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길었던 장마가 지나고 폭염을 안고 찾아 온 여름은 우리들의 삶을 지독하게 괴롭혔지만, 그렇게 무덥던 기온도 처서를 기점으로 신비스럽게 전형적인 가을날씨가 돼 선선한 바람과 함께 풍요로운 결실을 기약하며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길가의 핀 코스모스가 오가는 이들을 반기며 한들거리고 가시옷 입은 밤송이들도 시샘하는 듯 알알이 속을 드러낸다. 풀섶에 들어 앉아 몸집만 키우던 호박들도 누런 빛깔로 단장을 하는 계절이다. 들녘의 가을 풍경은 누구에게나 풍성함을 건네며 행복의 기운을 선물하는 듯 하다. 이처럼 자연은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채워주고 결실을 맛보게 하며 다가올 추운 겨울을 준비하게 하는가 보다.
물론 이것이 전부가 아님을 마음 한켠으로 느끼게 되는 것도 우리의 삶이다.
마음의 양식이 필요한 것은 쓸쓸히 흩날리는 낙엽을 바라 볼 때, 비어가는 나뭇가지가 문득 눈에 들어 올 때가 아닌가 싶다. 이럴 땐 두세 권의 시집을 집어들고 낭독해 보거나 평소 미뤄 뒀던 교양서적들을 펼쳐 본다든가, 주말에 가족과의 나들이를 가까운 도서관이나 서점을 찾아 책을 한 권씩 선물해봄은 어떨까 싶다.
5년 전인가 한달에 한 권씩 이달의 도서를 선정해 예쁜 편지와 함께 매달 오던 일이 떠 오른다. 참 행복하고 흐뭇한 일이었다.
그 감동으로 인해 나도 모 단체장직을 물러날 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책을 한권씩 답례로 전했었다. 물론 다 좋아했는지, 통독들을 했는지 하는 의구심도 있지만, 어느 책을 전해 줄까 고민하며 서점을 찾아 다니고 선정된 책을 건네며 주고 받던 석별의 정은 참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지금 우리는 물질 만능과 풍족의 시대를 살고 있지만 풍요 속의 빈곤을 느끼는 것 같다.
과학 발전과 급변의 시대에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빠르게 대신해 주기도 하지만 한 권의 책 속에 담겨진 지혜는 대신해 주지는 못하리라 본다.
특히나 우리 당진시는 평생학습도시로 선정돼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으며 많은 시민들의 참여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문화제 행사의 일환으로 작가와의 만남이나 시인과의 북콘서트 등이 종종 펼쳐져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참여하는 시민의 수는 그닥 만족할 수 없음에 사뭇 안타깝다. 물론 바쁜 일상 탓에 그러함도 있겠지만 좀 더 깊은 관심과 홍보를 통해 많은 시민들이 함께하며 풍요로운 정서를 즐겼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본다.
모두가 행복하고 풍요로운 도시를 가꿔 가는 일이 좀 더 풍성해지기를 바라며, 가을 추수가 한창인 들녘은 분주함 속에 수확의 기쁜 미소가 그윽한 국화 향기와 함께 흐른다.
이러한 가을날에 사랑하는 이들과 책 한 권 나누며 정을 돈독히 한다면 더 풍요롭지 않을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