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철강에서 열어둔 공장 문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환영철강에서 열어둔 공장 문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김상근 씨 댁에서 자석을 가져다 대니 쇳가루로 의심되는 물질이 붙었다.
김상근 씨 댁에서 자석을 가져다 대니 쇳가루로 의심되는 물질이 붙었다.

열어둔 공장 문으로 연기 풀풀

지난 24일, 공장에서 열어놓은 문과 지붕 틈으로 성분을 알 수 없는 연기가 연거푸 뿜어져 나왔다. 호명도 삼화2리 이장은 “수증기와 연기는 집진기를 통한 뒤 배출돼야 하는데 이렇게 공장에서 곧장 흘러나오는 연기가 분진의 원인 중 하나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줄곧 열려있던 문은 취재현장에서 기자가 공장 관계자를 만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곧 닫쳤다. 함께 있던 한 주민은 “문으로 배출되는 연기에 문제가 없다면 (기자를 만난 이후) 굳이 닫을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이따금씩 “꽝! 꽝!” 포탄 터지는 것 같은 소리에 자다가도 놀란다. 바람을 타고 온 화학약품 냄새가 날 때면 여전히 속이 메스껍다. 기압이 낮은 날 아침이면 냄새는 온 마을에 진동한다.

비가 온 지 이틀이 채 지나지 않았음에도 지붕과 창틀에는 시커먼 분진이 묻어났다.
비가 온 지 이틀이 채 지나지 않았음에도 지붕과 창틀에는 시커먼 분진이 묻어났다.

“건강상 영향 분명히 있어”

주민들은 “분진과 소음, 악취가 사람과 동물에 분명히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한다. 알레르기성 비염을 앓고 있는 사람들도 여럿이고, 기관지나 폐 등에 이상을 가진 주민들도 있다. 김수자(75, 슬항2리) 할머니의 남편은 술과 담배를 전혀 하지 않는데도 가래가 끓어 숨쉬기 힘들어 한다. 김 할머니는 “환영철강이 들어 선 이후로 공해를 피부로 느낀다”고 말했다.

인근마을주민들은 건강에도 환경적 영향이 분명히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근마을주민들은 건강에도 환경적 영향이 분명히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재화(56, 삼화3리) 씨 가족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남편 조병호(58) 씨는 이른 나이에 폐에 염증이 생겨 여러번 폐에서 물을 빼냈다. 당뇨 등 합병증까지 생겨 지금은 병상에 누워만 있다. 아내의 도움 없이는 혼자 걸을 수도, 밥을 먹을 수도 없는 상태다. 아들 조우형(32) 씨는 초등학생 5~6학년 때부터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하면서 병원신세를 졌다. 결국 정신지체 3급 판정을 받았다. 갑상선에 물혹이 생긴 강 씨까지 온 가족이 약으로 산다. 경제적인 어려움도 크다. 강 씨는 “집안 병력에 없던 질병들이 온 가족에 발병했다”며 “분진 등 환경영향이 없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지역에서는 소를 기르고 있는 마을주민도 찾기란 쉽지 않다. 수 년 전부터 텅 빈 외양간은 창고로 쓰인다. 소가 새끼를 갖지 못하거나, 유산하거나, 기형을 낳는 일이 숱하게 벌어졌다. 한 두 집이 아니다. 김병대(70, 삼화2리) 할아버지는 “환영철강이 들어서기 전까지 문제없이 잘 운영됐던 축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20년 만에 측정기 설치 예정

“내부조사 위해 지자체 나서야” 빗물을 담아놓은 통에 검은 앙금이 가라 앉았다.

그러나 여전히 공장 내부조사 여부를 두고 환영철강과 주민 간 의견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슬항리에 사는 김영곤 씨는 “주민을 대표하는 행정기관인 당진시가 ‘공장 내부조사를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한 발 빼고 있다”며 “주민이 내부조사를 할 수 있다는 법적근거가 없는 것처럼 ‘하지 말라’는 근거 역시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지자체에서 행정력을 동원해 주민들의 요구를 들어 줄 의무가 있다는 변호사 자문도 구한 상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