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해외 경기침체에 따른 수출 둔화와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인해 내수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우려에 놓였다. ‘금융위기보다 어렵다’는 말이 떠도는 가운데 대기업들이 비상경영에 돌입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내수의존도가 높은 지역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에 본지는 지역 상권과 금융권들을 중심으로 돌아보는 기획 <지역경제르포>를 연재한다.

지난 10일(수) 오후 6시가 지나자 송악 복운3리 일대(이주단지)가 북적이기 시작했다. 이주단지 입구는 출퇴근 차량과 상가 진입 차량들이 꼬리를 물었다. 해가 저물자 식당과 주점으로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중앙 통로에 위치한 일부 식당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상가 앞은 물론이고 외곽도로까지 주차할 곳도 찾기 어렵다. 이중주차를 한 곳도 여러 곳이었다. 경기불황이 유독 이주단지만 빗겨간 것일까? 평일 저녁 이주단지의 거리는 활기차 보였다.

하지만 보기와 달리 상인들은 경기불황을 체감하고 있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유동인구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경기불황으로 소비가 줄어든 게 느껴진다는 것.

이주단지 형성 초기부터 식당을 운영해 왔다는 한 상인은 “200여개가 넘는 원룸이 꽉 찰 정도로 유동인구가 많아 밤마다 북적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국에 불어 닥친 경기불황은 마찬가지”라며 “작년에 비해 매출이 다소 줄었고 손님들이 지갑을 잘 열지 않는 게 보인다”고 말했다.

이주단지 내에서 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는 한 공인중개사는 “원룸은 빈방이 얼마 없을 정도로 꽉 찼다”며 “반면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업종을 변경하는 상가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도 “기업이나 회사 직원들이 아무래도 씀씀이가 더 큰 편인데 경기 불황으로 지갑을 열지 않는 것 같다”며 “최근 주된 손님은 건설 노동자들이고 회사 회식은 줄어 유동인구에 비해 실제 매출은 작년만 못한 가게가 많다”고 말했다.

닭갈비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원룸은 다 찼다고 하는데 인구가 늘어난 만큼 소비도 늘어난 건 아닌 것 같다”며 “매출이 예년에 비해 줄었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이 경기흐름 좌지우지

이주단지 내 상인들은 주요 고객으로 현대제철 고로3기 건설 노동자를 꼽았다. 이주단지 내 원룸에 거주하고 있는 만큼 상가 이용률도 높다는 것이다. 이주단지의 경기 흐름을 주도하는 요인으로 현대제철을 꼽는 이도 많았다. 고로 증설을 비롯해 연관 산단 개발 공사 규모가 크기 때문에 투입되는 노동자의 수도 두드러지게 많다는 것.

“현대제철 고로3기가 착공되면서 노동자들이 이주단지로 대거 몰렸죠. 규모가 가장 큰 회사다 보니 큰 공사가 시작되면 근로자들이 몰리고 공사가 끝나고 나면 썰물 빠지듯 쭉 빠지곤 하죠.”(oo호프 운영 상인)

“현대제철, 동부제철 등 제철회사들이 들어오면서 경상도 사람들이 당진으로 많이 유입이 됐어요. 그래서 이주단지에 경상도 음식점들이 여럿 생기면서 먹거리 문화는 바뀌는 듯 해요.”(oo노래방 운영)

점심손님 · 단체회식 · 2차, 3차 줄어

이주단지 형성 초창기에는 “당진뿐 아니라 인근 타지역에서도 식당과 주점이 대거 밀집되어 있는 이주단지를 찾아 온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하지만 실제 이주단지 상인들은 “옛말이 된 지 오래”라고 입을 모았다. 주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6년여 전만해도 당진, 합덕, 신평은 물론이고 인근 타 지역에서 밤이면 택시를 타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았던 게 사실”이라며 “새벽까지 불이 환하고 북적였던 것도 이젠 옛말이고 요즘은 자정이 넘으면 손님들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한 택시기사는 “예년에는 인근 읍면에서 이주단지로 오는 손님이 많았지만 요즘엔 밤손님이 많이 줄었다”며 “경기불황 탓 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주단지 내 상인들은 점심손님과 단체회식, 저녁식사 후 주점과 노래방 등으로 이어지는 2차, 3차 회식이 줄었다고 말했다. 일부 상인 중에는 “송산제2일반산단 공사가 시작되면서 상권이 송산쪽으로 이동했다는 이야기 돌고 있다”며 “황해경제자유구역 공사가 시작되면 이주단지 경기가 다시 살아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현선 기자 mirina1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