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민 “내부조사 하라”
환영철강 “그럴 수 없다”
주민 “내부조사에 당진시가 나서야”
당진시 “법적 근거 없다”
고철더미를 실은 트럭이 쉴 새 없이 환영철강 앞을 드나들었다. 공장에 뚫린 작은 문으로 때때로 연기도 뿜어져 나왔다. 마을 주민들은 “이따금씩 ‘꽝~ 꽝~’하는 대포소리도 들린다”고 했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려한 한 주민은 환영철강 인근의 고구마 밭으로 들어갔다. 그는 고구마 잎을 손으로 쓸어내면서 말했다.
“이것 보세요, 만지면 꺼끌꺼끌 하고, 새카맣게 손에 묻어나기도 한다니까요.”
무성한 잎을 들추면 흙을 덮어놓은 비닐에 까맣게 내려앉은 물질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주민은 환영철강에서 나온 분진이라고 주장했다.
빨래한 옷 입으면 온 몸이 따끔
환영철강이 내다보이는 집에 살고 있는 석문면 삼화3리 김기순(74) 할머니는 처마에서 내려오는 빗물을 받아 두었던 그릇을 보여줬다. 빗물이 증발된 그릇에는 시커먼 분진이 가득했다. 환영철강에서 뿜어대는 연기가 심한 날엔 화학약품 냄새로 속이 울렁거릴 정도란다.
할머니는 “추석에 인근에서 솔잎을 따다가 송편도 못 쪄먹는다”며 “밭에 심어 놓은 배추며 파도 꼼꼼히 잘 씻어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장독도, 빨래도 비닐하우스 안에 둔다. 빨래를 해 밖에다 널면 “빨래를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고 했다. 한나절이면 장독이건, 빨래 건 까만 먼지가 내려앉기 때문이다.
빨래를 밖에 널지 못하는 사람은 김 할머니 만이 아니다. 고대면 슬항2리에 살고 있는 홍사희(59) 씨 역시 집안에 빨래를 널어 둔다. “밖에 널어 둔 빨래를 입으면 하루 종일 피부가 따끔거리고 가려워요. 집 안에 항상 빨래를 널어 둘 수밖에 없어요.” 그는 “방청소를 할 때마다 창틀과 창문은 항상 먼지로 까맣다”고 말했다. 한여름에도 함부로 창문을 열지 못한다.
환영철강 일대에 사는 주민들이 성분을 알 수 없는 먼지, 분진에만 문제를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온갖 고철을 실어 나르는 과정에서 트럭에서 떨어진 철 조각 때문에 오토바이나 자동차 타이어가 펑크 나는 일이 수시로 일어난다. 최주묵(75) 할아버지는 “어디다가 보상을 요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관계 입증, 내부조사 실시해야
주민들은 환영철강 내부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1년 전 환영철강 인근 마을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석문면과 고대면의 15개 마을이 참여하는 환경대책위원회를 만들고 환영철강과 당진시, 시의회 등에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지난 9월 24일에는 환영철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진노동환경건강연구소를 조사기관으로 선정해 유해물질에 대한 내부검사를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환영철강 쪽에서는 여전히 “그럴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당진시대> 10월 1일자 928호 참고)
호명도 대책위원장은 “외부조사 만으로는 밖에서 발견된 물질이 환영철강으로부터 비롯된 것인지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내부조사를 함께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당진시에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주민들의 건강과 환경에 대한 기본권을 지켜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진시 환경관리사업소 한광현 소장은 “시에서도 주민들의 요구가 반영되도록 백방으로 노력해 왔다”며 “그러나 행정에서 기업의 내부조사를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불통 환영철강… 지나친 폐쇄성
초기부터 주민들은 공해방지시설 설비를 갖추라고 여러 차례 요구해 왔다. 공해측정기를 설치했으면 한다고, 방음벽을 높게 쌓았으면 한다고, 또 고철 야적장에 지붕을 설치해 먼지날림을 방지하고 비가 올 때 새카만 빗물이 흘러나오지 않도록 해달라고 입이 아프도록 말했다.
그러나 늘 “알겠다”는 의례적인 대답 뿐, 어느 것 하나 주민들의 요구가 제대로 시행된 것이 없다. 환영철강과 지난한 싸움이 계속되면서 마을 주민들은 지쳐가고 있다. 환영철강이 막 들어왔을 무렵에는 격렬히 반대하고, 공해조사를 요구하던 주민들 중 일부는 이제 “말하면 뭐해, 변하지를 않는 걸…”이라고 말했다. “취재도 하나마나 한 일”이라고도 했다. 인근 마을의 환경과 주민건강문제의 해결이 가장 우선이지만 주민들을 지치게 하는 환영철강의 태도가 가장 큰 벽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주민들은 “환영철강과 소통이 전혀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당진의 다른 기업에 비해 환영철강은 유난히 폐쇄적이라는 지적이다. 당진환경운동연합 유종준 사무국장은 “현대제철의 경우만 해도 주민들이 환경피해조사를 요구했을 때 주민, 시민사회단체, 행정이 함께 참여한 민관 환경감시단을 들여보내 내부조사를 실시했다”며 “대부분의 기업은 주민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환영철강은 유독 지역민과 대화하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환영철강의 집진기를 제대로 청소하고 있는지, 수 천 톤씩 사용되는 물의 오폐수 처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인근마을에서 만난 주민들은 “문제가 발견되면 시정하고, 발견되지 않으면 그간의 의혹을 푸는 일”이라고 말했다. 환영철강이 지금과 같이 귀와 입을 닫을수록 주민들은 계속해서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