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을 들어서는 순간 왁자지껄 하던 아이들의 눈망울이 낯선 이 앞에서 초롱초롱 해졌다. “누구세요?”, “왜 오셨어요?”, “언니 놀러 나가자!”, “같이 가~” 여러 개의 목소리가 한꺼번에 들려 왔다. 요즘 흔치 않은 다둥이가정, 이은선(대덕동·33) 씨 가족은 매일 매일 아이들의 웃음과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집이다. 자녀 셋도 많다고 하는 요즘, 한 달 전 막내가 태어나 다섯 아이의 아빠가 된 이은선 씨를 만났다.

방황하던 시절 곁에 있어준 아내

“미쳤다고 하는 친구들도 있죠. 요즘 세상에 아이 키우기 쉽지 않잖아요. 교육비 부담도 크고…. 하지만 누구보다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보면 잘했다는 생각을 해요.”

처음부터 아이 다섯을 계획한 건 아니었다. 결혼 전부터 아내와 “셋은 낳자”고 말해왔는데 막상 아이 셋을 낳으니 전부 딸이었다. 장남이라는 책임감(?)에 아들 하나쯤은 있었으면 싶었다. 아들을 낳은 뒤 계획에 없던 아이가 또 생겼다. 하늘이 주신 선물이라 생각하고 다섯째를 낳았다. 그게 불과 한 달 전이다.

아내 이하정(32) 씨를 초등학생 때 처음 만났다. 대호지면 조금초등학교 67회 당진중학교 대호지분교 6회 동창이기도 하다. 학창시절에 그저 친구로 알고 지내던 두 사람은 스무 살이 넘어 다시 만나게 됐다. 이은선 씨가 제대한 뒤 동창회장을 맡게 되면서 옛 친구들을 찾은 것이다.

“막 제대했을 무렵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이 친구(아내)가 곁에서 많이 챙겨줬어요. 그렇게 연애를 시작하게 됐죠.”

동생들 잘 챙기는 의젓한 첫째

25살이 되던 해에 처음 만난 큰 딸이 어느덧 커서 지금은 9살, 초등학교 2학년이다. 한창 부모가 챙겨야 할 나이인데 동생들 때문인지 또래에 비해 제법 의젓하다. 동생들도 알아서 챙기는 영락없는 맏딸이다.

아내 이하정 씨는 “큰 딸 아라가 힘든 엄마를 많이 도와준다”며 “동생들을 씻기는 일을 도맡아 한다”고 대견스러워 했다. 막상 아라는 그게 좋지만은 않은가 보다. “동생들이 많아서 좋냐”는 질문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옆에 있던 셋째 혜슬이는 “나는 언니 있어서 좋은데?”라며 “언니가 잘 놀아 줘서 좋아요. 앞으로 말 잘 들을 꺼야”라고 애교를 부렸다. 같은 배에서 나왔어도 아이들 모두 성향이 제각각이다. 이은선 씨는 “아이들 이름을 모두 한글로 지었는데, 이름에 담긴 뜻처럼 아이들이 커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첫째 아라(9)는 ‘세상의 모든 이치와 지혜를 잘 알아라’라는 뜻이고 둘째 슬아(8)는 ‘슬기롭고 아름다운 아이’라는 의미다. 셋째 혜슬(6)이는 ‘지혜롭고 슬기로운 사람’, 넷째 시원(3)이는 ‘앞날이 시원하게 펼쳐져라’는 뜻이고 다섯째 초아(1)는 ‘풀잎 새싹처럼 기본에 충실한 사람이 되라’는 의미에서 이름을 지었다.

건강하고 씩씩한 아이들 ‘기쁨’

아라와 슬아는 이은선·이하경 씨의 까마득한 후배이기도 하다. 동창모임을 통해 인연을 맺게 되서 인지 두 사람 모두 학교에 대한 애정이 크다. 조금초등학교 학생 수가 점점 줄고 어려워져가는 모습이 안타까워, 멀지만 대덕동에서 대호지면 조금리까지 매일 등하교를 함께한다.

“아이들을 매일 등하교 시키는 게 힘들긴 하지만 모교를 살리는 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괜찮아요.”

다섯이나 되는 아이들이 한 집에서 지지고 볶으며 살다보니 사회성 하나는 끝내준단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양보하는 마음 씀씀이가 요즘 아이들 같지 않다. 아이 다섯을 기르는 것에 대해 경제적으로 부담이 클 법도 한데 이 씨의 가족은 언제나 긍정적이다. 국가적인 출산장려정책 때문에 아이가 셋 이상 됐을 때부터는 전기요금·가스요금 등 할인혜택을 보고 있다. 물론 아이들이 커 가면서 학비 부담이 만만치 않겠지만 그래도 걱정보다는 희망이 더 크다.

다복하고 행복한 가정

이은선 씨는 서산에서 기아자동차 판매영업을 하기 때문에 아이들과 평소에 자주 놀아주지 못하는 게 그저 미안할 따름이다. 하지만 적어도 매월 한 두 차례씩 가족들과 다함께 여행을 가면서 함께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노력한단다.

“나중에 앞마당이 있는 2층집을 짓고 가족들이 다 함께 사는 모습을 항상 꿈꾸고 있어요. 돈도 더 많이 벌어야 하고,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다복하고 행복해요. 가족들이 항상 건강하고 화목하게 지내는 것밖엔 더 바랄 게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