는 보릿고개 시절 시골에서 연가시 때문에 일어나는 사건을 다룬 판타지소설이다.
영화 <연가시>가 화제가 되면서 요즘 조 씨는 매일 축하전화를 받느라 바쁘다. 언론에서도 인터뷰를 요청해 왔고, 라디오에도 출연하게 됐다.
“제가 쓴 소설을 많은 제작진들이 모여 영화로 만들었고, 많은 분들이 재미있게 봐주시니 기분 좋죠.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이 뭉클하고 기쁘고 설레었어요. 지금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고 실감이 잘 안나요. 무엇보다 박 감독님께 감사해요.”
조 씨는 매일 ‘꿈일기’를 쓴다. 기성작가들에 비해 경험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꿈에서 본 것들을 기록해 글의 소재로 삼는 것이다. 조 씨는 아직 학생 신분인 만큼 전공 공부도 열심히 하며 동시에 글 쓰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을 계획이다. 앞으로 박 감독이 준비하고 있다는 시나리오 작가 매니지먼트에 참여해 시나리오 작가의 길을 걸을 예정이다.
그는 "공포라는 장르소설을 쓴다면 괴담을 쓰는 사람으로 착각하며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편견을 버렸으면 좋겠다"며 “앞으로 많은 장르를 섭렵해보고 싶고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제법 작가다운 면모도 드러냈다.
조 씨는 고대면 용두리에서 부모님(부 김병갑), 누나, 남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현재 한국국제대학교(경남 진주 소재) 관광일어과에 재학 중이다. 그의 소설은 인터넷 (cafe.naver.com/64ghost/)에서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