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서 새벽기차를 타고 칼룬버그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10시·북유럽이라도 스칸디나비아 반도인 덴마크 날씨는 비교적 덜 춥다는데 칼룬버그 바닷가의 겨울바람은 제법 찼다. 무엇보다 오전 10시가 될 때까지 해를 구경하지 못한 흐린 날씨 탓에 체감온도는 더 낮았다. 겨울이면 덴마크는 오전 9시경 해가 떠서 오후 3시면 어두워진다. 낮 시간이 짧다는 생각에 일행의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칼룬버그는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서 서쪽으로 약 105km 떨어진 인구 2만명의 작은 산업도시다. 당진1동 인구에 불과한 작은 도시지만 칼룬버그는 매년 2~3천여명의 전문가들이 방문하는 세계 최초의 생태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영국, 일본 등 세계 몇몇 국가들에서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생태산업단지 중 유일하게 오랜 시간 동안 이윤을 창출하고 있는 성공적인 생태산업단지가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에서 배운 생태산업도시

생태산업단지(Eco-industrial Park)란 ‘환경친화적이며 에너지와 연료 사용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는 산업단지’를 말한다. 상호의존적인 자연의 보편적 법칙을 산업단지에 적용시킨 것을 의미하는데,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씨앗이 흙의 양분과 햇볕을 받아 싹을 틔우고, 자라 꽃을 피운다. 꽃은 다시 나비에게 자신의 화분을 내어주고 나비는 화분을 다른 꽃에 옮겨 꽃의 번식을 돕는 반면, 나비의 배설물은 다시 흙으로 돌아가 또 다른 씨앗의 양분이 된다.

이처럼 자연 생태계에서 일어나는 상호의존적인 순환성을 산업분야에 접목시킨 것이 바로 생태산업단지다. 자연순환을 통한 생태산업단지 공장들은 특정 공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이 다른 공장에서는 원료가 되고, 지하수와 지표수, 폐수, 증기와 연료, 원자재 등을 상호 공유한다. 이렇게 되면 종국에는 자원을 절약할 수 있고 더 나아가 폐기물도 폐출되지 않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산업폐기물과 자원고갈이라는 인류가 안고 있는 위협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생태산업단지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남고 버리는 것 나눠 쓰는 기업들

“1961년, 지하수가 모자라 칼룬버그 내 공장들이 호수로부터 공업용수를 공급받아 운영을 해야 했어요. 호수의 물은 한정되어 있는데 공업용수 공급이 원할치 못하니 지역사회에서 이 문제를 놓고 고민이 시작됐죠. 그러던 중 발전소가 들어섰고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증기를 부족한 공업용수로 배급하는 방안이 모색되었어요.”

Lisbeth Randers 심비오시스(Kalundbogs Symbiosis) 프로젝트 매니저는 “공업용수 부족 문제로 시작된 지역의 과제해결이 우연한 기회가 되어 기업과 기업이 상생하는 방안이 모색되었다”며 “발전소의 증기를 주변 공장에 공급하면서 3년만에 증기를 자체 생산하지 않도록 되었고 이 같은 단기간 내에 이뤄진 성공사례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칼룬버그의 상생단지는 다수의 공장과 시 정부, 이들을 이어주는 중추 연구개발센터의 역할을 하는 심벌즈센터의 상호의존적 관계로 형성되어 있다. 상생단지 내에는 덴마크 최대의 화력발전소인 Dong Energy E2 Asnaes 화력발전소, 세계 최대의 당뇨병 치료제인 인술린을 생산하는 Novo Nordisk A/S 제약회사, Novozymes A/S 효소공장, Statoil A/S 정유공장, BPB Gyproc A/S 석고판지 공장, Bioteknisk Jordrens soilrem A/S 토양회복회사, Novoren I/S 폐기물 처리 회사 등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은 칼룬버그 시 정부, 심벌즈센터와 함께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해 산업폐기물과 부산물, 에너지를 교환하고 있다.

칼룬버그 생태산업단지 중심에는 덴마크 전기 수요의 1/3을 공급하는 화력발전소 아스네가 있다. 이 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증기는 공기 중으로 버려지지 않고 증기관을 통해 Novo 제약회사를 비롯해 인근 공장에 판매된다. 증기 일부는 칼룬버그 주민들의 난방용으로 공급되고 Statoil 정유회사의 송유관과 기름 탱크를 데우는 용도로 사용된다. 화력발전소에서 사용한 냉각수는 그대로 바다로 버려지지 않고 양어장 온수로 사용된다. 더운 증기를 공급 받는 양어장의 연어와 송어는 생육이 훨씬 빠르다고 한다. 발전소의 부산물 중 하나인 Gypsum은 석고판지 공장에 공급돼 원료로 사용된다.

이로 인해 석고판지 공장은 스페인으로부터 더 이상 Gypsum을 수입해오지 않게 되었다고. 이처럼 칼룬버그 생태산업단지 내에 자리한 기업들은 서로 부산물과 폐기물을 주고받고 있다. 이같은 상생구조(도표1. 참고)는 이윤창출과 경제성이라는 각 기업의 근본적인 원칙을 좀 더 극대화하고 있다.

성공요인은 기업간 신뢰와 친밀감

Lisbeth Randers 프로젝트 매니저는 칼룬버그 생태단지의 성공요인으로 “기업간 신뢰와 친밀감”을 꼽았다.

“시 정부가 생태산업단지의 조성과 운영에 관여하고 지원하고 있지만, 생태산단의 근본 동력은 모두 기업에서 나옵니다.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와 서로 간의 신뢰가 우선되고 이후에 정부의 지원이 이뤄지는 것이죠.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기업 간 신뢰와 친밀감입니다.”

칼룬버그 생태단지가 오랜 시간 이익을 창출하는 산단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데에는 몇가지 성립 조건이 뒷받침한다. 그 중 하나는 산단 내에 공장들이 각기 다른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이란 것. 또한 서로 상호교환할 수 있는 자원의 수송에 있어 추가 경제 손실이 없도록 공장 사이의 거리가 가깝다는 것이다.

때문에 생태단지는 대규모 산단보다는 소도시에 적합한 공단형태라 할 수 있다. 이는 동시에 기업 간 담당자들이 자주 만나고 친교를 도모하는 데에도 좋은 조건이 된다. 이 같은 조건이 우선할 때, 서로 남는 것을 주고 받으며 공생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이러한 공생 관계는 자연히 경제적 효과로 승화된다.

심비오시스의 역할과 중요성

상생단지 자체 내에서 성공요인을 꼽은 신뢰와 친밀감 등 외에 기획취재단이 가장 중요한 성공요인으로 꼽은 건 ‘심벌즈 센터’의 역할이었다.

심비오시스 센터는 일종의 R&D 센터의 역할과 동시에 칼룬버그 생태산업단지의 중간 조율자 역할을 하고 있다. 생태산업단지의 전반적인 시스템을 조정하고, 기업과 기업 간 원활한 교류를 돕는다. 이외에 생태산업단지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안고 있는 문제점 등에 대한 연구와 각종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새로운 기업이 칼룬버그 생태산업단지 내에 입주하면 즉시 찾아가 생태산업단지 프로젝트에 동참할 것인지 의사를 묻고 함께 나눠 쓸 수 있는 자원은 무엇이 있는지 찾아준다.

Lisbeth Randers 프로젝트 매니저는 “심벌즈 센터가 있어서 산단 내에 대기업이 중소기업에게 범할 수 있는 권력을 방지할 수 있고 서로 원활한 교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중재자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미니인터뷰] Lisbeth Randers 심비오시스 센터 프로젝트 매니저

“지역에서 생산된 에너지  지역에서 활용”

“최근에는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어요. 생산자가 얼마큼을 생산하고 분배할 수 있는 에너지는 얼마나 되는지를 사전에 고려해 산업단지의 에너지 활용을 사전에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프로젝트죠. 기업에서 생산된 에너지가 외지로 나가거나 그냥 버려지지 않고 지역 내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Lisbeth Randers 매니저는 “칼룬버그는 작은 산업도시지만 기업의 만족도가 높고 1997년부터 2007년까지 일자리가 고르게 유지되고 있는 도시”라고 말했다.

“심비오시스에서는 환경규제가 더욱 심해지고 있는 세계적인 추세 속에서 자원을 재활용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돕는 기관이에요. 이는 비용 절감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경제효과 등에 도움이 되고 있죠.”

[편집자주]

지속가능 상생재단의 공모사업에 채택돼 <당진시대>와 지역주민, 시민단체, 기업 대표단이 함께 세계적인 덴마크 생태산업단지 칼룬버그를 다녀왔다. 기획취재단은 지난달 18일부터 23일까지 덴마크와 스웨덴 생태산업단지와 친환경도시를 돌며, 당진에 거대하게 조성되고 있는 산업단지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기획취재에는 이병성 당진항만 대표이사, 김병빈 지속가능 상생재단 사무국장, 이재상 송산면번영회 이사, 신진호 현대제철 환경관리팀 차장, <당진시대> 우현선 편집부장이 참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