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일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앞에 찾아간 주민들이 “육성우 목장 계획을 전면 철회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 지난 11일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앞에 찾아간 주민들이 “육성우 목장 계획을 전면 철회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엄지손톱만한 함박눈이 하루 종일 날리던 지난 11일. 300명이 넘는 송산면 주민들이 추위를 무릅쓰고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정문 앞에 모여 들었다. 추수와 김장을 겨우 끝낸 뒤 허리 한 번 제대로 펴보지 못한 노쇠한 몸을 이끌고 “육성우 전문목장 건설 계획을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람들은 “송산면민들 모두 이렇게 한 목소리를 내며 똘똘 뭉친 적은 처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새벽부터 계속되는 눈발에 다들 걱정이 컸다. 궂은 날씨 탓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일지 우려스러웠다. 하지만 오전 9시 예산휴게소에서 집결한 버스 8대는 모두 주민들로 꽉꽉 찼다. 주민들의 마음은 단호했다. 송산면의 환경을 해칠 수 있는 시설은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그들의 굳은 마음이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조차 답을 얻지 못 하면, 충남도와 당진시는 물론이고 심지어 청와대까지 어디든 가자고 했다. 살 떨리는 날씨 속에서도 밤새 농성을 하자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주민들의 마음은 확고했다.

한 시간 넘게 주민대표들은 농축산식품부 관계자와 대화를 이어갔다. 때로는 호소하고, 또 화를 내기도 하면서 주민들은 지역을 지키겠다는 간절한 마음을 전달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지역민들의 동의 없이는 사업추진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전해들은 주민들은 당진시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당진시에서는 부랴부랴 주민들과 이철환 시장이 만날 수 있도록 당진시청 대강당에 자리를 마련했다.

다시 한 시간여 기다림 끝에 만난 이철환 시장은 “송산면은 이제 정주권 개발을 할 것이며 따라서 (주거환경을 해치는) 육성우 목장을 추진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자 주민들은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다시 송산면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주민들은 승리했다는 기쁨에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진 주민들은 “이렇게 주민들이 하나 돼 뭉치면 하지 못 할 일이 없다”며 “펑펑 눈 내리는 궂은 날씨였지만 지역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철환 시장은 “축산농가를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인 만큼 다른 지역을 알아 볼 수 있도록 (당진낙협 측에)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 당진시청 대강당에 모인 주민들의 모습.

주민들 한마디

김찬환 대책위원장

주민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졌지만 육성우 전문목장이 축산농민들에게는 꼭 필요한 사업인 만큼 미안한 마음도 듭니다. 하지만 송산면에 각종 혐오시설들이 집중화·대형화 하는 것에 대해 주민들은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모든 지역의 현안은 주민들과 먼저 상의가 돼야 합니다. 결코 주민들을 무시하고 사업을 추진할 수는 없습니다. 이번 문제로 인해 상처받는 이가 생길까봐 걱정입니다. 모든 게 빠른 시간 안에 정상 위치로 돌아가길 바랍니다. 오늘 궂은 날씨에도 뜻을 함께 모아 힘을 실어준 주민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윤명수 대책위원회 사무국장

이렇게 많은 송산면민과 단체들이 하나로 모인 것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육성우 목장 뿐만 아니라 현대제철 투기장호안 등 당면한 여러 현안이 있는데 앞으로도 주민들이 똘똘 뭉쳐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길 바랍니다.

김원기 새마을지도자 송산면협의회장

육성우 전문목장이 생기면 일대에 돈사·계사 등 타 축종 축사도 무분별하게 들어설 수 있습니다. 송산지역이 폐허가 돼버릴 것을 우려해 반대에 적극 참여하게 됐습니다. 눈이 내리는 추운 날씨였지만 지역에 대한 애착으로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에 대해 감사합니다.

안효권 당진시의회 부의장

주민들 스스로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공동 투쟁을 함으로써 혐오시설 입주를 막아 냈다는 것에 큰 성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행정에서 조금 일찍 나서서 의사소통을 하고 보고체계가 착실히 이뤄졌다면 오늘의 상황까지 오진 않았을 겁니다. 우량농지를 확보하기 위해 갯벌을 매립해 간척사업을 해놓고 농지로 회복 불가능한 대형축사를 짓는 것은 지역 주민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이재성 송산면번영회 사무국장

송산이 아직 건강한 지역사회라는 것을 증명한 시간이었습니다. 지속가능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이기주의가 아닌 모두 하나된 마음으로 함께 했다는 것에 의미가 큽니다. 또한 현대엠코 주민 등 이주민들도 함께 참여해 이들도 역시 우리 이웃으로 인정하고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황성렬 당진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밀실추진이 아닌 주민들에게 공개하고 대화하며 사업을 추진했더라면 오늘과 같이 소모적인 싸움이 없었을 텐데 아쉽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누군가의 책임과 사과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작은 승리를 얻었지만 언제든 다시 밀어붙일 수도 있는 상황이기에 이게 끝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주민들이 지역의 환경문제에 대해 긴장감을 늦추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 지난 11일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앞에 찾아간 주민들이 “육성우 목장 계획을 전면 철회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 지난 11일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앞에 찾아간 주민들이 “육성우 목장 계획을 전면 철회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 당진시청 대강당에 모인 주민들의 모습. ▲ 이철환 시장을 만나기에 앞서 주민대표들이 조이현 부시장을 찾아가 면담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