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에서 국가기관들이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인터넷이나 단체행사에서 활동을 빙자해 대선에 영향을 주는 댓글이나 지지운동을 한 것이 검찰수사로 밝혀지고 있다. 당시 여당후보였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부정선거 활동을 했던 국정원 여직원에 대해 야당이 문제를 제기하자 여성인권을 운운하면서 감싸고 나섰다. 이후 박 대통령은 대선개입 사실이 밝혀지자 자신은 아는 바 없고 도움 받은 바 없다며 시민들과 야당의 사과요구를 묵살해 버렸다. 사과는 커녕 대선토론에서 아버지의 친일행적과 전두환 대통령에게 받은 6억 원 국고헌납요구에 대해 보복이나 하듯 통합진보당을 종북정당으로 몰아 해산신청을 했다.

이밖에도 공무원노조와 전교조를 법외 노조로 내몰고 쌍용차노조등을 직간접적으로 탄압하고 있다. 시국이 이렇듯 노동자 농민 영세자영업자들의 생존권 보장요구와 국정원, 사이버사령부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규명 요구에 대해 공안몰이로 재갈을 물리고 있다. 특히 국가권력의 불법 행위에 대해 수사하고 보도해야 할 검찰과 KBS, MBC 등 공영방송이 권력에 지배됐다는 것이다. 핍박받는 정의와 평화 그리고 사랑과 자비, 약자들의 생존권을 위해 신부님, 목사님, 스님들이 나섰다.

예수 그리스도의 정의와 평화는 무엇인가?

무엇보다 천주교 전주교구 사제들이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선 것도 취임 후 명백하게 밝혀진 국정원 등의 대선개입 사실에 대해 사과 한마디 없이 모르쇠로 나섰기 때문이다. 대통령으로서 자신의 말대로 도움이 없었다 해도 정부기관에서 불법 선거개입이 발생해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보는 국민들의 물음에 대해서 대답해야 했다.

결국 정의구현사제들은 자신들이 힘없는 시민들을 대신해 대통령사퇴를 주장하지 않으면 수많은 시민들이 공안당국에 의해 감옥에 갈 것을 우려해 십자가를 진 성직자의 고백이다. 이미 정의구현 소속 사제들은 박정희 정권의 인혁당사건,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전두환 정권의 5.18 광주학살사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등 독재정권의 부정과 억압이 있을 때마다 스스로 고난의 길을 택해왔다. 그런데도 강론 말미에 연평도 평화에 대한 NLL 생성과정을 설명한 것을 갖고 종북 신부로 몰며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갈등을 부추기는 언행은 적절치 못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1년간 통치를 돌아볼 때 지금 박근혜 정부가 자신을 비판하는 세력들을 종북으로 몰며 탄압하는 것은 독재정치의 전형이다. 도대체 어떻게 천주교 사제들에게 폐쇄적이고 족벌 세습을 이어가는 북한정권에 대해 복종하는 종북 신부라고 말할 수 있는가?

신부님을 비롯해 시민들이 북한주민에 대해 자비의 정을 느끼는 것은 일제 36년의 수탈을 함께 겪은 동포이기에 그럴 수 있다. 언젠가 박대통령도 북한에 직접 넘어가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화기애애하게 환담하는 장면을 보고 그 누구도 종북이라 느끼지 않은 것도 그래서다. 따라서 이번 전주교구 사제들의 시국미사라는 종교제사를 정략적으로 비신앙적으로 판단하며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묻는다. 그대들이 한 번이라도 헐벗고 굶주리며 권력에 탄압 받는 약자의 편에 목숨 걸고 서 본 적 있는가? 특히 염수정 서울대교구장은 제주 강정에서 성체가 바닥에 나뒹구는 모욕을 당했을 때도 침묵하고선 정작 전주교구 형제사제들의 시국미사에 대해선 비난하며 정치개입은 할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 동안 정권에 이로운 발언을 하는 염 주교야말로 가장 비종교적이면서 가장 정치적인 신부임을 회개하기 바라며, 특히 박 대통령 스스로 아버지 대통령의 교훈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