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길고 춥던 매서운 겨울의 기세에 봄은 영영 안 올것 같더니만 계절은 속일 수 없나 보다. 교정에는 봄꽃들이 활짝 피고, 학교 앞의 산허리에도 이름 모를 꽃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맘껏 뽐내고 있다.

지난 겨울 스쿨버스가 학교 앞 매방고개를 넘지 못해 모래를 뿌리고, 교직원이 나와서 힘껏 밀어서 간신히 하교 할 때 눈이 안 왔으면 좋겠다고 하더니 다음날은 운동장에서 눈싸움과 눈사람을 만들며 운동장을 은색 놀이터로 만들어 버렸다.

산골 아이들의 이야기 소재는 주로 농사와 관련된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우리 집 트랙터는 75마력이라면 다른 아이는 “우리 트랙터는 150마력 최신형이라 밭, 논 무슨 일이라도 다 할 수 있다”고 으스대며  말하면, 다른 아이는 “우린 인삼밭을 갈기 위해서 200마력의 트랙터가 있다”고 자랑한다. 더 힘이 센 트랙터가 없으면 “너희는 좋겠다”로 트랙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충희는 “5월초 인데 기온이 낮아서 못자리 할 볍씨 싹이 안 나서 큰일”이라며 “풍년이 들어야 좋은디”라고 제법 어른스런 말을 부지런히 아침 일찍 등교하여 이야기 한다. 그러자 광호는 “우리는 아빠가 볍씨 온도 올리는 기계를 사서 싹을 제법 틔워서 벌써 못자리 했어”라고 못자리 완료를 알린다.

윗골에 사는 용진이는 “어제  우리 소가 건강한 송아지를 낳았다”고 하자 친구들이 “넌 좋겠다 소도 있고, 소 값은 얼마 정도 하지?” 하고 묻는다. 용진이는 “한 500만 원은 할걸, 거기에다 송아지까지 낳았으니 팔백만 원은 돼” 아이들은 부러움 가득한 눈빛으로 용진이를 바라본다, 용진이 말에 의하면 그 소는 부모님이 2년 전에 ‘용진이 소’로 정하고 중학교, 대학교에 입학하면 학비 등으로 쓸 계획이다.

집에 가면 용진이는 팔을 걷고 소에게 사료, 짚을 주고 공을 들인다. 평소 관찰력이 뛰어난 용진이가 전교 회장인 동희와 같이 한 조를 이루어 시 과학실험탐구대회에 출전하여 금상을 수상하고, 도 대회 출전을 위하여 10여 일간 실험 기구를 총 동원하여 매일 연습하더니 마침내 어제 발표한 도 대회에서 당당히 금상을 수상하여 여러 선생님과 친구들의 축하를 받았다. 용진이의 소도 빨리 크고 송아지도 많이 낳아서 용진이의 꿈도 모두 이루어지길 바란다.

2009년 전원학교로 지정된 산골 당산초등학교에도 많은 변화가 시작되었다. 교실에 전자칠판, TPC, 전자교탁 등 최첨단기자재를 활용하여 수업을 하고 한 달에 한 번씩 산으로, 들로, 바다로 도시로 현장체험학습을 나선다, 도시에서나 봄직한 45명의 당산윈드오케스트라를 구성하여 전국대회 입상과 특색 있는 교육과정 운영 등이 입소문으로 전해져 시내로 나갔던 학생들이 모두 당산골로 돌아오고 서울, 천안,  대전, 포항, 여수 등 전국 각지에서 전입생이 몰려와 폐교의 위기를 극복하고 지금은 초등 12학급 223명  유치원 2학급 41명의 총 261명의 학생들이 꿈을 가꾸고 있다.

당진시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규모의 학교로 변신했다.

산골 학교에서는 오늘도 집과 동네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오손도손 나누는 소리가 봄의 산꽃 향기와 같이 교정 구석 구석을 가득 메우며 행복한 봄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