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금 빼먹기 피해를 입은 세입자들이 거주 중인 당진의 한 아파트.
▲ 전세금 빼먹기 피해를 입은 세입자들이 거주 중인 당진의 한 아파트.

한 채당 약 8000만 원 편취

전국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일명 ‘전세금 빼먹기’ 피해자가 당진에서도 발생했다.

이 같은 전세금 빼먹기 수법은 타인의 명의를 대여해 ‘바지 집주인’으로 세운 뒤 미분양 아파트를 실제 분양금의 60%에서 80% 달하는 은행 융자를 얻어 매입하고 세입자의 전세금을 편취하는 사기행각이다. 이들은 “보유하고 있는 아파트가 수채에 달한다”, “은행 융자에 대한 이자 2년분을 선납해 주겠다”는 등의 이야기로 세입자의 전세 계약을 유도한 뒤 자취를 감추는 수법으로 세입자의 전세금을 편취했다.

당진은 발전가능성을 보이며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왔지만 높은 분양가로 인해 기대와 달리 미분양세대가 많아졌다. 이를 노린 이들은 미분양 아파트를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수십 채를 계약했다. 아파트 한 채당 약 4000만 원에 가까운 금액을 할인 받았지만 등기상에는 분양가 3억600만 원을 그대로 명시했다. 이어 명의를 빌려주는 댓가로 바지 집주인들에게 한 채당 수수료 명목으로 200~600만 원을 지급해 아파트를 계약하게 만들었으며 집을 담보로 은행으로부터 1억8000만 원씩 대출을 받았다.

특히 1억~1억2000만 원 정도로 전세를 내놔 돈 한 푼 안들이고 한 채당 7000~8000만 원의 이득을 편취했다.

금융기관, 분양가·대출자 분석 없이 대출했다

이들은 당진지역 피해자들의 아파트를 최초 구입할 당시 바지 집주인을 앞세워 아파트를 담보로 당진지역 내 각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 세입자들을 입주시켰다.

세입자들은 당시 금융기관에서 분양가를 허위로 높인 것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았고 상환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대출을 해줘 전세금 빼먹기를 양산하는데 일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이들이 내세운 바지 주인들은 대다수 노숙자, 무직자 등의 경제사정이 어려운 이들로, 확인절차가 철저하게 이뤄지지 않은 마구잡이식 대출이라는 주장도 함께 이어졌다. 즉, 이번 아파트 전세금 빼먹기 역시 바지 주인(대출자)들의 현 주소 및 직업 등을 꼼꼼히 조사했다면 대출이 이뤄지지 않았을 거라는 주장이다. 직업이 없는 사람의 경우 담보 대출이 가능한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대출금에 대한 변제 능력이 없기 때문에 대출이 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바지 집주인들에게 대출이 이뤄진 금융기관은 대출금 상환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대출 당시 계약에 따라 아파트를 경매에 붙여 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상태다. 아파트 경매에도 원금 회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바지 주인들의 다른 재산을 압류해 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법도 마련되어 있다.

한 금융기관 관계자는 “당시 통상적으로 원분양가의 60% 대출을 모든 은행들이 해줬다”며 “상환능력 확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 않았고 특별한 소득이 없더라도 담보가 있는 상황에서는 모든 은행들이 대출이 가능했고 현재는 상환능력을 확인해야하는 절차가 전국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은행감독원의 특별감독이 이뤄졌고 그 결과 아무런 문제도 제기되지 않았다”며 “세입자들이 전세계약을 체결할 당시 대출금을 확인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 판단 후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입자 법적 보호 없어

전세금 빼먹기의 가장 큰 피해자는 세입자다. 하지만 대출을 진행한 은행처럼 법적인 보호 장치도 없다. 전세금이 1순위 채권이 되고, 대출금이 2순위 채권이 돼는 보통의 상황과 달리 세입자가 2순위로 밀려 전세금 회수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당진의 모 아파트 세입자 A씨는 “은행 대출 이자 2년분을 선납하면 문제될 것 없다는 이야기를 믿고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며 “이후 은행으로부터 대출금 및 이자 상환이 되지 않을 경우 아파트를 압류하겠다는 독촉장이 들어오면서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현재 세입자들은 이번 아파트 계약을 체결한 당진의 모 공인중개사사무소를 당진경찰서에 고소한 상태다. 모 공인중개사사무소는 사기행각을 벌인 이들로부터 한 가구당 수수료를 받고 세입자들을 소개해 계약을 체결했다. 모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이번 세입자 전세금 문제로 인해 피해를 보고있다”며 “경찰조사를 통해 사실여부를 명확히 한 뒤 인터뷰에 응하겠다”고 답변했다.

[전세금 반환 어떻게 해야 할까]

전세금을 반환받기 위한 보증금반환청구소송, 손해배상청구소송

계약상 임대인(명의 대여자)은 불법행위 책임 또는 계약상 책임을 지기 때문에 경매 대상이 된 집 이외에도 임대인 명의의 재산(통장, 월급, 자동차 등)에 대해 강제집행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보증금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해 판결문을 획득한 후 압류결정 신청 등을 할 수 있다.

실제로 금원을 편취한 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 손해배상청구 소송

실제로 전세금을 최종적으로 받아간 사람이 전세금을 돌려받기 위한 보증금반환청구 소송에서 당사자가 될 수 있다. 정당한 법적인 근거 없이 전세금을 받아 편취한 경우라면, 통장 내역 등을 조회해 전세금을 실제로 받아간 사람(대부분 사기로 이익을 본 사람)을 상대로 판결문을 획득, 강제 집행하는 방법이 있다.

명의대여자, 명의차용자, 불법행위가 있는 중개자 등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주택 매매시 명의대여, 차용행위는 불법이며 이를 알고도 계약에 개입해 손해를 끼친 자들 또한 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위와 같은 소송은 개별로 진행하는 것보다 가장 책임이 있는 사람, 변제할 능력이 되는 사람을 검토해 1개의 소송으로 병합해 진행하는 것이 보증금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 또한 인터넷 상의 정보나 비전문가의 소견보다는, 전문가의 변호사에게 증거 서류를 가지고 가서 직접 상담하는 게 좋다.

[전세금 오르는 상황에서 깡통전세 주의 필요]

당진시 공인중개사협회 백남수 회장은 깡통 전세에 대한 주의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백 회장의 말에 따르면 최근 전세금이 급등하면서 전세 재계약 때 전세금을 올려주는 일이 일반화되면서 깡통전세의 위험도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세입자가 은행 융자 등이 없는 전세를 계약했다 하더라도,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알리지 않고 전셋집을 은행 등에 담보로 맡기고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런 경우 집이 경매에 넘어가면 전세금이 1순위 채권이 되고, 대출금이 2순위 채권이 돼 전세금 회수에 문제가 없다.

그러나 살던 도중 전세금이 올라 재계약을 할 때 세입자가 등기부등본을 확인하지 않고 전세금을 올려 주는 계약을 맺게 되면 올려준 전세금만큼은 경매에서 3순위 채권으로 밀려나게 된다.

백 회장은 “세입자가 재계약 때 등기부등본을 확인하지 않거나, 전세 계약을 먼저 했으니 올려준 전세금도 1순위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계약 및 재계약 당시 아파트 및 주택 등의 대출 여부를 정확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