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년이라… 세월 참 빠르군요.”
당진시대 창간독자들이 던진 첫 마디다. 당진시대가 스무 살 청년이 되는 동안 독자들은 꽤 나이가 들었다. 서른이던 혈기왕성한 청년은 어느덧 오십대의 문턱을 넘어섰고, 한창 사회활동을 하던 중년의 남자는 흰머리 성성한 노인이 됐다.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지난 20년 동안 당진은 두 번의 상전벽해(桑田碧海)를 겪은 셈이다. 바다가 논과 들이 됐고, 산이 평지가 돼 아파트와 공장이 들어섰다. 지역사회는 급변했어도 오늘날까지 한결같은 마음으로 당진시대를 지켜 온 창간독자들을 만났다.
당진시대 좌담회에 함께한 사람들
이번 좌담회에는 △창간의 산통을 함께한 창간직원 황성렬 당진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과 △당진시대 초대감사를 지낸 한광희 맑고푸른당진21 실천협의회 비대위원장 △당진시대 전 감사인 이돈구 당진신협 전무 △당진시대 후원회 사무국장을 역임한 박영규 기지시줄다리기 축제위원장 △현 편집자문위원인 노화용 송악농협 경영본부장을 비롯해 △한 푼 두 푼 모은 군민의 힘으로 지역언론을 만들 수 있도록 힘을 보탠 창간주주, 손인교 전 당진새마을금고 이사장과 △창간독자, 홍천표 전 당진시농업기술센터 소장, △주주, 표기풍 환경미화원 △나기복 해나루시민학교 교감이 함께했다. △창간독자, 이인수 당진번영회장은 개인일정 때문에 따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냉철한 비판·감시 당진 발전에 기여”
최종길 - 지역의 역사를 써 내려온 지난 20년 동안 많은 이야기 거리들이 있었다.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당진시대를 지켜보면서 느낀 소감들을 진솔하게 말해 달라.
손인교 - 세월이 참 빠르다. 당진시대 창간 당시 독재정권 아래 고통 받는 이들의 대변자로 함께하고 싶어 주주로 참여했다. 변함없이 20년 간 신문발행을 이어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높게 평가 받을 만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정치적인 문제를 좀 더 다뤄줬으면 하는 것이다. 또한 특정한 사건에 대해 결과까지 지속적으로 보도하길 바란다.
홍천표 - 당진시대를 창간부터 애착을 갖고 독자로서 함께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지역신문으로서 역할을 매우 잘 수행했지만 최근 들어 예전만 못하지 않나 싶다.
황성렬 - 오랜만에 신문사에 와 벽면에 걸린 옛 사진들을 보며 감회가 새로웠다. 창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던 생각이 난다. 초창기 중부권 특정폐기물 처리장 설치와 석문공단 유공 반대투쟁 등을 겪으며 환경에 대한 시각을 정립해 지금까지 환경운동을 하고 있다. 당진시대에 고마운 것은 20년이 지났어도 논조가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종길 - 당진시대 창간 당시만 해도 지역에 환경운동연합과 같은 시민사회단체가 없었다. 그 때는 시민운동의 역할까지 신문이 다 했어야 했다. 이후 참여연대·문화연대 등 다양한 단체가 생겨났다. 지금은 당진시대가 저널리즘에 충실해도 되는 언론환경이 조성됐다.
“그래도 언론은 ‘까칠’해야”
이돈구 - 내가 신협에 입사했던 해에 당진시대가 창간됐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부족한 부분이 많이 보이겠지만 내부적인 사정을 알다 보면 이해되는 부분도 많다. 예전에 당진시대 감사를 하면서 느낀 것은 신문사가 운영된다는 사실 자체가 신기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참 쉽지 않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당진시대를 위해 애써왔다. 요즘 독자들의 요구와 관심사 역시 더욱 다양해졌다. 독자층도 많이 변했다. 신문사의 인력과 자원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 최선의 선택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걸어온 20년이 매우 중요했듯 앞으로 20~30년까지 어떻게 신문사를 운영해 나갈 것인가도 중요하다. 수익구조 다각화 등 경영의 새 모델도 찾아야 할 것이다.
박영규 - 당진시대 후원회 사무국장을 맡은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주년이다. 언론의 기능이 다양해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언론은 ‘까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판·감시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진시대도 지면이 다양해진 반면에 임펙트 있는 기사는 상대적으로 줄지 않았나 싶다. 기자들이 장기근속을 하지 못하면서 취재과정과 보도에 문제가 나타나기도 한다. 기획기사가 미흡하고 송전철탑 등 환경문제에 대한 심층취재가 부족하다.
표기풍 - 20년 전 5~6명이 둘러 앉아 창간을 계획하던 시절이 있었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잘 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벌써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지난 시간동안 내적갈등과 외압이 얼마나 심했겠나. 열악한 근무 여건 등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20년을 지켜온 것에 대해 무척 감사하고 자랑스럽다. 당진시대가 있었기 때문에 당진이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적 논쟁은 중요치 않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정당하게 보도하고 독자들이 모르던 것을 알게 하는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자본으로부터 독립 “잘했다”
나기복 - 비교적 당진시대는 비판과 함께 풍부한 정보를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시정질문 당시 졸고 있던 의원들을 겨냥해 ‘의원님 힘내세요’라는 사진을 실은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짧지만 위트 있는 비판이 독자들에게 더 강렬하다. 당진시대 애독자로 더 많은 홍보에 힘쓰겠다.
노화용 - 지역과 지역, 사람과 사람 간 가교 역할을 해온 것에 대해 감사하다. 당진시대로 인해 소통하고, 지역과 시대의 문제를 같이 고민할 수 있어 당진시가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특히 당진항 지정에 대해 당진시대의 역할이 매우 컸다고 생각한다. 80-90년대 기관이 독점하고 있던 정보들을 시민들에게 알려주고 문제제기를 통해 방향을 제시했던 당진시대가 20년 동안 기본방향과 정체성을 잃지 않고 올곧게 지켜온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한편 최근 꿈을 잃은 청소년들을 위한 대화의 장을 당진시대가 만들어 주길 기대한다. 또한 지역문제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언론으로서 역할을 다 해주길 바란다.
한광희 - 당진시대는 20여 년 전 ‘당진사랑’ 시민모임에서 출발했다. 당진시대가 지역사회에 소금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참여하게 됐다. 초창기부터 자본과 편집을 분리하기 위해 군민주주와 후원회원을 모집하는 등 그 방법과 노력이 건전했다고 생각한다. 신문의 생존과 자본으로부터 독립은 무척 어려운 일이지만, 이를 극복해 나가며 여기까지 온 것은 매우 대단한 일이다. 당진시대는 당진이 나아가야할 방향의 단초를 제공해 왔다. 계속해서 지역사회의 의제를 건전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도록 발전해 나가길 빈다.
이인수 - 그동안 당진시대가 민주주의 발전과 소외계층 및 약자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면서 지역사회의 정의를 구현해 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장 큰 역할을 했던 것은 중부권 특정폐기물 처리장 반대, 석문공단 유공 반대, 당진항 지정을 꼽고 싶다. 지역의 굵직한 현안에 대해 여론을 주도하며 주민들을 교육하는 역할까지 담당해 왔다. 당진시대는 지역시민운동이 자발적으로 태동하는 계기가 됐다. 환경과 개발을 두고 주민 간 갈등이 커지면서 이제는 100% 성공을 거둘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진시대는 지역여론을 담아내며 신문의 역할을 다 해왔다고 자부한다. 적자 없이 운영해 오며 건강한 신문으로 발전해 왔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지역신문으로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경영에 있어 자립할 수 있었던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제2의 창간운동 필요하다”
최종길 - 앞으로 당진시대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조언해 달라.
황성렬 - 지금 관심을 둬야 할 사안은 바로 ‘갈등’이다. 주민간 갈등이 지역마다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이렇게 공동체가 무너진 상태에서 삶의 질과 행복을 어떻게 얘기할 수 있겠나. 지역-지역, 주민-주민, 주민-기업 등 갈등에 초점을 맞추고 어떻게 풀어 나갈 것인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돈구 - 지속가능한 경영이 필요하다. 젊은 독자 확보는 당진시대의 큰 숙제다. 또한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제2의 창간운동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주주와 독자 확대를 적극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또한 기자의 근무연수와 기사의 깊이는 비례한다고 생각한다. 오래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절실하다.
홍천표 - 진보와 보수를 가를 것 없이 정도(正道)로만 가면 된다. 지역 이슈와 현안에 대해 심층취재가 필요하다. 한편 외부 필자들의 글을 싣는 여론광장은 지역 정치인들의 얼굴을 알리기 위한 장으로 이용돼서는 안된다. 직업, 연령, 남녀노소 불문하고 다양한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참신한 지면이 돼야 한다.
박영규 - 지역이슈에 대한 대안제시도 필요하다. 제도개혁과 입법요구 등 후진적인 제도에 대해 지역신문에서 여론을 형성하고 정책적 변화를 이끌어 내기 바란다. 지역문제를 보도하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해결책을 함께 모색할 수 있길 바란다.
표기풍 - 당진시대가 시민들에게 더욱 존재감을 드러냈으면 좋겠다. 불특정다수의 작은 시민들이 충분히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한다.
나기복 - 원도심공동화와 더불어 먹자골목의 침체도 심각하다. 죽어가는 상권에 대해 짚어주길 바란다. 또한 기지시줄다리기의 발전도 깊이 있게 다뤄줬으면 한다.
노화용 - 신문은 독자가 선택하면 살아남는다. 지금껏 잘 해온 것처럼 스무 살 청년답게 미래를 펼쳐나가길 항상 응원하겠다.
이인수 - 정감 있는 기사를 더 많이 발굴해 내야 할 것이다. 또한 기획기사의 힘이 약해진 것 같다. 상대적인 의견을 충분히 담아내 공정한 보도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추구하는 가치를 잃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해 주길 바란다. 진실을 알리고 정의를 구현하며 원칙을 바로 세우는 지역신문의 사명을 잃지 말아야 한다.
최종길 - 저널리즘에 충실하면서도 독자의 다양한 요구를 받아 않은 수 있는 지면기획에 대해 더욱 고민해 나가겠다. 홈페이지 유료화, 지역포털, 로컬 라디오 방송, 전자상거래 등 미래의 언론환경에 대해서도 준비해 나갈 시점이다. 독자와 주주, 당진시민과 함께할 커뮤니티에 대해서도 새로운 모델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