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남성 노인 한 분이 의회 사무실로 찾아 오셨다. 살길이 막막하다고 하소연 하시면서 국민기초생활 급여통장을 보여주셨다. 임대주택에서 홀로 기초생활 급여로 근근히 살아가는 데 부양가족으로 결혼한 딸이 소득이 있어 월 5만6000원밖에 지급되지 않는다고 한다.

사위 역시 직장에 다녀 급여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딸과 사위가 사업 실패해 부도가 나자 생활비는 고사하고 용돈조차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씀하셨다. 딸은 자신 때문에 기초생활급여도 못 받으시는 아버지를 도와드리지도 못하는 형편이니 이혼이라도 해서 기초생활 급여를 받게 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단다.

우리나라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서는  1촌 직계혈족 즉, 부모·자녀(아들·딸) 며느리·사위를 부양의무자로 정하고 있다. 부양의무자가 부양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소명자료를 통해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자녀들이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많이 퇴색되고 있는 현실이다. 자신들의 삶을 책임지기도 힘든 사회에서 부모를 부양하기 버겁기 때문이다.

장수를 누리는 시대가 됐지만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노인들의 생계를 위한 사회적 부담은 늘어만 간다. 2013년 우리나라예산 342조 5천 억중 보건, 복지, 노동분야 예산은 97조5000억 원으로 전체예산 대비 복지예산 비중이 28.3%이다.

이러한 수치는 압축성장을 하면서 기간산업이다, 도시발전 시설이다, 건설과 토목에 익숙한 우리에게 복지예산이 너무 많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혹자는 복지예산 때문에 국가가 위험에 처 할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선진국에서는 성공적인 노화에 대한 담론이 활발하다. 건강과 신체적 정신적 기능유지 그리고 적극적인 사회참여를 성공적인 노화를 위한 요건으로 들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 세가지 요건 외에 경제적 안정과 가족관계를 들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적어도 먹고 사는 것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구축돼있기 때문에 성공적인 노후 요건에 경제적인 비중을 높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가족관계를 중시하기 때문에 기초생활수급법에 부양 의무자를 정해 놓고 부양과 돌봄을 사적 영역에 포함시키고 있는 것이다. 언론에 가끔 회자되는 부정수급문제는 우리의 현실을 보여주지만 그럼에도 사회적 약자로 지칭되는 특수계층의 복지를 위해 정부와 사회가 더 노력해야 한다.

며칠전 사업하시는 분이 하신 말씀이 귓가를 맴돈다.

“복지, 복지 하면서 양육수당이다, 노령연금이다, 기타 등등 모두 우리들이 내는 세금으로 쓰여지고 있는데 정작 사업하는 우리들은 사업실패 했을 때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죠?”

세금을 부담하는 측과 쓰는 측의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자신들이 낸 세금이 자신들의 삶을 위해 투명하고 알뜰하게 사용되어지고 있다는 신뢰가 사회적으로 형성되어야 한다. 정부에서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도처에 생존의 벼량 끝에 내몰리고 있는 이들이 있는 한 사회적 안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국가와 지자체는  최소한 내 국민이 어쩔 수없는 절망 속에 살지 않고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보살펴야한다. 잘 사는 사람이든 못 사는 사람이든 모두 국가와 지자체의 존립의 이유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