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연히 모 방송국에서 방영된 ‘최후의 권력’이라는 주제의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외국과 한국의 사례를 통해 오늘 날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에 대해 심도 있게 생각해보는 유익한 시간이었는데 두 가지 외국의 사례가 인상 깊어 잠깐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우선, 직업 정치인은 없고 그저 정치를 사랑하는 평범한 시민이 있을 뿐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공화국인 산마리노가 인상 깊었습니다. 산마리노에선 슈퍼마켓 직원, 농부, 세탁소 주인 등 ‘보통 사람’이 ‘국회의원’이 된다고 합니다.
국회의원의 월급은 평균 400유로(한화 약 57만9000원), 이들이 누리는 특권은 의회 주차권과 식사권이 전부이기에 본래의 생업을 병행하지 않고서는 국회의원 활동이 불가능한 구조라고 하네요. 그래서 이들은 정치란 열정이며 ‘정치인’이란 직업은 없다고 합니다. 도대체 국민을 위한 ‘특권 없는 헌신’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생각해 봅니다.
두 번째는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살아 있는 ‘직접 민주주의’의 상징, 스위스의 란츠게마인데입니다. 스위스의 글라루스 주에서는 1년에 4번 ‘란츠게마인데(Landsgemeinde)’라고 하는 주민 총회가 열립니다. 주민들은 법률과 주요 국가 사안에 대해 자유롭게 발언하고 토론하며, 거수를 통해 의사결정을 합니다. 주민이 직접 참여함으로써 ‘시민 권력’을 행사하고, 내 삶의 문제를 결정하는 주체가 됩니다.
그래서 이들에게 정치란 곧 ‘생활’이고 ‘삶’ 그 자체입니다. 정치 참여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스위스 국민의 참여 민주주의 현장에서, 민주주의의 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날 방송에서는 주민들이 12개의 안건을 공유하고 결정하는 과정이 전파를 탔습니다.
두 가지 외국의 사례를 통해 지방자치의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들 스스로 문제의식을 갖고, 문제가 되는 사안을 모두에게 제시하고, 이를 토론해 가장 보편적인 방법으로 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행정은 제반 여건을 지원하고 합리적 결론을 최대한 집행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물론 우리의 경우 지방자치의 핵심인 입법권과 재정권, 사법권, 행정권이 지방정부에 없습니다. 생색은 중앙정부가 다 내고, 지방정부는 위임사무를 해낸다는 극단적인 이야기가 있을 정도입니다. 단적으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무상보육의 경우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분담비율이 20대 80입니다. 이는 지방정부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지경입니다.
이처럼 지방자치의 토대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는 않지만 주민 중심의 지방자치는 계속 발전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 어려운 조건이지만 행정부터 조금 더 노력했으면 합니다.
우선, 시정 정책과 정보를 좀 더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없는 지방 살림이지만 예산편성 과정과 실행에 시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의회와 협력하며 적극 홍보해 활용했으면 합니다. 또한 시민 참여정책의 발굴과 민원 청취를 위한 현장 방문을 정례화 해 주민 중심의 지방자치를 만들어 나갔으면 합니다.
마침 지난 10월 29일은 첫 번째로 맞는 지방자치의 날이었습니다. 이를 아는 시민들이 많지는 않을 듯 싶지만 충청남도의회에 참여하는 저로써는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소중한 하루였습니다.
내년에는 좀 더 많은 당진시민과 충남도민이 함께 축하하고 축하받는 행복한 하루가 되는 즐거운 상상을 해 봅니다.

