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IMF 때보다 더 힘든 것 같어~. 1년 새 손님이 절반으로 줄었다니께. 얘길 들어보면 다른 집들도 마찬가진가 봐. 다들 경기가 안 좋다고 하더라고.”
점심장사가 시작되기 한 시간 전인데도 먹자골목에는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식당이 여럿이었다. 문을 열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하는 상인들은 하나같이 ‘장사가 잘 안 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대덕동 먹자골목 분위기가 가라앉은 이유가 2주째 내리고 있는 비 때문만은 아니라는 게 상인들의 이야기다.
1998년 읍내지구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개발된 대덕동 일대에 음식점이 하나둘 들어서면서 최근 5년 사이에 당진시장 옆 대덕동 일부는 일명 ‘먹자골목’이 되었다. ‘뭉치면 산다’는 말처럼 한동안 먹자골목은 당진의 개발붐과 유입인구증가 등으로 호황기를 맞으며 번화했다. 하지만 이러한 사정이 올해 들어 급격히 달라졌다는 게 상인들의 하나같은 목소리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해외 경기 불황 소식이 내수경기에 타격을 주면서 서민들이 지갑을 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나 회사의 회식이 줄어든 것도 식당영업에 영향을 주고 있다.
상인들 “올해 들어 손님절반”
2년 전 먹자골목 내에서도 좋은 위치에 주차공간까지 확보되어 있어 입주를 결정했다는 한 식당 업주는 “목이 좋아 임대료가 비싸도 계약했는데 올해 초부터 경기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들리더니 손님들이 줄어드는 게 눈에 보일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단체 회식이 줄어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경기침체로 인한 타격은 유명체인점도 마찬가지였다. 한 보쌈체인점 종업원은 “지난해까지는 구제역으로 어려웠는데 그 이후로도 경기가 풀리지 않아 점점 더 상황이 안 좋아지는 추세”라며 “식당들마다 어렵다고들 한다”고 말했다.
고기뷔페를 운영하고 있는 김 모 씨도 “단체손님들이 많았는데 회사 회식을 예약하는 전화가 많이 줄었다”며 “경기가 회복될 조짐이 보이질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미 당진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린 식당들도 경기침체를 실감하고 있었다. 촌가네보신탕 이정희 대표는 “말복이 지나도 손님들이 많았는데 올해는 손님이 절반이상 줄었다”며 “식당에 문제가 있나 하고 고민하다 주변 식당에 물어보니 이 근방 상황이 다 그렇다더라”고 말했다.
골목 안쪽 식당들 사정은 더 심각
골목 안쪽의 사정은 더 심각했다. 그나마 중앙통로에 위치한 식당들은 눈에 잘 띄고 비교적 일찍 자리를 잡은 편인데 반해 골목 안쪽에서 뒤늦게 개업한 식당들은 상황이 더 좋지 않았다.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부부가 둘이 운영한다는 한 삼겹살 가게 주인은 “요즘엔 매일 파리만 날리고 손님 하나 없는 날도 있다”며 “문을 연 지 1년이 되어가는 데 큰 도로에 있는 식당 몇 곳을 빼면 인건비도 안 나오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골목 안쪽에는 이전 간판이 그대로 걸린 식당에 ‘임대문의’가 적힌 쪽지가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골목 안쪽 원룸건물 1층 상가는 대게가 비어 있었다. 겨울이 오기 전에 문을 닫을 예정이라는 식당도 있었다. 3년 사이 벌써 간판이 3~4번 바뀐 식당터도 여럿이었다.
주차장 문제, 늘어난 식당들
상인들은 전국적인 경기침체도 문제지만 먹자골목 자체적인 문제도 꼬집었다. 제일 먼저 거론된 이야기는 주차문제였다. “이미 수년동안 반복적으로 먹자골목에 가면 주차가 어렵다는 걸 경험한 손님들이 먹자골목을 꺼려하게 된 것”이라는 게 상인들의 주장이었다. 한 상인은 “먹자골목을 찾는 손님들 대다수가 자가용을 이용하는데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밤이면 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한다”고 말했다.
당초 먹자골목의 개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이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식당업주는 “환지방식으로 구획정리를 해 놓고 이렇다할 개발방향을 정하지 않아 원룸촌과 먹자골목이 형성된 것 아니냐”며 “공용주차장 하나 없는 먹자골목이 주차난으로 시달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1998년 당진군이 읍내리와 대덕리 일원에 대한 읍내지구 토지구획정리사업을 할 당시 “개발 후 체계적인 도시형 주거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인구 대비 급증하고 있는 음식점 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현재 먹자골목에는 약 80여개의 식당, 주점이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1월기준 당진내 음식업체가 2387개로 인구 58명당 1개꼴로 이미 포화상태였다.
이밖에도 당진 전역의 땅값 상승으로 인한 높은 임대료 등이 식당업계의 어려움으로 꼽혔다. 먹자골목에 개업을 준비하고 한 상인은 “개업을 위해 여기저기 알아봤지만 당진 먹자골목 임대료가 평균 1.5배 가량 비쌌다”고 말했다.
[편집자주] 해외 경기침체에 따른 수출 둔화와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인해 내수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우려에 놓였다. ‘금융위기보다 어렵다’는 말이 떠도는 가운데 대기업들이 비상경영에 돌입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내수의존도가 높은 지역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에 본지는 지역 상권과 금융권들을 중심으로 돌아보는 기획 <지역경제르포>를 연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