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량으로 도로를 지나는 데 한 집에서 연기가 피어올랐습니다. 연기 색깔이 시커멓고 점점 높이 올라 심상치 않았습니다.”
아버지 생신을 맞아 지난 16일 고향인 전북 부안을 방문한 진순석(송악읍 반촌리·37) 씨는 부안군 계화리 한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을 목격하고 집 안에 있던 80대 할아버지와 지체장애인을 구했다.
불길이 거세어져 가는 상황이었지만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몸이 먼저 움직였다.
진순석 씨는 “처음에는 신고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119에 전화를 걸며 그 집으로 걸어갔는데 이웃 아주머니가 ‘그 안에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면서 “그 말을 듣고는 사람을 구해야겠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가 운전하던 차에는 아내와 8살, 6살, 5살된 세 아들이 함께 타고 있었다. 아내에게는 설명할 틈없이 화재현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소방차가 오기만을 기다리면 금세 조립식 건물이 탈 것 같았습니다. 집 앞쪽으로 검은 연기가 솟구쳐 올라 불길이 급속히 타 오를 것이 보였습니다.”

검은 연기 속 촌각 다투며 인명구조
집 뒤편으로 가보니 문이 있었지만 잠겨 있었다. 진 씨는 주변을 둘러보다 항아리를 발견하고 유리문을 항아리로 깨고 들어갔다. 화재 현장 내부는 이미 연기로 거실이 시꺼멓게 된 상태였다. 호흡을 고르며 간신히 주방을 통과하다보니 내의 차림의 80대 어르신이 보였다.
“어르신이 화재가 난 상황을 잘 모르시더라고요. 아들을 부르며 ‘이게 무슨 일이냐’고 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간단히 상황을 설명하고 집을 빠져 나가야한다고 말씀드렸죠.”
곧이어 발견한 아들은 지체장애를 안고 있었다. 설명보다 구출이 우선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집 안에는 검은 연기가 차 올라 호흡이 어려워졌다. 진순석 씨는 할아버지를 직접 부축하고 그 아들에게는 자신의 옷자락을 잡고 쫓아오도록 했다. 검은 연기로 앞이 흐려졌다.
“거실에서 뒷문까지 4~5m 밖에 되지 않았지만 너무 멀게 느껴졌습니다.”
진 씨는 마음을 다잡고 깨진 유리문으로 들어온 빛줄기를 쫓았다. 항아리를 던져 생긴 공간은 한명이 지나갈 정도였기 때문에 할아버지를 먼저 내보내고 그 아들에 이어 문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집 뒷 문으로 나온 것이 끝이 아니었다. 뒷 문 옆에는 주방용 가스통이 있어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와 아드님한테 이동해야한다고 말했어요. 그런데 할아버지가 힘없이 주저앉으시더라고요. 할아버지를 등에 업고 아드님을 붙잡고 집 앞쪽으로 피신했습니다.”
진순석 씨는 길어야 5~6분 사이에 두 생명을 구했다. 머지않아 소방차와 소방관들이 도착해 화재를 진압했다. 진 씨의 아내는 시댁으로 가 소식을 전하고 가족들과 함께 현장에 와서 초조하게 그를 기다렸다.
세 아들에게는 ‘영웅’
아버지에게는 ‘장한 아들’
“이 일이 알려지고 나서 부안군수와 부안경찰서장의 격려 전화를 받았습니다. 큰 아이는 저에게 ‘영웅’이라며 자랑스러워했고요. 아버지도 장한 일을 했다고 칭찬해 주셨습니다. 누구라도 했을 일이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는데 쑥스럽습니다.”
하지만 진순석 씨는 아내에게는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진 씨는 “아내는 저를 걱정하는 마음이 컸다”며 “결과적으로 무사해서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을 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진순석 씨는 신평면에 위치한 제일라미텍(대표 손창학)에서 근무하고 있다. 언론과 방송을 통해 소식이 알려지자 동료와 상사들의 격려가 이어졌다.
진순석 씨는 회사에서 방화관리자를 맡기도 했다. 화재에 대한 경각심과 대처법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눈 앞에 벌어진 화재현장을 목격하고 인명을 구하기 위해 직접 뛰어 들기란 쉽지 않은 일.
진순석 씨를 움직이게 한 것은 그의 지론 때문이다.
“남을 도우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도울 수 있는 여건이 됐던 것이죠. 다시 그 상황이 와도 아마 그분들을 구하러 갈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